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79

북산 김수철의 계산적적도 화제

溪山寂寂無人間 계산적적무인간 好訪林逋處士家 호방임포처사가 개울산이 적적하니 만날 이가 없는데 임포거사의 집을 즐겨 찾는다. 북산 김수철(金秀哲)이 스스로 매화를 아내로 학을 아들이라 하여 사람들이 梅妻鶴子라 불린 임포(林逋, 967-1028)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중앙박물관의 설명으로는 산과 바위를 연한 먹빛으로 칠하고 태점(苔點 : 산이나 바위, 땅 또는 나무 줄기에 난 이끼를 표현하는 작은 점)을 찍어 장식적 효과를 높이고, 온통 먹빛인 가운데 임포가 머물고 있는 집과 임포의 옷색은 붉은색으로 다리 건너 그를 찾아오는 이의 옷은 푸른색으로 산뜻한 대비를 이룬다고 하였다.. 북산이 쓴 글과 비슷한 송대 곽인(郭印)이 지은 이라는 시가 있다. 곽인은 생몰이 불상이다. 그의 호는 역악거사(亦樂居士)로 자..

옛 그림 속 글 2022.02.11

북산 김수철의 하경산수도 화제

참 끌리는 그림이다. 문외한이니 논할 수는 없다. 추사가 “구도가 대단히 익숙하고 붓놀림에 막힘이 없다. 다만 채색이 세밀하지 못하고 인물 표현에서 속기(俗氣)를 면치 못했다.”라는 평을 했고, 위창은 북산이 그린 그림에 추사의 다른 평을 옮겨 ‘有極可喜處 不作近日一種率易之法’이라 썼다. ‘극진함이 있어 기뻐할 만한 구석이 있다. 근래 일종의 솔이지법(率易之法)같은 것은 따라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될 듯하다. 솔이지법을 추사는 추구할 바 못 되는 것이라 깎아내린 것인데 요즘 북산의 그림을 추사가 솔이지법이라 칭찬했다고 하니 어색해진다. 그러든 저러든 그림이 편하다. 저런 곳이 대한에 존재한다면 가보고 싶다. 북산이 그림의 화제(畫題)로 쓴 글 幾回倦釣思歸去 又爲蘋花住一年 이 글귀는 에서 따온 것이다...

옛 그림 속 글 2022.02.10

북산 김수철의 산수대련 화제

북산의 산수대련이다. 북산 김수철의 개략적인 생애는 북산의 산수화 화제에 대한 글로 대신한다. 두 그림 화제 중의 하나는 전에 살핀 북산의 산수화 화제와 같다. 문징명(文徵明,1470-1559)의 《제양일도(題養逸圖)》 시의 첫 번째 구절 중 忙身見畵剛生愧 망신견화강생괴 安得身閒似畵中 안득신한사화중 바쁜 몸이 그림을 보니 바야흐로 부끄러움이 생기네 어찌하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듯 한가할 수 있을까? 의 내용을 썼고 다른 하나는 죽라(竹瀨) 이일화(李日華,1565-1635)의 《자도헌잡철紫桃軒雜綴》속 과 에 보이는 시의 구절을 썼다. 霜落蒹葭水國寒 상락겸가수국한 浪花雲影上漁竿 낭화운영상어간 畵成未擬將人去 화성미의장인거 茶熟香温且自看 다숙향온차자간 이슬이 갈대에 내려 강남은 찬데 낚시대 위로 이는 물보라와..

옛 그림 속 글 2022.02.01

북산 김수철 산수화 화제

김수철(金秀哲)은 조선 말기의 화가로, 그의 자는 사익(士益), 사앙(士盎), 호는 북산(北山)이며, 본관은 분성(盆城, 지금의 김해)이다. 이름을 '김수철(金秀喆)'로 쓰기도 한다. 그의 출신이나 생애 등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나 동대문 밖 석관동(石串洞)에 살았다고 하며, 같은 시기에 유사한 화풍을 구사한 김창수(金昌秀)와 동일인일거라 가늠되고 있다. 연대를 알 수 있는 김수철의 작품 중에 '무릉춘색도'(武陵春色圖)가 1862년으로 가장 늦게 제작되어서 그가 이 시기 이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수철은 같은 중인 계층의 여항문인(閭巷文人)들과 교유했다. 그는 조희룡(趙熙龍,1789-1866), 유최진(柳最鎭,1791-1869), 전기(田琦,1825-1854), 유재소(劉在韶,1829-19..

옛 그림 속 글 2022.02.01

김수철의 석매도 속 철석심장

김수철의 생몰은 미상이다. 그의 자(字)는 사앙(士盎)이며 호는 북산(北山)이다. 괴석에 꽃이 한창인 매화를 그렸다. 일반적인 북산의 필체와는 다르다고 한다. 이 그림에 북산이 쓴 글 철석심장. 강철과 돌의 비유가 매화가 어울려 옛 시와 그림에 많이 보이는 결합이다. 어느 자료를 보니 철석심장의 출처가 藩方(번방)이라는 사람이 沈樞(심추)라는 고향선배가 귀양을 가서도 꿋꿋하다며 쓴 시의 일부라는 설명이 있다. 과연 그럴까? 남송대(南宋代) 藩(번) 성을 삼은 이는 없고 潘(반)씨는 있다. 반방(潘方)은 온주(溫州)평양(平陽)사람으로 1256년 이종(理宗)대에 진사를 지내고 경원부(慶元府)의 세금관리(市舶使)에 있다가 경원(慶元, 지금의 영파寧波)이 원나라에 복속되자 물에 뛰어들어 죽은 이다. 그는 철석심..

