채근담(菜根譚)/후집 135

256. 隱者高明 省事平安 은자고명 성사평안

矜名不若逃名趣 긍명불약도명취 練事何如省事閒 연사하여생사한 이름을 뽐내는 것은 이름을 숨기는 풍취만 못하고 세상사에 노련함은 일을 덜어 한가함만 하겠는가! 矜(긍) : 뽐내다. 자만하다 逃名(도명) : 세속의 명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후한서後漢書·일민전逸民傳·법진法眞》中에 法眞名可得而聞 법진명가득이문 身難得而見 신난득이견 逃名而名我随 도명이명아수 避名而名我追 피명이명아추 법진의 이름은 들을 수 있으나 몸은 보기 어렵다. 명예을 숨기니 이름을 내가 뒤따르고 명예를 피하니 이름을 내가 쫒는다. 라는 구절이 있다. 법진(法眞,100-188)은 후한의 학자로 제자백가와 도참과 위서(緯書)에 조에가 깊었다고 한다. 趣(취) : 뜻, 멋, 풍취 練事(연사) : 세상사에 노련하다. 명말청초 오숙공(吳肅公)의 에 諸父..

257. 超越喧寂 悠然自適 초월훤적 유연자적

嗜寂者 기적자 觀白雲幽石而通玄 관백운유석이통현 趨榮者 추영자 見淸歌妙舞而忘倦 견청가묘무이망권 唯自得之士 유자득지사 無喧寂無榮枯 무훤적무영고 無往非自適之天 무왕비자적지천 적막함을 즐기는 자는 흰구름과 그윽한 돌을 보며 심오한 이치를 꿰뚫고 영화를 붙쫓는 자는 맑은 노래에 기묘한 춤을 보며 피로를 잊는다. 오로지 스스로 터득한 선비만이 시끄럽고 적막함도 번영도 쇠락도 없으며 가는 곳마다 모두 유유자적한 하늘이다. 嗜(기) : 즐기다, 좋아하다. 송대 승려 혜성(慧性,1162-1237)의 에 白云抱幽石 백석포유석 冷淡更清奇 냉담경청기 흰구름이 숨어있는 돌을 감싸니 쓸쓸한 냉기가 유달리 새롭네. 라는 구절이 있다. 通玄(통현) : 사물의 현묘한 이치를 깨닫다. 通은 궤뚫다 玄은 玄機로 오묘한 이치를 뜻한다. 趨..

258. 得道無係 靜躁無干 득도무계 정조무간

孤雲出岫 고운출수 去留一無所係 거류일무소계 朗鏡懸空 낭경현공 靜躁兩不相干 정조양불상간 홀로 떠 있는 구름은 산골짜기를 나왔으나 떠나고 머묾에 어디 하나 매인 바 없고 맑은 거울 같은 달이 허공에 떴으나 고요함과 시끄러움 둘 다 상관하지 않네. 孤雲(고운) : 외로이 홀로 떠 있는 구름 당나라 유우석(劉禹錫,772-842)의 시 는 孤雲出岫本無依 고운출수본무의 산골짜기를 나온 외로운 구름은 본디 의지할 데 없어 라고 시작한다. 도연명(陶淵明,365-427)의 에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에서 나오고 새들은 날다 지치면 돌아올 줄 안다. 는 구절이 있다. 岫(수) : 산봉우리. 산골짜기, 산굴 去留(거류) : 떠남과 머묾, 죽음과 삶 朗鏡(낭경) : 맑은 거울,..

