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135

266. 出世涉世 了心盡心 출세섭세 요심진심

出世之道即在涉世中 출세지도즉재섭세중 不必絶人以逃世 불필절인이도세 了心之功即在盡心內 요심지공즉재진심내 不必絶慾以灰心 불필절욕이회심 속세를 벗어날 방도는 세상 물정을 겪는 그 안에 있어 세상을 등지려 사람과 인연을 끊을 필요는 없다. 마음을 깨닫는 공력은 마음을 다하는 그 안에 있어 재와 같은 마음이고자 욕망을 끊을 필요는 없다. 出世(출세) : 불교, 속세를 떠나다, 출가하다 涉世(섭세) : 세상을 살아나감 涉은 겪다, 경험을 쌓다 逃世(도세) : 세상을 피해(避世) 벼슬 않고 은거함 후한말에서 서진초 학자 황보밀(皇甫謐,215-282)의 《고사전高士傳·노래자老萊子》에 老萊子者楚人也 當時世亂 노래자자초인야 당시세란 逃世耕於蒙山之陽 도세경어몽산지양 노래자는 초나라 사람이다, 당시 세상이 어지러워 세상을 등지..

267. 身放閑處 心在靜中 신방한처 심재정중

此身常放在閒處 차신상방재한처 榮辱得失 誰能差遣我 영욕득실 수능차견아 此心常安在靜中 차심상안재정중 是非利害 誰能瞞昧我 시비이해 수능만매아 이 몸을 늘 한가한 곳에 내버려 두는데 영욕과 득실로 누가 나를 내보낼 수 있겠는가? 이 마음을 늘 고요함 속에 편히 하는데 시비와 이해로 누가 나를 속여 넘길 수 있겠는가? 方(방) : 내버려 두다, 제 멋대로 하다 差遣(차견) : 사람을 시켜 보냄 瞞昧(만매) : 속여 넘기다(=瞞混만혼) 송나라 이후 금나라 동해원(董解元)의 에 甚不肯承當 심불긍승당 抵死諱定 저사휘정 只管廝瞞昧 지관시만매 只管廝咭啈 지관시길행 심히 받아들이지도 않고, 죽기로 물리치고 오로지 속여 넘기고, 오직 놀리기만 하네 라는 기록이 있다.

268. 雲中世界 靜裡乾坤 운중세계 정리건곤

竹籬下忽聞犬吠鷄鳴 죽리하홀문견폐계명 恍似雲中世界 황사운중세계 芸窓中雅聽蟬吟鴉噪 운창중아청선음아조 方知靜裡乾坤 방지정리건곤 대나무 울 아래 느닷없이 개 짖고 닭 울음 들리나 어슴푸레 구름 속 세상 같고 서재 안에서 매미와 갈까마귀 울음이 크게 들리나 바야흐로 고요함 속의 세계를 알겠네. 竹籬(죽리) : 대나무 울타리 恍(황) : 활홍하다, 멍하다, 어슴푸레하다 芸窓(운창) : 서책이 좀 먹는 것을 막으려 운초(芸草)를 사용한 데서 유래하여 서재를 멋스레 이르는 말이 되었다. 당나라 소항(蕭項)의 에 却對芸窓勤苦處 각대운창근고처 擧頭全是錦爲衣 거두전시금위의 부지런히 애썼던 서재창을 다시 마주하여 머리 들어보니 모두 비단으로 옷을 입었네 라는 구절이 있다. 雅(아) : 맑다, 우아하다, 크다 蟬吟(선음) : ..

