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237. 萬象空幻 上智了心 만상공환 상지료심

허접떼기 2024. 3. 26. 16:46

 

山河大地已屬微塵 산하대지이속미진

塵中之塵 이황진중지진

血肉身軀且歸泡影 혈육신구차귀포영

而況影外之影 이황영외지영

 

上上智無了了비상상지무요요심

 

온 산하 대지가 이미 작은 티끌에 속하는데

하물며 티끌 안의 티끌이니

피와 살, 몸 또한 물거품과 그림자로 돌아가는 데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이니

 

최고의 지혜가 아니면 깨닫는 마음은 없으리.

 

微塵(미진) : 아주 작은 티끌이나 먼지

 불교용어로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서는

 색()을 계속 나누었을 때 더 나눌 수 없는 것을

 극미(極微)라 하고

 중앙과 동서남북상하 6방의 극미가 모여진 물질을

 微 또는 微塵(미진, anu-rajas)이라 한다.

() : 하물며

血肉(혈육) : 피와 살, 혈육

身軀(신) : 몸과 허우대, 체구

泡影(포영) : 물거품과 그림자. 덧없음을 이르는 말

  泡影落空(낙공)과 같은 말로

 《金剛經금강경<應化非眞分응화비진분>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모든 중생이 미혹으로 거듭되는 윤회의 세계는

꿈이요 환상이요 물거품이요 그림자니라.

라는 사구게의 내용이 있다.

影外之影(영외지영) : 실체가 없는 것

 사람에게서 명예와 이익과 권위 같은 것은

 거울 속의 꽃이요 물 속의 달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이다.

약탄(若坦) 영해대사(影海大師,1668-1754)가 남긴

시집초(詩集抄) 서문에

天若覆釜焉

地若平盤焉 山如雲焉

舟如月焉 沙如雪焉 島如星焉

扶桑若薺焉

大鵬若蠛焉

此皆天地影外之影

하늘은 솥을 엎어놓은 것 같고,

대지는 평평한 쟁반 같으며, 산은 구름 같고

배는 달 같고 모래밭은 눈 같고 섬은 별 같고

동해 신기한 나무는 냉이 같고

큰 붕새는 작은 날벌레 같으니,

이는 모든 천지 그림자 바깥의 그림자인 것이다.

라고 적었다.

上上(상상) : 가장 좋은,

 부처의 깨달음을 無上上이라 한다

당나라 승려 한산(寒山)의 시<詩三百三> 275번째에

上上高節者 鬼神欽道德 상상고절자 귀신흠도덕

가장 절개가 높은 자는 귀신도 그 도덕을 공경하네.

라는 싯구가 있다.

了了(요료) : 분명히 알다, 맑고 빛나다

 동진(東晉) 원굉(袁宏,328-376?)이 쓴

 《後漢紀후한기<獻帝紀헌제기>

 小時了了소시료료자

 至大亦未能奇也 지대역미능기야

 어려서 분명히 깨달은 자는

 커서도 뜻밖일 수 없네

라 적었고

이백(李白,701-762)<代美人愁鏡대미인수경>

明明金鵲鏡 了了玉臺前 명명금작경 요료옥대전

밝디 밝은 까치 무늬 거울이

옥대 앞에서 맑고 빛나네

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