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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필의 시 담박 해석

淡泊(담박) 澹泊貧家事(담박빈가사) 無燈待月明(무등대월명) 折花難割愛(절화난할애) 芟草忍傷生(삼초진상생) 白髮應吾有(백발응오유) 靑山復孰爭(청산복숙쟁) 狂歌當歲暮(광가당세모) 秋氣劒崢嶸(추기검쟁영) 담박하게 사는 것은 가난한 이의 일 등이 없어 달이 밝기를 기다릴 뿐이다. 꽃을 꺾자니 할애하기 어렵고 풀을 베자니 차마 생명을 해치진 못하겠다. 백발이야 응당 내 몫이고 청산이야 누군가의 다툼으로 되풀이되겠지. 미친 듯 노래 부르니 곧 늙은이가 되려는가! 가을기운이 날뛰었던 시간을 거두고 있구나. 澹泊은 淡泊과 같다. 담담하고 소박한 마음을 말한다. 割愛(할애)는 자주 쓰는 말 ‘무언가를 할애’한다는 것이고 芟(삼)은 ‘풀을 베다’이다. 忍(인)은 동사로 ‘차마 ~하지 못 한다’다 傷生(상생)은 삶을 해친다..

옛 그림 속 글 2020.09.21

4월9일 사과 꽃눈

본디 4월은 바람이 자주 불고 일기도 불안정하다고 느낀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곳 충주는 아침기온이 영하 4~5도를 보였다. 일부 농가는 냉해피해를 입었다. 꽃 피는 시기의 사과의 냉해 임계온도는 영하2.2도로 알려진다. 내 과수원은 후지(부사), 쓰가루(아오리), 홍로 세 종류다. 후지의 경우 예년보다 눈이 적다. 정화 중 1%도 안되는 경우의 꽃눈이 보이며 몽우리에서 분리되고 있다. 아직 액화는 눈의 단계에 있다. 쓰가루는 더욱 눈이 적다. 꽃의 분화는 조금 후지보다 빠르지만 맘에 들지는 않는다. 밑둥치 자라고 있는 흡지를 잘라주고 계속 홍로의 꽃눈을 따주고 있다. 좋아하는 형님의 말이 새삼스럽다. "잘하려 하지 말고 열심히 해!" 워낙 꽃이 많이 피는 홍로는 눈을 솎고 몽우리가 생기면 몽우리를 솎고..

農 事/사과 2020.04.09

김홍도의 기려원유도 속의 글

육유(陸游, 1125 ~ 1210)는 금(金)에 의해 송(宋)이 남으로 밀린 시기에 살았다. 중국역사상 최다작의 시인이고,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우국시인(憂國詩人)으로 추앙받고 있다. 자(字)는 무관(務觀)이고 호(號)는 방옹(放翁)이며,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소흥시(紹興市)인 월주(越州) 산음현(山陰縣) 사람이다. 그가 1172년 한중에서 성도로 가는 중에 가는 비를 맞으며 검문산(劍門山)을 지나게 되어 쓴 칠언절구 를 썼다. 그 시를 김홍도가 그림의 제시(題詩)로 부채 왼편에 적었다. 衣上征塵雜酒痕 의상정진잡주흔 遠遊無處不銷魂 원유무처부소혼 此身合是詩人未 차신합시시인미 細雨騎驢入劍門 세우기려입검문 庚戌首夏檀園 경술수하단원 옷에 정벌의 먼지와 술 얼룩이 섞였는데 먼 길에 넋이 나가지 않는 곳이 없구..

