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135

226. 樂者不言 言者不樂 낙자불언 언자불락

談山林之樂者 담산림지락자 未必眞得山林之趣 미필진득산림지취 厭名利之談者 염명리지담자 未必盡忘名利之情 미필진망명리지정 숨어 지내는 즐거움을 떠드는 자는 은거하는 뜻을 정말로 얻었다 할 수 없다. 명예과 재물에 대한 이야기가 물린다는 자는 명예과 재물의 정을 모조리 잊었다 할 수 없다. 山林(산림) : 산과 숲, 은거, 은자가 사는 곳 未必(미필) : 반드시(꼭) ...한 것은 아니다 趣(취) : 뜻, 멋 厭(염) : 물리다, 싫어하다, 실증내다 名利(명리) : 명예과 재물 盡(진) : 부사로 모두

227. 無爲無作 優游淸逸 무위무작 우유청일

釣水逸事也 조수일사야 尙持生殺之柄 상지생살지병 奕棋淸戱也 혁기청희야 且動戰爭之心 차동전쟁지심 可見 가견 喜事不如省事之爲適 희사불여생사지위적 多能不若無能之全眞 다능불약무능지전진 낚시질은 드러나지 않는 일이나 오히려 살리고 죽이는 자루를 쥔 것이다. 바둑은 탐욕이 없는 놀이나 또한 전쟁을 치르는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알 수 있으리라! 일을 즐기는 것은 일을 덜어 한적함만 못하고 재주 많음은 무능하여 온전히 참됨만 못함을 釣水(조수) : 釣魚와 같음, 믈고기 잡이 명대 유기(劉基)의 에 耕田釣水 無所維系 경전조수 무소유계 밭갈고 낚시하며 조금도 마음 둔 바 없었다. 고 초야에 묻힌 항백을 표현했다. 逸事(일사) : 세상에드러나지 않은 일 逸은 편안하다, 숨다는 뜻이다. 尙(상) : 오히려, 또한 柄(병) :..

228. 春爲幻境 秋見眞吾 춘위환경 추견진오

鶯花茂而山濃谷艶 앵화무이산농곡염 總是乾坤之幻境 총시건곤지환경 水木落而石瘦崖枯 수목락이석수애고 纔見天地之眞吾 재견천지지진오 꾀꼬리 울고 꽃이 피니 우거져 산은 짙고 골은 고와 모두가 하늘과 땅의 환상적인 경지다. 물이 떨어지고 나뭇잎 지고 바위와 벼랑이 마르자 겨우 천지의 참모습을 알게 되네. 鶯花(앵화) : 꾀꼬리 울고 꽃이 피다(鶯啼花開) 봄날의 경색을 가리키고 기녀(妓女)를 비유한다. 당나라 두보(杜甫,712-770)의 시중에 春日無人境 虛空不住天 춘일무인경 허공부주천 鶯花隨世界 樓閣寄山嶺 앵화수세계 누각기산령 봄날 사람 없는 곳, 텅 비어 머물지 않는 하늘 꾀꼬리와 꽃들이 세상을 따라 울고 피고 누각이 산봉우리를 기대네 라는 싯구가 있다 -《陪李梓州等四使君登惠義寺》 山濃谷艶(산농곡염) : 산은 짙고..

229. 世間廣狹 由于自造 세간광협 유우자조

歲月本長而忙者自促 세월본장이망자자촉 天地本寬而鄙者自隘 천지본관이비자자애 風花雪月本閒 풍화설월본한 而勞攘者自冗 이로녕자자용 세월은 본디 길지만 바쁜 자가 스스로 다그치고 천지는 본디 너른데 속좁은 자가 스스로 좁다하네 바람과 꽃, 눈과 달은 본디 한가로운데 바삐 어수선한 자가 스스로 쓸데없이 번거롭네. 忙(망) : 서두르다, 바쁘다 促(촉) : 다그치다 鄙(비) : 도량이 좁다, 천하다, 비열하다 隘(애) : 좁다, 협소하다 風花雪月(풍화설월) : 바람과 꽃과 눈속의 달 성어로 문학 작품의 대상인 자연 경물임 자구에 얽매여 내용이 빈약한 시문을 말함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곳은 송나라 소옹(邵雍,1012-1077)의 《伊川擊壤集序이천격양집서》에 雖死生榮辱 轉戰于前 수사생영욕 전전우전 曾未入于胸中,증미입우흉중..

230. 趣不在多 景不在遠 취부재다 경부재원

得趣不在多 득취부재다 盆池拳石間 분지권석간 煙霞具足 연하구족 會景不在遠 회경부재원 蓬窓竹屋下 봉창죽옥하 風月自賖 풍월자사 정취를 얻는 것은 많은 곳에 있지 않네. 접시만 한 못과 주먹만 한 돌 틈에도 안개와 노을이 다 채우네. 풍경을 만나는 것은 먼 곳에 있지 않네. 작은 배의 창과 대나무 집 아래도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절로 누리네. 得趣(득취) : 정취를 얻다, 취지를 갖다 《文選문선》에 規遵王度 動中得趣 규준왕도 동중득취 임금의 태도를 따라 좇아 움직임에 정취를 얻네 라고 적었다 盆池(분지) : 대야만 한 못 拳石(권석) : 주먹만 한 돌 煙霞(연하) : 안개와 노을, 고요한 산수의 경치 具足(구족) : 다 갖추다, 모두 채우다 會景(회경) : 풍경을 만나다 蓬窓(봉창) : 작은 배의 뜸 창/쑥으..

