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허필의 시 담박 해석

허접떼기 2020. 9. 21. 20:39

淡泊(담박)

澹泊貧家事(담박빈가사) 無燈待月(무등대월명)

折花難割愛(절화난할애) 芟草忍傷(삼초진상생)

白髮應吾有(백발응오유) 靑山復孰(청산복숙쟁)

狂歌當歲暮(광가당세모) 秋氣劒崢(추기검쟁영)

 

담박하게 사는 것은 가난한 이의 일

등이 없어 달이 밝기를 기다릴 뿐이다.

꽃을 꺾자니 할애하기 어렵고

풀을 베자니 차마 생명을 해치진 못하겠다.

백발이야 응당 내 몫이고

청산이야 누군가의 다툼으로 되풀이되겠지.

미친 듯 노래 부르니 곧 늙은이가 되려는가!

가을기운이 날뛰었던 시간을 거두고 있구나.

 

澹泊淡泊과 같다. 담담하고 소박한 마음을 말한다.

割愛(할애)는 자주 쓰는 말 무언가를 할애한다는 것이고

()풀을 베다이다.

()은 동사로 차마 ~하지 못 한다

傷生(상생)은 삶을 해친다는 말이다.

<회남자(淮南子)>以欲傷生이 적혀있다.

욕심 때문에 삶을 해친다는 뜻이다.

여기서 ()응당 ~이다로 쓰였고

()은 다시 부가 아니고

되풀이하다, 돌아가다, 머무르다로 쓰였다.

()은 다툼, 싸움이다.

狂歌(광가)는 박자 음정도 안 맞게 마구 부르는 노래다.

歲暮(세모)는 세밑 또는 노년을 뜻한다.

秋氣(추기)는 가을 기운이다.

이 시에서 ()의 쓰임은 댓구상 명사로 볼 수 없고

베다, 자르다따위의 동사로 쓰였을 것이다.

崢嶸(쟁영)

산세가 가파르고 한껏 높은 모양, 재능이나 품격이 뛰어남,

추위가 매우 심함, 파란만장함, 다사다난함, 등의 뜻으로

목적어가 되는 명사로 쓰였다.

 

첫 번째 줄은 가난함을 말하고 있고

두 번째는

折花割愛하기를 하고, 芟草傷生하기를 하다이며

세 번째는

白髮吾有하고, 靑山孰爭한다이고

네 번째는

狂歌歲暮하고, 秋氣崢嶸한다로 새김이 바르다.

 

이 시에는 꺾고 자르고 베고 찌르고를 뜻하는 단어가 많다.

가난하게 살았다는 허필의 삶을 덤덤하게 적었다는데

내겐 날카롭게 느껴졌다.

 

물론 이를 의역하면 저마다 다를 것이나

직역과 동떨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조선 서화에 허필(許佖,1709~1768)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기억해야할 인물이다.

 

안산15학사와 강세황의 그림을 공부하다 알게 된

허필의 시 중의 처음이 이 시였다.

적으며 나름 풀어보고 난 뒤 인터넷 검색을 하였더니

어느 박사님의 해석 글이 있었다.

 

담박함은 가난뱅이가 살아가는 법

등불 없이 달뜨기만 기다린다.

꽃을 꺾자니 사랑스러운 것을 어떻게 하고

풀을 베자니 산 것을 차마 해치랴!

백발은 당연히 내 차지이고

청산은 어느 누가 욕심을 낼까?

미친 듯 노래 부르다가 한해도 저무니

가을날의 기운 검처럼 서슬이 퍼렇다.'

라고 하였다.

 

나로서는 조금 조금 어귀 해석이 갸우뚱하였고, 시의 마지막은 이상했다.

노래 부르다 한해가 다 가는데 서슬이 퍼렇다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됐다.

누구나 다른 맛으로 시를 대할 수 있으니

내 나름의 해석은 어떤 질정을 받을런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