259. 濃處味短 淡中趣長 농처미단 담중취장

悠長之趣不得於醲釅 유장지취부득어농염 而得於啜菽飮水 이득어철숙음수 惆悵之懷不生於枯寂 추창지회불생어고적 而生於品竹調絲 이생어품죽조사 固知濃處味常短 고지농처미상단 淡中趣獨眞也 담중취독진야 유구한 멋은 진한 술과 차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콩을 먹고 물을 마시는 삶에서 얻어진다 슬퍼하는 마음은 메마르고 적막한 곳에서 나지 않고 피리 불고 거문고 타는 데서 생긴다. 본디 강렬한 방면의 맛은 늘 짧고 담백함 가운데 멋이 유독 참됨을 알 것이다. 悠長(유장) : (시간이) 길다. 유구悠久하다 침착하여 성미가 느릿함 趣(취) : 멋, 풍취, 뜻 醲釅(농염) : 진한 술과 차 醲은 진한 술로 釀으로 쓴 곳도 있다. 釅은 식초로는 엄, 술로는 염으로 읽는다 현재는 보통 진한 차를 말한다 啜菽飮水(철숙음수)는 콩을 먹고 물을..

260. 理出于易 道不在遠 이출우이 도부재원

禪宗曰 선종왈 饑來喫飯倦來眠 기래끽반권래면 詩旨曰 시지왈 眼前景致口頭語 안전경치구두어 蓋極高寓於極平 개극고우어극평 至難出於至易 지난출어지이 有意者反遠 유의자반원 無心者自近也 무심자자근야 선종에서 말하길 굶주리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자라 했다. 시의 비결이라며 말하길 눈앞의 경치와 일상의 말이라 했다. 대개 지극히 고귀함은 지극히 평범함에 깃들고 지극히 어려움은 지극히 쉬움에서 나온다 뜻이 있는 자는 도리어 도에서 멀어지며 마음이 없는 자는 절로 진리에 가까워진다. 禪宗(선종) : 참선으로 본성을 밝혀 깨달음을 얻고 이심전심으로 중생의 마음에 전하는 것을 종지로 함 교종에 대응하며 달마가 중국에 전하고 신라 중기 우리나라에 전해져 구산문이 성립한 종파 饑來(기래) : 굶주려 지다 來는 동사 사이에 쓰여 태..

261. 動靜合宜 出入無碍 동정합의 출입무애

水流而境無聲 수류이경무성 得處喧見寂之趣 득처훤견적지취 山高而雲不碍 산고이운불애 悟出有入無之機 오출유입무지기 물이 흘러도 가장자리는 소리가 없으니 시끄러운 곳에서 고요함을 보는 정취를 얻고 산이 높아도 구름은 거리낌이 없으니 존재에서 나와 무아로 들어가는 이치를 깨달으리! 境(경) : 가장자리, 처지 喧(훤) : 시끄럽다 寂(적) : 고요하다 碍(애) : 거리끼다 有(유) : 형태가 있는 것, 구체적 사물 無(무) : 무아의 경계 出有入無의 출처로는 북송때(1019년) 장군방(張君房)이 엮은 도교관련 책 에 或與衆仙,鑿空駕虛,혹여중선,착공가허, 出有入無, 출유입무, 分形散影,處處游集 분형산영,처처유집 혹자는 여러 신선과 빈 말을 만들어 공연히 보태며 존재에서 나와 무의 존재로 들어가고 형상을 쪼개 그림자를..

262. 心有係戀 便無仙鄕 심유계연 변무선향

山林是勝地 산림지승지 一營戀便成市朝 일영연변성시조 書畫是雅事 서화시아사 一貪癡便成商賈 일탐치변성상고 蓋心無染著 개심무염착 欲界是仙都 욕계시선도 心有係戀 심유계련 樂境成苦海矣 낙경성고해의 산림은 좋은 곳이지만 한 번 오락가락 연연하면 곧장 시끄러운 곳이 되고 글과 그림은 고상한 일지만 한 번 탐하여 빠지면 곧 장사꾼이 되고 만다. 대개 마음이 사물에 물들어 얽매임이 없으면 욕망이 머무는 중생의 경계도 신선의 도읍이다 마음이 무언가에 끌려 잊지 못함이 있다면 즐겁고 행복한 곳도 고통의 바다다. 營戀(영연) : 오락가락 연연하다. 營은 縈과 통하여 얽히다/미혹,현혹을 戀은 연연하다, 미련을 가지다를 말한다. 市朝(시조) : 시장과 조정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함을 비유한다. 貪癡(탐치) : 불교어, 탐욕과 어리..

