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135

316. 天性未枯 機神觸事 천성미고 기신촉사

萬籟寂寥中忽聞一鳥弄聲 만뢰적요중홀문일조농성 便喚起許多幽趣 변환기허다유취 萬卉摧剝後 忽見一枝擢秀 만훼최박후 홀견일지탁수 便觸動無限生機 변촉동무한생기 可見性天未常枯槁 가견생천미상고고 機神最宜觸發 기신최의촉발 온갖 소리 고요한 중에 문득 한 마리 새 울음이 들려 곧 허다하고 그윽한 풍치를 불러일으키네 온갖 초목이 쓰러진 뒤 문득 한 가지 홀로 빼어나 보니 문득 무한한 생명의 기틀을 자극하여 건드렸네. 천성은 일찍이 메말라 시든 적 없음을 볼 수 있고 현묘한 기미가 가장 알맞게 촉발되었음을 볼 수 있네. 萬籟(만뢰) : 자연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소리 萬籟俱寂(만뢰구적) - 아무 소리 없이 잠잠하여 고요함 寂寥(막료) : 고요하다, 적적하고 쓸쓸함 忽(홀) : 느닷없이, 문득 弄聲(농성) : (짐승) 울음소리..

317. 善操身心 收防自如 선조신심 수방자여

白氏云 백씨운 不如放身心 冥然任天造 불여방신심 명연임천조 晁氏云 조씨운 不如收身心 凝然歸寂定 불여수신심 응연귀적정 放者流爲猖狂 방자유위창광 收者入於枯寂 수자입어고적 唯善操身心的 유선조신심적 欛柄在手 파병재수 收放自如 부방자여 백거이가 말했다. 몸과 맘을 내버려 두고 묵묵히 하늘의 조화에 맡기라고 조형은 말했다. 몸과 맘을 거두어 진중히 적정의 상태로 돌아가라고 내버려 둔다는 것은 떠돌다 미쳐 날뛰게 됨이고 거둬들인다는 것은 맛이 없고 적막할 따름이라 오로지 몸과 마음을 잘 다루는 이야말로 손에 근본을 쥐고 자유자재로 거둬들이거나 내버려 두거나 하느니라. 白氏(백씨) : 백거이(白居易,772-846) 백거이의 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沈憂竟何益 只自勞懷抱 침우경하익 지자노회포 깊은 근심은 끝내 얼마나 쌓..

318. 自然人心 融和一體 자연인심 융화일체

當雪夜月天心境便爾澄徹 당설야월천심경변이징철 遇春風和氣意界亦自冲融 우춘풍화기의계역자충융 造化人心混合無間 조화인심혼합무간 눈 내린 밤 달빛이 나타나니 심경이 곧 아주 맑아지고 봄바람에 따스해지니 정취도 절로 부드럽고 평안하네. 대자연의 조화와 사람 마음이 한 데 섞여 틈이 없네. 月天(월천) : 월천자(인도신화 달의 신 찬드라Candra) 여기서는 달, 달빛이다(=月光, 月亮) 便(변) : 곧, 즉시, 바로 爾(이) : 이와 같다, 이러하다 澄徹(징철) : 맑고 투명하다, 아주 맑다 意界(의계) : 문학작품에 표현된 경지, 경계, 정취 청대 조익(趙翼,1727-1814)의 《후원거시後園居詩》에 顧獨少外營 意界轉栩栩 고독소외영 의계전허허 외딴 작은 외영을 돌아보면 정취는 오히려 생생했다. 는 싯구가 있다. 冲..

319. 文以拙進 道以拙成 문이졸진 도이졸성

文以拙進道以拙成 문이졸진도이졸성 一拙字有無限意味 일졸자유무한의미 如桃源犬吠桑間鷄鳴 여도원견폐상간계명 何等淳龐 하등순롱 至於寒潭之月古木之鴉 지어한담지월고목지아 工巧中便覺有衰颯氣象矣 공교중변각유쇠삽기상의 글은 서툴러야 나아지고 도는 모자라야 이룬다. 졸이란 한 글자는 무한의 뜻이 있다. 무릉도원에 개 짖고 뽕나무 사이 닭 운다고 하니 얼마나 순수하고 질박한가! 차디찬 못의 달과 고목의 갈까마귀를 말한다면 공교함 속에 되려 쇠잔한 날씨를 느끼게 된다! 拙(졸) : 서투르다, 꾸민 데가 없이 순수하다. 《도덕경 道德經》에 大成若缺 其用不弊 대성약결 기용불폐 大盈若沖 其用不窮 대영약충 기용불궁 大直若屈 대직약굴 大巧若拙 대교약눌 大辯若訥 대변약눌 靜勝躁 寒勝熱 정승조 한승열 淸靜爲天下正 청정위천하정 크게 이룸은 ..

320. 以我轉物 逍遙自在 이아전물 소요자재

以我轉物者 이아전물자 得固不喜失亦不憂 득고불희실역불우 大地盡屬逍遙 대지진속소요 以物役我者 이물역아자 逆固生憎順亦生愛 역소생증순역생애 一毛便生纏縛 일모변생전박 내가 물질을 부리는 자는 얻어도 본디 기쁘지 않고 잃어도 걱정하지 않는 법 넓고 큰 땅 모두 유유자적할 곳이네! 물질이 나를 부리는 자는 역경에는 원한이 생기고 순경에는 애착이 생기는 법 터럭 하나에도 다시 번뇌가 생겨나는 것이네! 轉(전) : 다루다, 부리다, 조종하다 物(물) : 사물, 물질, 자기와 상대적 개념의 환경 固(고) : 본디부터, 물론...거니와(固然) 大地(대지) : 하늘에 대한 땅. 天地라 적은 책도 있다 逍遙(소요) : 아무 구속을 받지 않다, 자유롭게 거닐다 자적하여 즐기다 逆(역) : 역경逆境, 불행한 처지 順(순) : 순경..

