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김홍도의 기려원유도 속의 글

허접떼기 2020. 4. 6. 16:17

육유(陸游, 1125 ~ 1210)

()에 의해 송()이 남으로 밀린 시기에 살았다.

중국역사상 최다작의 시인이고,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우국시인(憂國詩人)으로 추앙받고 있다.

()는 무관(務觀)이고 호()는 방옹(放翁)이며,

지금의 절강성(浙江省) 소흥시(紹興市)인 월주(越州) 산음현(山陰縣) 사람이다.

 

그가 1172년 한중에서 성도로 가는 중에

가는 비를 맞으며 검문산(劍門山)을 지나게 되어 쓴 칠언절구

<검문도중우미우(劍門道中遇微雨)>를 썼다.

그 시를 김홍도가 그림의 제시(題詩)로 부채 왼편에 적었다.

衣上征塵雜酒痕 의상정진잡주흔

遠遊無處不銷魂 원유무처부소혼

此身合是詩人未 차신합시시인미

細雨騎驢入劍門 세우기려입검문

庚戌首夏檀園 경술수하단원

 

옷에 정벌의 먼지와 술 얼룩이 섞였는데

먼 길에 넋이 나가지 않는 곳이 없구나.

이 몸이 시인인 게 맞나?

가랑비에 나귀타고 검문관에 들어서네

경술년(1790) 초여름 단원

 

-征塵(정진)은 병마(兵馬)가 달려가면서 일으키는 먼지고

-酒痕(주흔)은 술이 묻은 얼룩이나, 술이 취한 티를 말한다.

-遠遊(원유)는 멀리 여행하다. 유학하다.이고

-銷魂(소혼)消魂과 같다. ‘혼을 뺏기다. 넋이 나가다. 넋을 잃다.’이다

-合是(합시)뒤의 글이 맞다는 것이다.

此身合是詩人 이몸은 시인이 맞다.’가 된다.

-()1.아직 하지 않다 2.이 아니다 3.문장 끝에 쓰여 의문을 나타낸다.

예로 知其來未?는 그가 온 것을 알고 있느냐?이다.

-劍門(검문)劍門關(검문관)이다. 사천성 검문산에 있는 군사요새다.

검문관 외경 - 잠보의여행사진 블로그에서 얻음

김홍도는 강세황(姜世晃,1713-1791) 부자 등과 함께

17899월 강원도 여러 곳과 금강산을 둘러보았었다.

그해 겨울인 12월에 표암은 한성부판윤으로 제수되었다.

강세황이 이 그림에 애정 어린 글을 쓴 것이다.

士能重病新起, 乃能作此. 사능중병신기, 내능작차.

精細工夫可知. 정세공부가지.

其宿痾快復, 喜慰. 기숙아쾌부, 희위.

若接顔面, 況乎筆勢工妙, 약접안면, 황호필세공묘,

直與古人相甲乙, 직여고인상갑을,

尤不可易得, 우불가이득,

宜深藏篋笥也. 의심장협사야.

庚戌淸和豹翁題 경술청화표옹제

 

사능이 중병이 새로 생겼는데도

이 그림을 능히 그렸다.

세밀히 공부하였음을 알겠다.

그 오랜 병이 완전히 회복되면 기쁘고 안심이리.

 

마치 얼굴을 대하는 듯하고,

게다가 붓의 기세가 정교하구나!

바로 옛 사람과 갑을을 가릴만하니

더욱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고

마땅히 보관함에 깊이 간직해야한다.

경술년(1790) 4월 표옹이 쓰다

 

-宿痾(숙아)宿病이니 오랜 병이다.

-快復(쾌복)은 건강이 완전히 회복됨이다.

-喜慰(희위)는 기쁘고 안심되다.

-篋笥(협사)는 버들가지, 대 따위로 상자처럼 결어 만든 작은 손그릇

-淸和는 음력 4월을 달리 이르는 말. 간혹 4월 초하루를 일컫기도 한다.

중국 진()나라 시인 사령운(謝靈運)의 시에

첫여름은 맑고도 온화하니 향기로운 풀들도 멈추지 않네

(首夏猶淸和 수하유청화 芳草亦未歇 방초역미헐) 라고 하였는데,

이후 세상 사람들이 4월을 청화(淸和)라고 하였다.

 

그리고 김홍도의 글씨 오른 편에 전서체로 쓴 글이 있다.

白雪霽昧???? (백설제매????)

?餘非㶚橋尋某 (?여비파교심모)

痩是半山歸興耶 (수시반산귀흥야)

 

희미하기도 하고 실력이 모자라 무슨 글씨인지 가늠이 안 되었다.

대략 흰눈이 내렸다 날이 개었고... 나귀를 타고 나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닌 듯하고... 수척하니...

 

당시 김홍도의 그림에 전서체로 발문을 쓰기도 하고

김홍도와 더불어 정조에게 신임이 컸던 유한지(兪漢芝1760~?)가 쓴 것이라 언급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