269. 不希榮達 不畏權勢 불희영달 불외권세

我不希榮 아불희영 何憂乎利祿之香餌 하우호이록지향이 我不競進 아불경진 何畏乎仕官之危機 하외호사관지위기 나는 영화를 바라지 않는데 어찌 이익과 관록의 미끼를 걱정하겠는가? 나는 앞다퉈 싸우지 않는데 어찌 벼슬살이의 위기를 두려워하겠는가? 利祿(이록) : 이익과 관록 香餌(향이) : 냄새 좋은 미끼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재물 따위를 비유하는 말 서한의 환관(桓寬)의《염철론鹽鐵論·포현 褒賢》에 香餌非不美也 향이비불미야 龜龍聞而深藏 귀룡문이심장 鸞鳳見而高逝 난봉견이고서 미끼가 아름답지 않지는 않았으나 거북과 용이 듣고는 깊이 숨었고 난새와 봉황이 보고는 높이 날아갔네. 라는 구절이 있다. 競進(경진) : 서로 앞다투려 싸우다(=爭進) 《초사楚辭》에 衆皆競進以貪婪兮 중개경진이탐람혜 憑不厭乎求索 빙불염호구색 모두가..

270. 玩物喪志 借境調心 완물상지 차경조심

徜徉於山林泉石之間 상양어산림천석지간 而塵心漸息 이진심점식 夷猶於詩書圖畫之內 이유어시서도화지내 而俗氣潜消 이속기잠소 故君子 고군자 雖不玩物喪志 수불완물상지 亦常借境調心 역상차경조심 산 숲속 샘과 바위사이를 어슷거리니 속세의 마음이 점점 없어지네 시, 서, 화 속에 태연자약하니 속된 기운이 슬그머니 사라지네. 그런 까닭에 군자는 비록 사물에 푹 빠져 뜻을 잃지 않지만 늘 자연환경을 빌려 마음을 가다듬는다 徜徉(상양) : 힘없이 천천히(한가로이) 거닐다 塵心(진심) : 속세의 일에 더럽혀진 마음 漸息(점식) : 점점 그치다, 없어지다 夷猶(이유) : 태연자약하다, 주저하다, 머뭇거리다 俗氣(속기) : 속된 기운, 질리는 풍속(=俗臭) 潜消(잠소) : 슬그머니 사라지다 玩物(완물) : 경물을 감상하다/명사로 노..

271. 繁華之春 不若秋實 번화지춘 불약추실

春日氣象繁華 춘일기상번화 令人心神駘蕩 영인심신태탕 不若秋日 불약추일 雲白風淸 蘭芳桂馥 운백풍청 난방계복 水天一色 上下空明 수천일색 상하공명 使人神骨俱淸也 사인신골구청야 봄날 날씨는 벅적하고 화려하다. 사람의 마음을 늘어지고 좋게 만든다. 그러나 가을날만 못하다. 구름 희고 바람 맑으며 난초와 계수 향기롭고 물과 하늘이 한 색이며 위아래가 넓고 밝으니 사람의 마음과 몸을 모두 맑게 한다. 繁華(번화) : 번성하고 화려함, 선명하고 곱다 心神(심신) : 마음과 정신 駘蕩(태탕) : 자유분방하다, 제멋대로다, 화창하다 蘭芳(난방) : 난초의 그윽한 향기 桂馥(계복) : 계수나무 향기 蘭芳桂馥은 蘭薰桂馥(난훈계복), 桂馥蘭香(계복난향) 과 같은 말이며 은혜와 공로가 오래 전해짐을 이른다 空明(공명) : 공활하고..

272. 得詩眞趣 悟禪玄機 득시진취 오선현기

一字不識而有詩意者 일자불식이유시의자 得詩家眞趣 득시가진취 一偈不參而有禪味者 일게불참이유선미자 悟禪敎玄機 오선교현기 한 글자도 모르나 시의 맛을 가진 자는 시인의 참 멋을 얻고 하나의 게송도 모르나 선의 맛을 가진 자는 선교의 깊고 오묘한 이치를 깨닫네. 識(식) : (몸소 체득하여) 알다 詩意(시의) : 시의 뜻, 시정(詩情) 시적 정취 偈(게) : 게송(偈頌), 불시(佛詩), 가타(伽陀) 參(참) : (탐구하여) 깨닫다 玄機(현기) : 깊고 묘한 이치 《장자莊子》에 夫博之不必知 부박지불필지 辯之不必慧 변지불필혜 聖人以斷之矣 성인이단지의 무릇 많이 아는 자도 꼭 (도를) 알 지 못하고 말을 잘한다는 자도 꼭 슬기롭지는 않다. (그리하여) 성인은 그런 것을 끊어 버린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273. 像由心生 像隨心滅 상유심생 상수심멸

