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135

346. 空谷巨響 過而不留 공곡거향 과이불류

耳根似飆谷投響 이근사표곡투향 過而不留則是非俱謝 과이불류즉시비구사 心境如月池浸色 심경여월지침색 空而不著則物我兩忘 공이불착즉물아양망 귀로 폭풍이 계곡으로 메아리를 울리는 것 같이 지나가며 머물지 않으니 시시비비도 함께 물러난다. 마음의 거울은 달이 연못에 색을 적시는 것과 같이 물에 없으며 붙지 않음이니 사물과 나 둘 다 잊어라! 耳根(이근) : 불교용어, 육식이 경계를 인식하는 뿌리, 곧 심신을 작용하는 여섯기관으로 눈, 귀, 코, 혀, 몸, 뜻을 말하는 육근(六根)중의 하나. 근은 산스크리트 인드리야(indrya)의 한역어다. 飆(표) : 폭풍 響(향) : 울림, 메아리 謝(사) : 물러나다, 그만두다, 부끄러워하다 心境(심경) : 마음의 거울 즉 상태 浸(침) : 번지다, 적시다, 스며들다 空(공) :..

347. 世間皆樂 苦自心生 세간개락 고자심생

世人爲榮利纏縛 세인위영리전박 動曰塵世苦海 동왈진세고해 不知 부지 雲白山靑 川行石立 운백산청 천행석립 花迎鳥笑 谷答樵謳 화영조소 곡답초구 世亦不塵 海亦不苦 세역부진 해역불고 彼自塵苦其心爾 피자진고기심이 세상사람들은 영리를 위해 얽어 매여 있어도 입만 열면 속세는 고행의 바다라 말한다. 모르는 구나! 구름이 희고 산은 푸르며 시냇물 흐르고 돌이 솟은 것을 꽃은 새를 맞아 피고 골짜기는 나무꾼 노래에 답하는 것을 세상 역시 때묻지만 않고 바다도 괴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저들 스스로 그 마음을 더럽히고 괴롭힐 따름이니라! 纏縛(전박) : 얽어매다, 동여매다 번뇌는 중생의 몸과 마음을 얽어 묶어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뜻으로, 번뇌(煩惱)를 달리 이르는 말로도 쓴다. 動(동) : 부사로 걸핏하면, 어느 틈에 벌써,..

348. 月盈則虧 履滿者戒 월영즉휴 이만자계

花看半開 화간반개 酒飮微醉 주음미취 此中大有佳趣 차중대유가취 若至爛漫酕醄 약지난만모도 便成惡境矣 변성악경의 履盈滿者宜思之 이영만자의사지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약간 취할만큼 마시는 이 안에 멋있는 많은 풍취가 있다. 만약 흐드러이 꽃 피고 만취한다면 곧 험악한 지경이 된다 가득 차 있는 자는 마땅히 이를 생각할지라. 微醉(미취) : 미훈(微醺)과 같다. 약간 취하다 大有(대유) : 많이 있다 佳趣(가취) : 고상한 정취 爛漫(난만) : 꽃이 만발하여 한창 볼 만하게 탐스러움 꽃다운 것이 많이 흩어져 있어 강하게 눈을 자극함 酕醄(모도) : 많이 취한 모양 惡境(악경) : 험악한 지경 便(변) : 곧 履(리,이) : 겪다, 행하다, 자리에 나아가다, 복 盈滿(영만) : 그득하다, 권세와 죄악이 극..

349. 体任自然 不染世法 체임자연 불염세법

山肴不受世間灌漑 산효불수세간관개 野禽不受世間豢養 야금불수세간환양 其味皆香而且冽 기미개향이차렬 吾人能不爲世法所點染 오인능불위세법소점염 其臭味不逈然別乎 기취미불형연별호 산나물은 사람의 관수를 받지 않으며 들짐승은 사람의 보호를 받지 않지만 그 맛은 모두 향기로운데다 맑다 우리 사람들도 세상의 잣대로 물들지 않는다면 그 냄새와 맛도 아주 다르지 않겠는가! 山肴(산효) : 산효야채山肴野菜의 준말 산에서 나는 술안주와 들에서 나는 나물 灌漑(관개) : 물을 논밭에 대는 것 豢養(환양) : 기르다, 보호하다 而且(이차) : 또한, 게다가 ...이다 冽(렬) : 맑다, 차다 世法(세법) : 세간에 전해지는 일반적인 방법 點染(점염) : 조금씩 젖어 물듦 逈然(형연) : 아주 다르다

350. 勿徒留連 有段自得 물도유연 유단자득

栽花種竹 재화종죽 玩鶴觀魚 완학관어 亦要有段自得處 역요유단자득처 若徒留連光景 약도유연광경 玩弄物華 완롱물화 亦吾儒之口耳 역오유지구이 釋氏之頑空而已 석씨지완공이이 有何佳趣 유하가취 꽃과 대나무를 심고 학과 노닐고 물고기를 보며 즐기되, 또한 스스로 터득할 방도가 있어야 한다. 만약 헛되이 겉모습에 섭섭해 머무르고 아름다운 경물을 가지고 논다면 그도 우리 유가가 말하는 주어들은 얄팍함이며 부처가 말한 고집의 집착일뿐이니 어찌 아름다운 멋이 있겠는가? 栽種(재종) : 심다, 재배하다 玩(완) : 놀다, 사랑하다, 감상하다 원나라 의학자 추현(鄒鉉,1237?-1320?)이 《수친양로신서(壽親養老新書)》에서 10가지 즐거움을 건강한 삶을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였는데 그 중 요화종죽(澆花種竹) 청금완학(聽琴玩鶴)이 ..