옛 그림 속 글 2020.04.06

김홍도 무이귀도도와 무이제사곡도의 글

이 그림은 김홍도(1745-1805?)가 중국고사, 인물을 그린 8폭 중 하나로, 간송미술관이 라는 이름으로 보관하고 있다. 중국고사를 그린 8점은 각 폭마다 제목과 관서(款署)를 명기하였으며 [김홍도 필 고사인물도]라는 이름으로 2018년 보물 제 1971호로 지정되었다. 주자가 중국 남부 복건성(福建省) 무이산(武夷山)에서 은거했다는 고사를 그린 그림으로 기암절벽 아래 급류에 한 척의 배가 내려오는 모습을 묘사하였는데 중국, 중국인이 아닌 조선, 조선인의 모습이다. 오른쪽 위에 “武夷歸棹 丹邱(무이귀도 단구)”라는 관서가 있다. 그리고 '‘心醉好山水(심취호산수)’ 백문타원인(白文楕圓印)과 ‘弘道(홍도)’ 주문방인(朱文方印), ‘士能(사능)’ 백문방인(白文方印)이 나란히 찍혀 있다. 이처럼 세 개의 도..

옛 그림 속 글 2020.04.05

김홍도의 협접도에 적은 글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 1713-1791)과 석초 정안복(石蕉 鄭顔復,?-?)이 김홍도의 이른바 에 함께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김홍도의 , 부채에 그렸다 하여 ,선면협접도(扇面蛺蝶圖)>라는 제목을 가졌다. 아울러 이 그림에도 표암과 석초의 평가가 있다. 옛 사람들뿐 아니라 요즘의 서예가들도 나름의 필치가 있지만 대강의 서법을 공히 갖는다. 그러나 모르는 글자를 억지로 잘못 틀리게 탈초하는 경우를 본다. 이 그림의 글을 해석한 몇몇 분들의 예가 그랬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선 김홍도의 그림은 문외한인 내가 볼 때 가히 조선 일인자의 작품이다. 도무지 못 그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이 그림의 제작시기와 제작자는 부채 오른쪽에 적혀있다. 壬寅秋士能寫 임인..

옛 그림 속 글 2020.03.29

3월의 사과 전지

2020.03.18. 작년 사과가 아직도 저장고에 남아 있다. 사과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줄고, 유례없는 코로나 사태로 일부 도매시장이 폐쇄되는 등 도소매 업체에서도 사과가 팔리지 않아 나와 거래하던 슈퍼마켓 상인들의 구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늦은 전정은 수세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말이 있다. 그래도 날이 푹해지고 춘분이 되었으니 다소 늦었다. 남의 눈치를 보고 농사를 지을 것은 아니다 싶다. 내 밭은 3,500평이 조금 넘는다. 쓰가루가 평균 20년생으로 236주, 홍로 12년생이 242주, 22년생이 120주, 합 362주. 후지 10년생이 34주, 25년생이 404주, 합 438주 모두 1,036주다. 몇 년 전만 해도 1만평 가까이 했으나 줄였다. 우선 전정할 굵은 대지에 락카를 칠해 놓았다. ..

農 事/사과 2020.03.22

김홍도의 노매함춘에 적은 글

노매함춘(老梅含春)이란 이름을 가진 김홍도의 그림을 보며 그림 속의 글씨를 탈초(脫草)하고 해하려 한다. 老幹含春意 노간함춘의 疏枝帶玉花 소지대옥화 酒暖明月上 주난명월상 移影芬紗窓 이영분사창 丹邱 늙은 줄기는 봄기운을 머금었고 성근 가지는 옥 같은 꽃을 둘렀네. 술이 따뜻하고 밝은 달이 올라 매화 그림자 비단 창에 오르네. 단구 春意는 이른 봄 만물이 피어나는 기운이고 달리 춘정(春情)을 뜻한다. 疏枝帶玉花를 보니 송대(宋代) 진량(陳亮,1143-1194)의 의 첫 연과 비슷하다. 疏枝横玉瘦 小萼点珠光 소지횡옥수 소악점주광 성근 가지에 옥 같은 고름이 가로지르고, 작은 꽃받침에 진주 빛이 점점이네. ‘술이 따뜻하다’라는 소재로 쓴 시를 적어본다. 소동파(蘇東坡,1037-1101)의 라는 시에 霑濡愧童僕 ..

옛 그림 속 글 202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