機動的 기동적 弓影疑爲蛇蝎 궁영의위사갈 寢石視爲伏虎 침석시위복호 此中渾是殺氣 차중혼시살기 念息的 염식적 石虎可作海鷗 석호가작해구 蛙聲可當鼓吹 와성가당고취 觸處俱見眞機 촉처구견진기 심기가 흔들리는 사람은 활의 그림자를 뱀이나 전갈로 의심하고 누워 있는 돌을 엎드린 호랑이로 보니 이 안에는 온통 살기로 넘칠뿐이다. 마음을 비워버린 자는 후조 황제 석호도 갈매기로 만들고 개구리 울음소리는 북과 피리소리와 맞대니 닿는 곳 어디다 참된 진리를 보리라. 機動의 機는 심기(心機)로 마음의 움직임을 말하고 動은 움직임, 흔들리다, 놀라다를 말한다 본디 기민하다, 탄력적이다, 기계로 움직이다, 이다 的(적)은 앞 단어의 상황이나 원인, 그런 사람을 말함 예로 大晴天的,突然就下起雨來는 크게 맑은 날에 돌연 갑자기 비가 내..

274. 來去自如 融通自在 내거자여 융통자재

身如不繫之舟 신여불계지주 一任流行坎止 일임유행감지 心似旣灰之木 심사기회지목 何妨刀割香塗 하방도해향도 몸은 묶이지 않은 배와 같아 흘러가는 대로 멈추는대로 맡겨 내버려두네. 마음은 이미 타서 재가 된 나무와 같으니 칼로 베어도 향불 피워 지워도 거리끼겠는가? 繫(계) : 매다, 묶다 坎止(감지) : 일이 어려워져 그만둠 流行坎止는 일이 잘 풀릴 때는 벼슬에 나서고 막힐 때는 은거함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출처는 《한서漢書》이다. 意爲坎而止 乘流則行 의위감이지 승류즉행 比喻依據環境的逆順 비유의거환경적역순 確定進退行止 확정진퇴행지 뜻이 묻히면 멈추고 흐름을 타면 행동한다는 것은 비유컨대 환경의 거스름과 순종함에 따라 진퇴가 확정되면 행하고 그치고 한다는 것이다. 라는 기록에서 나왔다. 妨(방) : 방해하다,..

275. 憂喜取捨 形氣用事 우희취사 형기용사

人情 인정 聽鶯啼則喜 청앵제즉희 聽蛙鳴則厭 청와명즉염 見花則思培之 견화즉사배지 遇草則欲去之 우초즉욕거지 但是以形氣用事 단시이형기용사 若以性天視之 약이성천시지 何者非自鳴其天機 하자비자명기천기 非自暢其生意也 비자창기생의야 사람의 마음은 꾀꼬리 울음을 들으면 기쁘고 개구리 울음을 들으면 싫어하며 꽃을 보면 키우고자 하고 풀을 만나면 없애고자 하니 그저 모습과 습성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타고난 성품으로 보게 되면 무엇인들 천부적인 기질로 절로 울지 않겠는가? 생명의 의지로 절로 우거지지 않겠는가? 蛙(와) : 개구리 厭(염) : 물리다, 싫어하다 培(배) : 북돋다, 배양하다 形氣(형기) : 형체와 기운, 육체와 정신 用事(용사) : 일을 처리하다, 性天(성천) : 천성(天性) 天機(천기) : 하늘의 뜻,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