351. 陷于不義 生不若死 함우불의 생불약사

山林之士 산림지사 淸苦而逸趣自饒 청고이일취자요 農野之夫 농야지부 鄙略而天眞渾具 비략이천진혼구 若一失身市井駔儈 약일실신시정장쾌 不若轉死溝壑神骨猶淸 불약전사구학신골유청 산골에 묻혀 사는 선비 맑으나 괴로워도 숨어 사는 뜻은 절로 넉넉하고 들에서 농사짓는 사내 더럽고 초라할지나 하늘의 참됨을 뒤섞여 가졌다. 만일 절개를 버리고 시정의 거간꾼이 된다면 구렁에 떨어져 죽어도 몸과 마음은 맑음만 못하네. 山林(산림) : 은자가 사는 곳 淸苦(청고) : 청백(淸白)하고 빈고(貧苦)함 逸趣(일취) : 날로 달로 진보함/소탈하고 꾸밈없는 정취 逸은 은일(隱逸), 세상을 피해 숨어 삶 鄙略(비략) : 더럽고 조촐하다/얕보고 등한히 하다 鄙는 더럽다, 천하다를 略은 간단하다, 조촐하다를 말함 《자치통감(資治通鑑)》의 저자 ..

352. 非分收穫 陷溺根源 비분수확 함닉근원

非分之福無故之獲 비분지복무고지획 非造物之釣餌 비조물지조이 卽人世之機穽 즉인지세지기정 此處著眼不高 차처저안불고 鮮不墮彼術中矣 선불타피중의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까닭 없는 수확은 조물주의 낚시 미끼가 아니라 바로 인간 세상의 함정이라. 이곳에서 눈을 높지 않게 둔다면 저 꾀에 빠지지 않을 이 드물 것이다. 釣餌(조이) : 낚싯밥, 미끼 機穽(기정) : 함정, 간계 著(저,착) : 두다, 생각하다 - 저 鮮(선) : 드물다 術(술) : 꾀, 술책, 계략

353. 把握本質 卷舒自在 파악본질 권서자재

人生原是一傀儡 인생원시일괴뢰 只要根蒂在手一線不亂 지요근체재수일선불란 卷舒自由行止在我 권서자유 행지재아 一毫不受他人提掇 일호불수 타인제철 便超出此場中矣 변초출차장중의 인생은 원래 하나의 꼭두각시라 만일 손에 뿌리와 꼭지가 있다면 하나의 줄도 헝클어짐이 없어야 하고 말았다 폈다 자유로운 행동거지는 내게 달렸으니 털끝만큼도 남의 전횡을 받지 않아야 곧 이 마당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傀儡(괴뢰) : 꼭두각시, 망석중이 只要(지요) : ...한다면, 만약...라면 根蒂(근체) : (식물의) 뿌리와 꼭지 卷舒(권서) : 말았다 폈다 함 行止(행지) : 행동거지의 준말 一毫(일호) : 털끝만큼도, 아주 작은 정도를 말함 提掇(제철) : 전횡하다, 제멋대로 하다 便(변) : 곧, 문득. 超出(초출) : 뛰어넘다 ..

354. 無事爲福 雄心氷霰 무사위복 웅심빙산

一事起則一害生 일사기칙일해생 故天下常以無事爲福 고천하상이무사위복 讀前人詩云 독전인시운 勸君莫話封侯事 권군막화봉후사 一將功成萬骨枯 일장공성만골고 又云 우운 天下常令萬事平 천하상령만사평 匱中不惜千年死 궤중불석천년사 雖有雄心猛氣 수유웅심맹기 不覺化爲氷霰矣 불각화위빙산의 하나의 일이 생기면 하나의 해로움이 생긴다. 그러므로 천하는 늘 무사함을 복으로 삼는다. ​옛사람의 시를 읽어보면 “그대에게 권하니 제후의 책봉 일을 말하지 말라, 한 장수의 공은 만 명의 해골로 이뤄진다.”라 한다. 또 “천하는 일찍이 모든 것이 평온하게 되면 궤짝 속 칼이 천년을 죽어도 아깝지 않으리”라 하였다. 비록 웅장한 마음과 용맹한 기질이 있을지라도 모르는 사이에 얼음과 싸라기눈이 되어 흩어지리라. 枯(고) : 마르다, 해골 匣(갑)..

355. 茫茫世間 矛盾之窟 망망세간 모순지굴

淫奔之婦 矯而爲尼 음분지부 교이위니 熱中之人 激而入道 열중지인 격이입도 淸淨之門 청정지문 常爲淫邪之淵薮也如此 상위음사지연수야여차 음탕한 아녀자가 속여서 비구니가 되고 명리에 안달 난 이가 격해져 불문에 든다. 청정한 불문이 늘 이같이 음란하고 사악한 자들의 소굴이 된다! 矯(교) : 가장하다, 속이다(矯飾) 尼(니,이) : 여승, 비구니 熱中(열중) : 지위나 이익을 간절히 바라다 조급하여 간절히 바라다. 주희(朱熹)는 맹자에 나오는 “仕則慕君 不得於君則熱中”이란 글에서 熱中을 ‘躁急心熱(조급심열)’이라고 주하였다. ‘벼슬을 하면 군주를 사모하나 군주에게 얻지 못하면 안달이 난다’라 해석한 것이다.-『맹자집주(孟子集註』 激(격) : 감정이 일어나다, 격해지다 入道(입도) : 불문에 들다, 도교에 입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