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239. 極端空寂 過猶不及 극단공적 과유불급

허접떼기 2024. 3. 24. 22:44

오금목(吳琴木)의 상월한등(霜月寒燈)

寒燈無焰 한등무염

敝裘無溫 폐구무온

總是播弄光景 총시파롱광경

 

身如槁木 신여고목

心似死灰 심사사회

不免墮在頑空 불면타재완공

 

쓸쓸히 비치는 등불은 불꽃이 없고

해져버린 갖옷은 따뜻함이 없으니

모두 벌어진 형편을 가지고 노는 격이다.

 

몸은 말라 죽은 나무같고

마음은 불 타 없어져 식은 재와 같으니

허무한 세상에 떨어짐을 면치 못함이라.

 

寒燈(한등) : 추운 밤에 비치는 등불

                    쓸쓸히 비치는 등불

無焰(무염) : 번득임(섬광)이 없다

敝裘(폐구) : 낡은 가죽 옷, 해진 갖옷

  敝裘전국책戰國策

  당대 시인 잠삼(岑參)의 시에 보인다.

잠삼의 <聞宇文判官西使還문우문판관서사환>

  白髮悲明鏡 백발비명경

  靑春換敝裘 청춘환폐구

  백발은 맑은 거울로 비참하고

  청춘은 해진 갖옷과 바꿨네.

  라는 구절이 있다.

播弄(파롱) : 가지고 놀다, 장난하다, 부추기다

원곡(元曲) 4대가 중 하나 백박(白朴,1226-1306)

 <唐明皇秋夜梧桐雨당명황추야오동우>

  如今明皇已昏盹 여금명황이혼순

  楊國忠李林甫播弄朝政 양국충이임보파롱조정

  이제 황제가 이미 죽어 눈을 감았으니

  양국충 이임보가 조정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光景(광경) : 벌어진 일의 형편이나 모양

槁木(고목) : 말라 죽은 나무

死灰(사회) : 불 기운이 사라져 식은 재,

    생기없는 사람을 비유

頑空(완명) : 공에만 집착함

  불교에서는 冥頑空虛명완공허라 한다.

은 산스트리트어 sunya로 속이 텅 비다를 말한다.

현장이 으로 번역한 이유는 딱히 없어서다.

  頑은 완고하다, 무디다를 말하는 데

일체는 공하다는 一切皆空에 집착하여 모든 것이

생명력이 없는 것으로 이해함을 頑空이라 한다.

  色卽是空색즉시공 空卽是色공즉시생에서

색즉시공만 붙들고 있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斷滅空단멸공 無記空무기공과도 연관이 있다.

  도교에서는

무지무각(無知無覺) 무사무위(無思無爲)

허무한 경계를 말한다.

송대 범성대(范成大,1126-1193)의 시

<釣池口阻風迷失港道조지구조풍미실항도> 끝에

蒲團坐暖看香篆 포단좌난간향전

作止任滅如頑空 작지임멸여완공

부들방석 자리가 따스하고 전자체 향을 바라보니

행동거지가 마치 허무한 지경처럼 꺼지는 듯하네.

라고 마무리로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