263. 靜躁稍分 昏明頓異 정조초분 혼명돈이

時當喧雜則平日所記憶者 시당훤잡즉평일소기억자 皆漫然忘去 개만연망거 境在淸寧則夙昔所遺忘者 경재청녕즉숙석소유망자 又恍爾現前 우황이현전 可見靜躁稍分昏明頓異也 가견정조초분혼명돈이야 때가 시끄러우면 평소 기억한 것은 모두 내키는 대로 잊어버리고 맑고 편안한 곳에 있으면 옛날 잊어버린 것도 또한,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네. 고요함과 시끄러움은 조금 다르며 어둠과 밝음도 갑자기 다름을 알 수 있네. 喧雜(훤잡) : 소리가 크고 요란하다, 왁자하다 漫然(만연) : 되는대로, 내키는 대로 境(경) : 곳, 장소, 상황 淸寧(청녕) : 마음이 탐욕이 없어 깨끗하고 편안함 《老子道德經(노자도덕경)》39.法本章(법본장)에 昔之得一者 석지득일자 天得一以淸 천득일이청 地得一以寧 지득일이녕 ...... 天無以淸 將恐裂 천무이청 장공렬..

264. 臥雲弄月 絶俗超塵 와운농월 절속초진

蘆花被下 臥雪眠雲 노화피하 와설면운 保全得一窩夜氣 보전득일와야기 竹葉杯中 吟風弄月 죽엽배중 음풍농월 躱離了萬丈紅塵 타리료만장홍진 갈대꽃 솜이불 아래 눈에 누워 구름 속에서 잠자면 둥지 하나로 밤의 좋은 기운을 온전히 지키리라 댓잎잔에 바람을 읊고 달을 보며 시를 짓노라면 벌겋게 치솟아 불거진 먼지 같은 속세를 피하리라! 蘆花(노화) : 갈대꽃 蘆花被는 갈대꽃 솜으로 만든 이불로 거칠고 질이 낮은 투박함을 말한다. 窩(와) : 움집, 둥지 一窩는 한 배, 한 우리를 일컫기도 한다 夜氣(야기) : 한밤에 자라는 좋은 기운, 맹자가 한 말로 모든 것이 잠든 밤이나 새벽의 청정하고 잡념없는 순수한 마음가짐을 말한다. 《맹자孟子,고자상告子上》편에 梏之反覆 곡지반복 則其夜氣不足以存 즉기야기부족이존 夜氣不足以存 야기..

265. 俗不及雅 淡反勝濃 속불급아 담반승농

袞冕行中著一藜杖的山人 곤면행중저일여장적산인 便增一段高風 변증일단고풍 漁樵路上著一袞衣的朝士 어초노상저일곤의적조사 轉添許多俗氣 전첨허다속기 周知 주지 濃不勝淡俗不如雅也 농불승담속불여아야 고관의 행차에 명아주지팡이를 든 은자가 나타나면 문득 한 단계 고상한 기풍을 더해준다. 낚시꾼과 나무꾼의 길에 곤의 입은 관료가 나타나면 오히려 매우 많은 속된 기운이 더해진다 두루 아는 것처럼 짙음은 맑음을 못 이기고 속됨은 청아함만 못함이다 袞冕(곤면) : 곤룡포와 면류관/고위 관료 곤룡포는 천자나 상공의 예복이며 면류관은 천자,제후,경,대부들이 쓴 예모다. 著(저) : 나타나다 藜杖(여장) :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 왕유의 시 에 安得舍羅網 拂衣辭世喧 안득사라망 불의사세훤 悠然策藜杖 歸向桃花源 유연책려장 귀향도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