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135

236. 會個中趣 破眼前機 회개중취 파안전기

會得個中趣 회득개중취 五湖之煙月盡入寸裡 오호지연월진입촌리 破得眼前機 파득안전기 千古之英雄盡歸掌握 천고지영웅진귀장악 낱낱의 풍취를 깨달으면 오호의 연무어린 달빛이 모두 마음속에 들어오고 눈앞의 운명을 명백히 하면 천고의 영웅 모두 따르고 손아귀에 쥘 것이다. 會得(회득) : 이해하다, 알다 個(개) : 낱낱, 사람 五湖(오호) : 고대 오성(吳城)의 호수로 장소는 여러 설이 있다. 煙月(연월) : 연기에 어린 은은한 달빛/태평함 寸裡(촌리) : 마음 속, 寸은 마음이다. 破(파) : 진상을 밝히다, 명백하게 하다 機(기) : 중요한 일, 마음, 기회, 운명(機運) 歸(귀) : 따르다, 의지하다 掌握(장악) : 손에 쥐다 《列子열자》편에 正度乎胸臆之中 정도호흉억지중 而執節乎掌握之間 이집절호장악지간 가슴 속에..

237. 萬象空幻 上智了心 만상공환 상지료심

山河大地已屬微塵 산하대지이속미진 而況塵中之塵 이황진중지진 血肉身軀且歸泡影 혈육신구차귀포영 而況影外之影 이황영외지영 非上上智無了了心 비상상지무요요심 온 산하 대지가 이미 작은 티끌에 속하는데 하물며 티끌 안의 티끌이니 피와 살, 몸 또한 물거품과 그림자로 돌아가는 데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이니 최고의 지혜가 아니면 깨닫는 마음은 없으리. 微塵(미진) : 아주 작은 티끌이나 먼지 불교용어로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서는 색(色)을 계속 나누었을 때 더 나눌 수 없는 것을 극미(極微)라 하고 중앙과 동서남북상하 6방의 극미가 모여진 물질을 微 또는 微塵(미진, anu-rajas)이라 한다. 況(황) : 하물며 血肉(혈육) : 피와 살, 혈육 身軀(신구) : 몸과 허우대, 체구 泡影(포영) : 물거품과 그림자..

238. 苦短人生 何爭名利 고단인생 하쟁명리

石火光中 爭長競短 석화광중 쟁장경단 幾何光陰 기하광음 蝸牛角上 較雌論雄 와우각상 교자논웅 許大世界 허대세계 부싯돌 부딪혀 나는 빛 안에 길고 짧음을 다투니 얼마간의 세월이겠느냐!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따지니 얼마나 큰 세상이겠느냐! 石火(석화) : 돌과 돌이 부딪혀 일으키는 불 石火光陰석화광음은 돌이 부딪칠 때 불빛이 번쩍하고 없어진다 뜻으로 세월이 매우 빨리 지나감을 이르는 말이다. 북제(北齊) 유주(劉晝)의 《신론新論》에 人之短生猶如石火~ 인지단생유여석화~ 사람의 짧은 삶, 마치 부싯돌 불과 같아~ 라고 적었다. 爭長競短(쟁장경단) : 서로 장단점을 따져 다툼 북송 시인 황정견(黃庭堅,1045-1105)의 에 人家兄弟無不義者 인가형제무불의자 蓋因娶婦入門 개인취부입문 異姓相聚爭長競短 이성상취쟁장경단..

239. 極端空寂 過猶不及 극단공적 과유불급

寒燈無焰 한등무염 敝裘無溫 폐구무온 總是播弄光景 총시파롱광경 身如槁木 신여고목 心似死灰 심사사회 不免墮在頑空 불면타재완공 쓸쓸히 비치는 등불은 불꽃이 없고 해져버린 갖옷은 따뜻함이 없으니 모두 벌어진 형편을 가지고 노는 격이다. 몸은 말라 죽은 나무같고 마음은 불 타 없어져 식은 재와 같으니 허무한 세상에 떨어짐을 면치 못함이라. 寒燈(한등) : 추운 밤에 비치는 등불 쓸쓸히 비치는 등불 無焰(무염) : 번득임(섬광)이 없다 敝裘(폐구) : 낡은 가죽 옷, 해진 갖옷 敝裘는 《전국책戰國策》과 당대 시인 잠삼(岑參)의 시에 보인다. 잠삼의 에 白髮悲明鏡 백발비명경 靑春換敝裘 청춘환폐구 백발은 맑은 거울로 비참하고 청춘은 해진 갖옷과 바꿨네. 라는 구절이 있다. 播弄(파롱) : 가지고 놀다, 장난하다, 부추..

240. 得休便休 了時無了 득휴변휴 요시무료

人肯當下休便當下了 인긍당하휴변당하료 若要尋個歇處 약요심개헐처 則婚嫁雖完 事亦不少 즉혼가수완 사역불소 僧道雖好 心亦不了 승도수호 심역불료 前人云 전인운 如今休去便休去 여금휴거편휴거 若覔了時無了時 약멱요시무요시 見之卓矣 견지탁의 지금 바로 쉬고자 하는 사람은 곧 즉시 끝을 내라. 만일 하나의 쉴 곳을 찾는다면 혼례가 끝났지만 일거리는 줄어들지 않을 뿐이고 승려와 도사가 좋지만 마음은 깨닫지 못할 뿐이다. 옛사람은 이리 말했다. “만일 지금 쉬려면 곧 쉬어라 만일 끝마칠 때를 찾는다면 끝마칠 때는 없다.” 그것을 안다면 탁월한 것이다. 當下(당하) : 일이 있는 바로 그 자리, 그때 便(변) : 곧, 즉시 了(료) : 끝나다, 마치다 / 알고 있다 若要(약요) : 만일 ...하려면 個(개) : 단독의, 하나 ..