321. 形影皆去 心境皆空 형영개거 심경개공

理寂則事寂 이적즉사적 遣事執理者 견사집리자 似去影留形 사거영류형 心空則境空 심공즉경공 去境存心者 거경존심자 如聚羶却蚋 여취전각예 본성이 사라지면 사물도 사라지는 것 사물을 버리고 본성을 잡고 있는 것은 그림자를 없애고 형태를 남기는 것과 같다. 마음이 비었다면 상황도 빈 것이라 상황을 지우고 마음을 남기는 것은 누린 고기를 모아 놓고 파리매를 피하는 것과 같으니라. 理(이) : 사물과 현상의 본성 事(사) : 각 사물과 현상 《화엄경華嚴經》에서는 理와 事는 상대적 개념으로 제기하며, 부처의 지혜 중 하나로 불성이 첫 정체(整體)임을 증거한다. 물질계의 환영이며 본체 세계의 진실 두 관계는 모순 없이 서로 통일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세속과 종교 수행이 단절되지 않은 것처럼 중생과 진정한 불성 사이에서도 장..

322. 任其自然 萬事安樂 임기자연 만사안락

幽人淸事總在自適 유인청사총재자적 故酒以不勸爲歡 고주이불권위환 棋以不爭爲勝 기이부쟁위승 笛以無腔爲適 적이무강위적 琴以無絃爲高 금이무현위고 會以不期約爲眞率 회이불기약위진솔 客以不迎送爲坦夷 객이불영송위탄이 若一牽文泥迹 약일견문니적 便落塵世苦海矣 변락진세고해의 은둔자의 고상한 일은 모두 하고픈 대로 편히 사는 것 그래서 술은 권하지 않음을 기쁨으로 하고 바둑은 다투지 않음을 승리로 하며 피리는 구멍 없는 것을 알맞음으로 하고 거문고는 줄이 없는 것을 높이 사며 만남은 기약 없음을 진솔함으로 하고 손님은 맞이하거나 전송 없음을 마음 편히 하네 만약 한결같이 문자에 얽매이고 자취에 거리낀다면 곧 속세라는 고통의 바다에 떨어진다네. 幽人(유인) : 은자, 은둔하여 사는 사람 淸事(청사) : 고상한 일 自適(자적) :..

323. 思及生死 萬念灰冷 사급생사 만념회냉

試思未生之前有何象貌 시사미생지전유하상모 又思旣死之後作何景色 우사기사지후작하경색 則萬念灰冷 즉만념회냉 一性寂然 일성적연 自可超物外遊象先 자가초물외유상선 잠시 태어나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생각해 보고 또 이미 죽은 후에 어떤 풍경을 만들 지 생각한다면 곧 일만 가지 생각이 사라져 식으며 본성만이 꼼짝 않고 조용히 남아 절로 만물 밖을 넘어 태초 이전의 상태에서 떠돌 것이라. 試(시) : 잠시, 시험 삼아 해보다, 떠보다 未生(미생) : 여기서는 태어나기 전 象貌(상모) : 모습, 형상 景色(경색) : 풍경, 경치(景致) 灰冷(회냉) : 心灰意冷의 준말로 마음의 의지가 식다, 소침해지다 一性(일성) : 한결같이 불변하는 본성 寂然(적연) : 고요한 모양, 꼼짝 않고 있는 모양 象先(상선) : 태초 이전의..

324. 卓智之人 洞燭機先 탁지지인 통촉기선

遇病而後思强之爲寶 우병이후사강지위보 處亂而後思平之爲福 처란이후사평지위복 非蚤智也 비조지야 倖福而知其爲禍之本 행복이지기위화지본 貪生而先知其爲死之因 탐생이선지기위사지인 其卓見乎 기탁견호 병을 만나서야 강건함이 보물임을 생각하고 난리에 처해서야 평화가 복임을 생각하니 빠른 지혜가 아니다. 복을 바라면서 그것이 화의 근본이 됨을 알고 살기를 탐내면서 그것이 죽음의 원인임을 안다면 그것은 탁월한 생각이다. 蚤(조) : 본디 벼룩이며 早(조)와 통용하여 일찍을 뜻함 倖(행) : 바라다 見(견) : 명사 의견, 생각

325. 雌雄姸醜 一時假相 자웅연추 일시가상

優人傳粉調朱 우인전분조주 效姸醜於毫端 효연추어호단 俄而歌殘場罷 아이가잔장파 姸醜何存 연추하존 弈者爭先競後 혁자쟁선경후 較雌雄於著子 교자웅어착자 俄而局盡子收 아이국진자수 雌雄安在 자웅안재 배우가 분을 펴고 연지를 섞어 붓끝으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드러낸다. 머지않아 노래가 끝나가고 무대가 끝나면 아름다움과 추함은 어디에 있는가? 바둑은 앞 뒤를 다투며 바둑돌로 자웅을 따진다. 머지않아 한 판이 다하여 돌을 거두니 자웅이 어찌 있겠는가? 優人(우인) : 배우, 광대(廣大) 傳粉(전분) : 분을 펴다(분을 바르다-차분搽粉) 調朱(조주) : 연지를 섞다 朱는 연지를 말한다. 調硃라 쓴 경우도 보았다. 硃는 朱墨의 원료다. 效(효) : 드러내다, 나타내다 姸醜(연추) : 용모의 아름다움과 추함(미추美醜) 毫端(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