231. 靜現本體 水淸影明 정현본체 수청영명

聽靜夜之鐘聲喚醒夢中之夢 청정야지종성환성몽중지몽 觀澄潭之月影窺見身外之身 관징담지월영규견신외지신 조용한 밤 종소리를 듣고 꿈속의 꿈을 일깨우며 맑은 연못의 달그림자를 보며 몸 밖의 몸을 엿보네 喚醒(환성) : 불러 깨우다, 일깨우다 夢中之夢(몽중지몽) : 꿈속의 꿈, 덧없는 세상 夢中夢과 같다. 당대 이군옥(李郡玉,808-862)의 시 에 浮生暫寄夢中夢 부생잠기몽중몽 世事如聞風裡風 세사여문풍리풍 덧없는 인생 잠시 꿈속의 꿈에 맡기니 세상사 뜬소문 속의 뜬소문 같네. 라는 구절이 있다. 澄潭(징담) : 맑은 못 窺見(규견) : 몰래 엿봄 身外之身(신외지신) : 몸밖의 몸 육신이외 열반에 든 몸, 사람의 품격을 말한다. 전신(前身)은 허환(虛幻)이며 후신(後身)은 진신(眞身)이라 한다. 명대 서장가 유변(兪弁,..

232. 天地萬物 皆是實相 천지만물 개시실상

鳥語蟲聲總是傳心之訣 조어충성총시전심지결 花英草色無非見道之文 화영초색무비견도지문 學者 학자 要天機淸徹胸次玲瓏 요천기청철흉차영롱 觸物皆有會心處 촉물개유회심처 새소리 벌레소리 모두 마음으로 깨닫는 비결 꽃이 피고 풀이 물드는 것은 열반에 이르는 의식 배우는 자는 마땅히 천기를 맑게하고 마음속을 맑고 환히하면 사물을 접하는 모두 마음에 꼭 들어맞음이 있으리! 傳心(전심) : 말과 글이 아닌 마음으로 전하여 자연히 뜻을 깨쳐 아는 일 訣(결) : 요결, 비결 英(영) : (꽃이) 피다 色(색) : 물이 들다, 생기가 돌다 見道(견도) : 불교어 삼도의 하나, 사제(四諦)를 명료히 하여 견해 의혹을 끊는 단계 사제는 苦集滅道고집멸도 네가지의 진리임 文(문) : 법도, 예의, 의식 要(요) : 마땅히 ...해야 한다..

233. 讀書悟道 彈琴用神 독서오도 탄금용신

人解讀有字書 인해독유자서 不解讀無字書 불해독무자서 知彈有絃琴 지탄유현금 不知彈無絃琴 부지탄무현금 以跡用不以神用 이적용불이신용 何以得琴書之趣 하이득금서지취 사람은 글이 있는 책은 풀어 읽어도 글이 없는 책은 풀어 읽지 못하네. 줄이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지만 줄이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르네. 형체를 사용할 뿐 정신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찌 거문고와 책의 재미를 알겠는가! 解讀(해독) : 풀이하여 읽음 彈(탄) : 거문고등을 타다, 연주하다 無絃琴(탄무현금)은 도연명(陶淵明)의 일화가 유명하다. 但識琴中趣 何勞弦上聲 단식금중취 하로현상성 도연명은 술을 마시고 흥이 일면 줄이 달리지 않은 거문고를 매만지며 “거문고의 정취만 느끼면 되지 굳이 줄을 튕겨 소리를 낼 것이 있으리오” 라고 한 고사가 전한다 《晉書..

234. 心無物慾 坐有琴書 심무물욕 좌유금서

心無物慾卽是秋空霽海 심무물욕즉시추공제해 坐有琴書便成石室丹丘 좌유금서편성석실단구 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가을 하늘 비 개인 바다요 자리에 거문고와 책이 있으면 신선의 거처라 物慾(물욕) : 물건이나 돈에 대한 욕심 秋空(추공) : 가을 하늘 霽(제) : 비가 개다, 그치다 石室(석실) : 귀중품이나 서적을 둔 곳으로 신선이 거주하는 곳으로 비유함 《史記사기》에 周道廢秦撥去古文 주도폐진발거고문 焚滅詩書 분멸시서 故明堂石室金櫃玉版 고명당석실금궤옥판 圖籍散亂 도적산란 주나라 길이 폐하고 진나라가 고문을 없애고 시경과 서경을 불에 태워 없애버려 명당과 석실에 금궤와 옥판과 그림과 서적이 흩어져버렸다. 라고 적었다. 丹丘(단구) : 신선의 고향, 사는 곳 굴원(屈原)의 《楚辭초사》에 나오는 단어다. 仍羽人于丹丘兮 잉..

235. 盛宴散後 興味索然 성연산후 흥미삭연

賓朋雲集 빈붕운집 劇飮淋漓樂矣 극음임리락의 俄而漏盡燭殘 아이누진촉잔 香銷茗冷 향소명랭 不覺反成嘔咽 불각반성구열 令人索然無味 영인삭연무미 天下事率類此 천하사솔유차 人奈何不早回頭也 인내하불조회두야 손님과 친구들이 구름처럼 모여 실컷 마시니 입가로 줄줄 흐르네, 기쁘구나! 금새 시간이 지나 촛불도 꺼지고, 피운 향도 다하고 차도 식어져 어느새 도리어 목이 메어 울컥하니 사람들로 눈물이 흐르고 흥미를 잃게 하는구나! 천하의 일이 대개 이와 비슷한데 사람은 어찌 일찍 고개를 돌리지 않는가! 賓朋(빈붕) : 손님과 친구 劇飮(극음) : 술 따위를 지나치게 마심 송나라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에 是日,劇飮而歸 시일, 극음이귀 그날실컷 마시고 돌아왔다. 라는 구절이 있다. 淋漓(임리) : 물이나 피가 흠뻑 젖어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