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292. 自適其性 宜若平民 자적기성 의약평민

허접떼기 2024. 1. 5. 15:30

고평(顧平)의 송암사양(松巖斜陽) 環太湖에서 판매중

峨冠大帶之士 아관대대지사

一旦睹 일단도경사소립

飄飄然逸也 표표연일야

未必不動其咨嗟 미필부동기자차

 

높은 관에 큰 띠를 두른 선비도

잠시나마 가벼운 도롱이에 작은 삿갓을 쓰고

정처 없이 떠돌며 한가로운 이를 보게 되면

꼭 탄식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峨冠大帶(아관대박) : 높은 관에 큰 띠,

사대부의 복장으로 峨冠博帶아관박대와 같다

원나라 관한경(關漢卿,1234?-1300?)

원곡(元曲)사대가의 수장격이다.

그가 지은 <사천향謝天香> 첫 절에

必定是峨冠博带一個名士大夫

틀림없이 높은 관에 너른 띠를 둘렀으니

일개 유명한 사대부이리라.

라는 대목이 나온다.

一旦(일단) : 일단, 잠시, 잠깐

() : 직접 보다. 목도(目睹)하다

() : 도롱이(짚 따위로 만든 비옷)

() : 삿갓

飄飄(표표) :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모양으로

 마음이 경쾌하고 가뿐한 모습

飄然(표연)은 정처없이 떠도는 모습을 말함

未必(미필) : 반드시 ...한 것은 아니다.

꼭 그렇다 할 수 없다

咨嗟(자차) : 한 숨을 쉬다/애석히 여겨 탄식하다

 

長筵廣席之豪 장연광석지호

一旦遇疎簾淨几 일단우소렴정궤

悠悠焉靜也 유유언정야

未必不增綣戀 미필부증권련

 

긴 자리에 너른 의자를 차린 부호도

잠깐 성기게 엮은 발에 깨끗한 책상을 차리고

느긋하고 여유있는 고요함을 만나게 된다면

간절한 그리움이 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명말원초 승려 宗泐(종륵,1318-1391)

<수곽모태유인시 壽郭母太孺人詩>

長筵廣席盛羅列 駝峰鳳髓皆珍羞

긴 자리와 너른 의자를 성대히 펼쳐 놓고

낙타 육봉에 봉수탕 모두 진수성찬이네.

라는 싯구가 있다.

한옹(韓雍,1422-1478)양의문집襄毅文集

실려 있다.

疎簾(소렴) : 성기게 엮은 발, 거친 발

淨几(정궤) : 깨끗한 책상

 명창정궤(明窓淨几)-밝은 창에 깨끗한 책상,

 검소하고 깨끗하게 꾸민 방을 말한다.

悠悠(유유) : 한가하고 여유있는 모양, 悠悠自適

綣戀(권련) : 간절히 생각하며 그리워함(眷戀)

 

奈何驅火牛 인내하구이화우

誘以風馬 유이풍마

而不思自適其性哉 이불사자적기성재

 

사람들은 어찌 불붙은 소를 몰아 쫓거나

암내나는 말로 꾀어내려고만 하고

본성에 유유자적하려는 생각을 않는가!

 

奈何(내하) : 어찌,,,하는가!(반문)

() : (소나 말을)몰다

火牛(화우) : 양쪽 뿔에 무기를 묶고

 기름먹인 갈대를 꼬리에 매고 불을 붙여

 적진으로 쇄도하게 한 소

화우지계(火牛之計) 또는 화우법(火牛法)

병법의 하나로 여러 마리의 황소 뿔에 칼을 매고

꼬리에는 기름 뭉치나 갈대 다발을 매단 다음

불을 놓아 적편으로 몰아 쫓는 계책이다.

()나라 전단(田單)이 화우법으로

()나라를 공격해 뺏겼던 70여 성을 되찾았다.

風馬(풍마) :

風馬牛不相及(풍마우불상급)이란 말이 있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로

암내 나는 마소가 짝을 구하나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미치지 못한다로 전혀 관계가 없음을 일컫는다.

서주(西周) 소왕(昭王,재위BC996-BC977)이 양자강 아래 오랑캐를 정복하고자 두 차례 초()나라 원정에 나섰는데 한수(漢水)를 건너다 원망에 찬 해당 백성이 아교로 붙힌 배가 물에 풀려 무너져 한수에 빠져 죽었다. ()나라 환공(桓公)이 관중(管仲)을 얻어 패주(霸主)가 되자 평소 불만이었던 초나라를 치고자 소왕의 죽음 등을 이유로 일곱국가와 회맹을 가졌다. 이를 듣게 된 초나라 성왕(成王)이 대비책을 강구하면서 굴완(屈完)을 보내 제환공을 달래게 하였고 이들의 대화에서 風馬牛不相及이 나오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굴완의 설득이 성공하여 제와 초는 소릉에서 타협하게 된다(소릉지맹召陵之盟)

君處北海 寡人處南海風馬牛不相及也

不虞君之涉吾地也何故

군께서는 북해에 있고 과인은 남해에 있어

암내 난 마소라도 서로 닿을 수 없습니다.

뜻밖으로 군께서 제 땅을 건너시려는데 왜죠?

라고 설득하며 건넸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