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김홍도 과로도기도의 글

허접떼기 2020. 3. 23. 18:52


위 그림은 간송미술관이 <과로도기도(果老倒騎圖)>라는 이름으로 소장하고 있다.

 

이 그림에 쓰인 글은 이렇다.

果老倒跨紙驢 과로도고지려

手持一卷書 수지일권서

目光直射行墨間 목광직사행묵간

此最爲士能得意作 차최위사능득의작

求之中華 구지중화

亦不可易得 역불가이득

豹菴評 표암평

 

장과로는 종이 나귀를 거꾸로 타고,

손에는 한 권 책을 지녔는데,

눈빛이 글자 사이로 곧게 쏟아진다.

이는 사능의 득의작으로 최고다.

중화에서 그것을 구한다 해도

쉽게 얻을 수는 없으리라.

표암이 평한다.

 

-果老는 장과로(張果老).

중국의 도교와 관련되어 대표적으로 여덟의 신선중의 하나다

()나라 때의 선인(仙人).

나귀를 거꾸로 타고 하루에 수만 리를 가고,

휴식할 때는 그 나귀를 접어 상자에 넣어두고,

다시 타려고할 때 물을 뿌리면 금방 나귀로 변한다고 한다.

-倒跨(도고)거꾸로 걸터앉다이다.

-士能은 김홍도의 자(). 그림 아래 士能寫(사능사)라고 쓰여있다.

豹菴(표암) 강세황(姜世晃,1713-1791)은 단원의 스승이다.

··화 삼절(三絶)이며 사대부 화가로서 당시 화단에서 예원의 총수로 역할을 한다.

특히 사군자 부분에서는 선구적인 위치에 있었다.

그의 글씨와 문인화의 경지를 습기(習氣속기(俗氣)가 없다고 평가받는다.

 

그 왼쪽에 쓰인 글은 이렇다.

手裏神訣 乃命理正宗 수리신결 내명리정종

何由叩我暮境契濶 하유고아모경결활

石樵題 석초제

 

손 안의 신비한 비결은 곧 命理正宗(명리정종)인데,

어찌하면 내 늘그막 삶을 물어보려나?

석초가 쓰다.

 

-命理正宗(명리정종)은 명리학 고전 중의 하나다.

-暮境(모경)은 늙어버린 판국, 늙바탕이다.

-契濶(결활)은 삶에 애쓰고 고생함을 말하고 이때의 는 결로 읽는다.
-石樵(석초)는 정안복(鄭顔復)의 호다.

정안복의 생애는 알려지지 않은데,

오세창(吳世昌)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에 따르면 대구에서 살았고,

조선 말기의 시인인 강위(姜瑋,1820-1884)와 교유하여 묵죽을 그린 부채를 선물로 주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 그림의 글은 우선 스승이 되는 표암이 보고 평을 한 글과

김홍도가 그린 지 100년이 훨씬 지나 석초 정안복이 쓴  글이 적힌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김홍도의 <협접도(蛺蝶圖)>에도 표암과 석초의 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