옛 그림 속 글 2022.01.28

심사정의 파교심매도를 보면서

맹호연(孟浩然,689-740)은 양양(襄陽) 사람이라 맹양양(孟襄陽)으로 불리었는데, 이름이 호(浩)이고 자(字)가 호연(浩然)이다. 진사시험에 수차례 떨어져 장안에서 벼슬길을 도모하던 중 시불(詩佛) 왕유(王維,699?-759)와 왕창령(王昌齡,698-755?)과 교류하였고 성당(盛唐)시대 자연시 전통을 대표하는 4명의 인물로 불리는 왕맹위유(王孟韋柳) 중의 하나인데, 왕유와 맹호연, 위응물(韋應物,737-804), 유종원(柳宗元,773-819)이 그들이다. 왕유가 천거하여 현종(玄宗)을 만났을 때 ‘부재명주기(不才明主棄)’ 즉 재주가 없어 영명한 군주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구절로 인해 현종이 화를 내며 ‘그대 스스로 관직을 구하지 않았고 나는 그대를 버린 적이 없다.’고 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춘효(..

옛 그림 속 글 2021.03.05

김정희 추수백운도와 김유근의 시

이것은 추사 김정희(金正喜,1786-1856)가 그리고 김조순의 아들 황산(黃山) 김유근(金逌根,1785-1840)이 발제를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을 왜 ‘영영백운도’라 하는지 영문은 알겠는데 김유근의 유고집인 황산집(黃山集)에 題秋樹白雲圖(제추수백운도)가 실려 있다. 이 작품에 적힌 글은 이러하다. 英英白雲(영영백운) 繞彼秋樹(요피추수) 從子衡門(종자형문) 伊誰之故(이수지고) 山川悠邈(산천유막) 昔不我顧(석불아고) 何如今者(여하금자) 庶幾朝暮(서기조모) 아름다운 흰 구름 저 가을날 나무를 휘감네 그대의 허름한 집을 좇은 건 무엇 때문일까? 산천은 아득하여 옛적 나는 돌보지 않았네 어떠한가 지금은? 아침 저녁 만나세. 英英(영영)은 유연하고 나긋하며 밝은 모양, 아름다운 모양을 말한다. 뭉게구름은 叢雲(..

옛 그림 속 글 2021.01.01

김홍도의 서원아집도와 표암의 화제

지난 번 김홍도의 선면 서원아집도를 보았다. 이것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비단에 그린 122.7 ×287.4cm 짜리 다. 6폭 병풍으로 제작된 듯한 이 그림에도 강세황의 제발(題跋)이 쓰여 있다. 余曾見雅集圖無慮畵數十本 여증견아집도무려화수십본 嘗以仇十洲所畵篇第一 상이구십주소화편제일 其外瑣瑣不足畫記 기외쇄쇄부족화기 今覽士能此圖 금람사능차도 筆勢秀雅布置得宜 필세수아포치득의 人物儼如生動 인물엄여생동 書於元章之題璧 서어원장지제벽 伯時之作圖 백시지작도 子瞻之寫字等 자첨지사자등 不渾其眞意與其人相合 불혼기진의여기인상합 此能神悟天授 차능신오천수 比諸十洲之纖弱 비제십주지섬약 不夤?過之 불인?과지 將直與李伯時之元本 장치여이백시지원본 相上下不差 상상하불차 我東今世乃肖?此神筆 아동금세내초?차신필 畵不固不減元本 화불고불감원본..

옛 그림 속 글 2020.11.25

김홍도의 <선면서원아집도>와 화제

송나라 초기 1086년 개봉에 있었다는 왕선 서원의 모임을 그린 그림이다. 왕선은 송나라 영종의 사위로 부마도위다. 당년은 영종의 손자인 철종의 재위 후 해가 바뀌어 원우(元祐) 원년이 된다. 소식蘇軾1037-1101, 채조蔡肇?-1119, 이지의李之義1048-1117, 소철蘇轍1039-1112, 황정견黃庭堅1045-1105, 이공린李公麟1049-1106, 조보지晁補之1053-1110, 장뢰張耒1054-1114, 정정로鄭靖老, 진관秦觀1049-1100, 진경원陳景元, 미불米芾1051-1107, 왕흠신王欽臣1034-1101, 원통대사圓通大師1027-1090, 유경劉涇1043-1100, 왕선王詵1036-1104 등 16명(진사도陳師道1052-1102까지 합치면 17명이라고 함)의 문인묵객이 이곳에서 문아의 ..

옛 그림 속 글 2020.11.01

김홍도의 단원도와 글

그림 상단에 우측에 두 절구의 시가 적혀있다. 錦城東畔歇蹇驢 금성동반헐건려 三尺玄琴識面初 삼척현금식면초 白雪陽春彈一曲 백설양춘탄일곡 碧天寥廓海山虛 벽천요곽해산허 금성당 동쪽 가에 절뚝발이 노새를 쉬게 하고, 석자 거문고로 처음 만남 노래하네. 양춘백설 한 곡 뜯으니 푸른 하늘 광활하고 바다와 산이 비었구나. 檀園居士好風儀 단원거사호풍의 澹拙其人偉且奇 담졸기인위차기 誰敎白首山南客 수교백수산남객 拍酒衝琴作許癡 박주충금작허치 단원거사는는 풍채가 좋고 반듯하며 담졸 그 사람은 크고 기이하다. 누가 흰머리의 산남의 나그네로 하여금 손뼉치며 술마시고 거문고 치며 미치게 만들었나. 滄海翁作 창해옹작 정란이 지었다. 진관동 금성당(錦城堂)이 남아 있다. 금성당은 금성대군을 주신(主神)으로 모신 굿당이다. 금성대군(14..

옛 그림 속 글 20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