241. 從冷視熱 從冗入閑 종냉시열 종용입한

從冷視熱然後 종냉시열연후 知熱處之奔走無益 지열처지분주무익 從冗入閑然後 종용입한연후 覺閑中之滋味最長 각한중지자미최장 차분함으로 바쁨을 바라보고 난 뒤에야 바쁜 곳의 분주함이 무익함을 알고 번잡한 삶을 쫒다가 한가로워지고 난 뒤에야 한가함속의 맛이 가장 오래 감을 깨닫는다. 冷(냉) : 차갑다, 차분하다, 고요하다 熱(열) : 덥다, 바쁘다, 성하다 冗(용) : 번거롭다, 쓸데없다, 번잡하다 滋味(자미) : 맛, 기분 출처는 《여씨춘추呂氏春秋》다. 편에 口之情欲滋味 구지정욕자미 입의 욕구는 맛이다라는 내용에서 나왔다. 250편 退步寬平 淸淡悠久 퇴보관평 청담유구에도 나온다.

242. 不親富貴 不溺酒食 불친부귀 불닉주식

有浮雲富貴之風 유부운부귀지풍 而不必巖棲穴處 이불필암서혈처 無膏肓泉石之癖 무고황천석지벽 而常自醉酒耽詩 이상자취주탐시 뜬구름같이 덧없는 게 부귀라는 풍문이 있다고 바위 동굴에 거처할 필요는 없고 샘과 돌이 고황에 들 듯 자연에 고질이 없어도 늘 절로 술에 취하고 시짓기를 즐겨라! 浮雲富貴(부운부귀) : 뜬 구름같이 덧없는 부귀 風(풍) : 풍문/품격,기질/가르침 巖棲穴處(암서혈처) : 깊은 산속 동굴에 은거하다. 출처는 《한비자韓非子,궤사詭使》로 而士有二心私學 巖居穴處 托伏深慮 大者非世,細者惑下 선비가 학문에 열의가 없고 암굴에 은거하여 명상에 잠겨 크게는 세상을 비난하고 작게는 백성을 현혹한다. 내용이 있다 膏肓(고황) : 병이 생기면 낫기 어렵다는 부위로 심장과 횡격막 사이를 말한다. 膏는 염통밑, 肓은..

243. 競逐聽人 恬淡適己 경축청인 염담적기

競逐聽人而不嫌盡醉 경축청인이불혐진취 恬淡適己而不誇獨醒 염담적기이불과독성 此釋氏所謂 차석씨소위 不爲法纏 不爲空纏 불위법전 불위공전 身心兩自在者 신심량자재자 다투어 쫓음은 남에게 맡기고 만취해도 미워 마라. 담담함이 내게 알맞으나 홀로 깨었음을 자랑 마라. 이것이 석가가 말하는 “법으로도 엉키지 말고 공으로도 엉키지 말라 몸과 마음 둘 다 저절로 있다.”라는 것이다. 競逐(경축) : 다투어 쫓다, 각축하다 聽(청) : 따르다, 남의 의견을 듣다 盡醉(진취) : 술에 잔뜩 취함 恬淡(염담) :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 세상 물욕이 없다, 평안하고 고요하다 《도덕경》하상공 장명 31. 언무장(偃武章)에 恬淡爲上 염담위상 勝而不美 승이불미 담담하고 편안함이 취상이라 이겨도 아름답지 않으니~ 라 적고 있다 適己(..

244. 心閑日長 意廣天寬 심한일장 의광천관

延促由於一念 연촉유어일념 寬窄係之寸心 관착계지촌심 故機閑者 고기한자 一日遙於千古 일일요어천고 意廣者 의광자 斗室寬若兩間 두실관약양간 시간이 느리거나 빠름은 하나의 생각에서 말미암고 땅의 너르고 좁음은 작은 마음에 매여있다. 그러므로 심기가 한가한 사람은 하루도 천년의 시간보다 아득하며 뜻이 넓은 사람은 아주 좁은 방도 하늘과 땅 사이만큼 넓다. 延促(연촉) : (시간이) 느리거나 빠름 시간의 장단 / 노랫소리의 장단 延促劫智(연촉겁지)는 부처가 자기 생각대로 겁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하는 지혜를 말한다. 唐나라 사언(謝偃)의 에 短不可續 長不可去 단불가속 장불가거 延促合度 舒縱所有 연촉합도 서종소유 짧으면 이어지지 않고 길면 사라지지 않으니 길고 짧음이 알맞아야 편안함을 가진다. 라는 내용이 있다. 一念(..

245. 栽花種竹 心境無我 재화종죽 심경무아

損之又損栽花種竹 손지우손재화종죽 儘交還烏有先生 진교환오유선생 忘無可忘焚香煮茗 망무가망분향자명 總不問白衣童子 총불문백의동자 욕심을 덜고 또 덜어내며 꽃과 대나무를 심는데 걱정은 될 수 있는대로 오유선생에게 돌려주네 잊을 것 없음도 잊고 향을 피우며 차를 끓이는데 절대로 백의동자에게 물어보지 않네. 損之又損은《도덕경道德經》48 망지(忘知)장에 爲學日益 爲道日損 위학일익 위도일손 損之又損 以至無爲 손지우손 이지무위 학문을 하면 날로 늘고 도를 닦으면 날로 던다. 덜고 또 덜어내면 무위에 이르니 라고 시작하는 구절에 나온다. 儘(진) : 될 수 있는대로,,,하다(=僅근) 交還(교환) : 돌려주다 烏有先生(오유선생) : 한(漢)대 문장가 사마상여(司馬相如, BC179-BC118)가 쓴 에 등장하는 가상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