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135

286. 乾坤自在 物我兩忘 건곤자재 물아양망

簾櫳高敞 염롱고창 看靑山綠水呑吐雲煙 간청산녹수탄토운연 識乾坤之自在 식건곤지자재 竹樹扶疏 죽수부소 任乳燕鳴鳩送迎時序 임유연명구송영시서 知物我之兩忘 지물아지양망 발 친 창을 높히 열어젖히고 청산 녹수에 구름과 안개 감추고 드러냄을 보면 하늘과 땅이 자유로움을 깨달으리라! 대나무가 무성하고 어린 제비와 산비둘기 철마다 나고 들고 하여도 외부의 물체와 내가 모두 없음을 알리라! 簾櫳(염롱) : 발을 친 창 敞(창) : 문,창 따위를 열어젖히다 高敞은 (토지가) 크고 넓다를 말함 呑吐(탄토) : 감췄다 드러내다/삼키고 뱉다. 乾坤(건곤) : 하늘과 땅- 천지, 우주 自在(자재) : 자유롭다, 편안하다 竹樹(죽수) : 대나무 扶疏(부소) : 무성한 모습 《문선文選》속 서진(西晉) 좌사(左思,250?-305)의 내 ..

287. 生死成敗 一任自然 생사성패 일임자연

知成之必敗 지성지필패 則求成之心 不必太堅 즉구성지심 불필태견 知生之必死 지생지필사 則保生之道 不必過勞 즉보생지도 불필과로 이룸은 반드시 무너짐을 안다면 이룸을 구하려는 마음이 그리 단단할 필요 없고 삶이 반드시 죽음임을 안다면 양생의 도라는 것도 지나치게 애쓸 것은 아니다. 不必(불필) : ...할 것까지는 아니다(없다) 太(태) : 크게, 매우 堅(견) : 단단하게 하다 保生(보생) : 오래 살고자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함 양생(養生)과 같다 過(과) : 지나치게 勞(로) : 애쓰다

288. 流水洛花 身心常靜 유수낙화 신심상정

古德云 고덕운 竹影掃階塵不動 죽영소계진부동 月輪穿沼水無痕 월륜천소수무흔 吾儒云 오유운 水流任急境常靜 수류임급경상정 花落雖頻意自閒 화락수빈의자한 人常持此意 인상지차의 以應事接物 이응사접물 身心何等自在 신심하등자재 옛 고승은 말했다. 대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먼지는 움직이지 않고 둥근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은 흔적도 없다고 우리 유가에서 말했다. 물이 설사 급히 흘러도 심경은 늘 고요하고 꽃이 비록 자주 떨어져도 뜻은 절로 한가하다고 사람이 늘상 이런 뜻을 가지고 세상사에 맞춰 처리하고 교제한다면 심신이 얼마나 편안하겠는가! 古德(고덕) : 옛 고승(高僧)으로 송대 지선(志璇) 지선의 시에 聲色頭上睡眠 성색두상수면 虎狼群裏安禪。 호랑군리안선。 荊棘林内翻身 형극임내번신 雪刃叢中遊戲。 설인총중유희。 竹影掃階..

289. 靜聽自然 閒觀天地 정청자연 한관천지

林間松韻 石上泉聲 임간송운 석상천성 靜裡聽來 識天地自然鳴佩 정리청래 식천지자연명패 草際煙光 水心雲影 초제연광 수심운영 閒中觀去 見乾坤最上文章 한중관거 견건곤최상문장 숲속 솔바람과 돌 위 샘물 소리 고요함 속에서 들리니 천지자연의 음악임을 알겠네. 풀숲 사이 구름과 안개, 물 한가운데 구름 그림자 쉬며 지나는 걸 보니 하늘 땅 최상의 문장을 보네. 松韻(송운) : 소나무를 스치는 바람 송풍(松風), 송도(松濤)와 같다. 백거이(白居易)의 비서감 노씨가 여름에 대나무를 심고 20운을 띄워 시를 올린다는 제목 아래 적은 시에 松韻徒煩聽 桃夭不足觀 송운도번청 도요부족관 梁慚當家杏 臺陋本司蘭 양참당가행 태루본사란 솔바람은 헛되이 자주 들리는데 혼인할 나이라 보기 안타깝네. 대들보로 부끄럽게 이 집은 살구나무로 하..

290. 猛獸易服 人心難制 맹수이복 인심난제

眼看西晉之荊榛 안간서진지형진 猶矜白刃 유긍백인 身屬北邙之狐兎 신속북망지호토 尙惜黃金 상석황금 語云 어운 猛獸易伏 맹수이복 人心難降 인심난항 谿壑易塡 계학이전 人心難滿 인심난만 信哉 신재 서진의 황량한 가시덤불 보고나니 마치 시퍼런 칼 날을 뽐내듯 하네. 몸은 북망산 여우와 토끼 안에 있는데 아직도 황금을 아끼려는가! 옛말에 맹수는 굴복하기 쉬우나 사람의 마음은 항복하기 어렵고 계곡 골짜기 메우기는 쉽지만 사람의 마음 채우기는 어렵다 한다. 정말이구나! 眼看(안간) : 순식간에, 이제, 곧/눈으로 보다 西晉(265-316)은 위, 촉, 오의 삼국을 통일한다. 위나라 신하 사마의가 정권을 장악한 후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손자인 사마염에 의해 세워진 진나라는 사마염의 아들인 무능한 혜제가 위를 이어 황후의..

291. 心無風濤 性有化育 심무풍도 성유화육

心地上無風濤 심지상무풍도 隨在皆靑山綠水 수재개청산녹수 性天中有化育 성천중유화육 觸處見魚躍鳶飛 촉처견어약연비 마음에 풍랑이 치지 않으면 곳곳마다 청산이요 녹수로다. 천성에 자연이 만물을 키우는 힘이 있으면 닥치는 곳마다 물고기 뛰고 솔개가 나는 모습 보네. 心地(심지) : 심지, 마음씨 風濤(풍도) : 바람과 큰 물결 =風浪 隨在(수재) : 이르는 곳마다, 처처(處處)에 性天(성천) : 천성 化育(화육) : 자연이 만물을 발육하다 《중용中庸》에 能盡物之性 능진물지성 則可以贊天地之化育 즉가이찬천지지화육 만물의 본성을 다할 수 있다면 천지의 만물발육을 밝힐 수 있다. 는 내용이 있다. 觸處(촉처) : 가서 닥치는 곳마다 魚躍鳶飛(어약연비)는 《시경》에 鳶飛戾天 魚躍于淵 연비려천 어약우연 솔개가 날아 하늘에 닿..

292. 自適其性 宜若平民 자적기성 의약평민

峨冠大帶之士 아관대대지사 一旦睹輕蓑小笠 일단도경사소립 飄飄然逸也 표표연일야 未必不動其咨嗟 미필부동기자차 높은 관에 큰 띠를 두른 선비도 잠시나마 가벼운 도롱이에 작은 삿갓을 쓰고 정처 없이 떠돌며 한가로운 이를 보게 되면 꼭 탄식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峨冠大帶(아관대박) : 높은 관에 큰 띠, 사대부의 복장으로 峨冠博帶아관박대와 같다 원나라 관한경(關漢卿,1234?-1300?)은 원곡(元曲)사대가의 수장격이다. 그가 지은 첫 절에 必定是峨冠博带一個名士大夫 틀림없이 높은 관에 너른 띠를 둘렀으니 일개 유명한 사대부이리라. 라는 대목이 나온다. 一旦(일단) : 일단, 잠시, 잠깐 睹(도) : 직접 보다. 목도(目睹)하다 蓑(사) : 도롱이(짚 따위로 만든 비옷) 笠(립) : 삿갓 飄飄(표표) :..

293. 魚得水游 鳥乘風飛 어득수유 조승풍비

魚得水逝 어득수서 而相忘乎水 이상망호수 鳥乘風飛 조승풍비 而不知有風 이부지유풍 識此可以超物累 식차가이초물루 可以樂天機 가이낙천기 물고기들은 물이 흘러 헤엄지지만 물에 있음을 서로 잊는다.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이를 인지한다면 가히 세상사 번민을 넘어서고 가히 하늘의 뜻을 즐길 수 있으리라. 逝(서) : 지나가다, 흐르다 相忘(상망) : 피차 서로 잊는다 《장자莊子》 에 泉涸 魚相與處於陸 천학 어상여처어륙 相呴以濕 相濡以沫 상구이습 상유이말 不若相忘於江湖 불약상망어강호 샘이 마르니 물고기들이 서로 뭍에 모여 서로 물기를 내뿜고 물거품으로 적시나 강과 호수에서 서로 잊고 사는 게 낫다네. 라는 구절이 있다. 識(식) : 경험에서 오는 앎. 物累(물루) : 외부관계로 주어진 번..

294. 盛衰何常 强弱安在 성쇠하상 강약안재

狐眠敗砌 호면패체 兎走荒臺 토주황대 盡是當年歌舞之地 진시당년가무지지 露冷黃花 노랭황화 煙迷衰草 연미쇠초 悉屬舊時爭戰之場 실속구시쟁전지장 盛衰何常 성쇠하상 强弱安在 강약안재 念此令人心灰 염차영인심회 여우가 무너진 섬돌에서 자고 토끼가 황폐한 누대를 뛰다니는데 모두 한창 때 노래하고 춤추던 곳이었다. 이슬이 국화를 얼게하고 연기가 시든 풀을 어지럽히는데 다 옛적 전쟁터였었다. 흥망성쇠가 어찌 변함없으랴! 강함과 약함이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걸 생각하면 사람으로 하여 맥빠지게 하노라! 敗砌(패체) : 무너진 섬돌 臺(대) : 높고 평평한 건축물/ 누대, 돈대 盡(진) : 전부, 모두 當年(당년) : 한창 때(전성기) 黃花(황화) : 국화의 다른 이름 衰草(쇠초) : 시든 풀 悉(실) : 다, 모두 常(상) :..

295. 寵辱不驚 去留無意 총욕불경 거류무의

寵辱不驚 총욕불경 閒看庭前花開花落 한간정전화개화락 去留無意 거류무의 漫隨天外雲卷雲舒 만수천외운권운서 굄을 받던 욕을 맞던 놀라지 않고 한가로이 뜰 앞 꽃이 피고 지는 걸 보며 떠남과 머묾에 마음 없이 멋대로 저 높은 곳 구름이 말리고 흩듯 맡기네 寵辱(총욕) : 굄을 받고 욕을 당함/총애와 모욕 閒(한) : 한가롭다 去留(거류) : 떠남과 머묾/죽음과 삶/ 漫(만) : 부사 멋대로/형용사 질펀하다 隨(수) : 맡기다, 좇다 天外(천외) : 매우 높고 먼 곳, 먼 하늘 저 밖 뜻밖의 것 卷(권) : 둥글게 휘말다, 돌돌 감아싸다 舒(서) : 흩어지다, 흩다 이 글은 진계유(陳繼儒,1558-1639)가 편찬했다는 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