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316. 天性未枯 機神觸事 천성미고 기신촉사

허접떼기 2023. 12. 11. 22:00

 

萬籟寂寥聞一鳥弄聲 만뢰적요중홀문일조농성

便喚起許多幽趣 변환기허다유취

萬卉摧剝後 忽見一枝擢秀 만훼최박후 홀견일지탁수

便觸動無限生機 변촉동무한생기

可見性天未常枯槁 가견생천미상고고

機神最宜觸發 기신최의촉발

온갖 소리 고요한 중에 문득 한 마리 새 울음이 들려

곧 허다하고 그윽한 풍치를 불러일으키네

온갖 초목이 쓰러진 뒤 문득 한 가지 홀로 빼어나 보니

문득 무한한 생명의 기틀을 자극하여 건드렸네.

천성은 일찍이 메말라 시든 적 없음을 볼 수 있고

현묘한 기미가 가장 알맞게 촉발되었음을 볼 수 있네.

 

萬籟(만뢰) : 자연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소리

  萬籟俱寂(만뢰구적) - 아무 소리 없이 잠잠하여 고요함

寂寥(막료) : 고요하다, 적적하고 쓸쓸함

() : 느닷없이, 문득

弄聲(농성) : (짐승) 울음소리를 내다 (규성叫聲)

  弄은 본디 쓰일 동사의 설명이 불필요하거나 곤란할 때

  대신 쓰이며, 하다, 행하다, 만들다의 뜻을 가진 동사다.

喚起(환기) : 불러일으키다

許多(허다) : 대단히 많은 허다한

幽趣(유취) : 그윽한 풍치

萬卉(만훼) : 온갖 풀 / 千花萬卉 온갖 화초

摧剝(최박) : 파괴하다. 심한 손상을 주다(=摧殘)

왕안석(王安石,1021-1086)<병신팔월작丙申八月作>

秋風摧剝利如刀 추풍최박리여도

漠漠昏煙玩日高 막막혼연완일고

가을 바람이 칼처럼 날카롭게 꺽고 벗기고

막막한 해질녘 안개가 높이 해를 가지고 노네.

에 보인다.

擢秀(탁수) : 많은 가운데 빼어남

觸動(촉동) : 불러일으키다, 찔러 건드리다

性天(성천) : 천성(天性)

未常(미상) : 아직...하지 않다/ 일찍이 ...한 적 없다

 常은 부사로 '일찍이'다 / 未曾과 같다

枯槁(고고) : 초목이 바싹 시들다

機神(기신) : 1. 현묘玄妙한 기미機微 2. 영리한

 3. 만물 생명의 원동력

는 베틀을 그리고 나무 을 더해 생겨나 틀이라는 뜻을 가졌고

계기나 낌새, 기회로 확장되었다.

()대 갈홍(葛洪,283-343)포박자抱朴子

<임명任命>

機神者 瞻無兆而弗感 闇休咎者觸强弩而不驚

식기신자 첨무조이불감 암휴구자촉강노이불경

기신을 아는 자는 점괘 없음을 내다보고 느끼지 않고

길하고 흉함에 컴컴한 자는 쇠궁을 만져도 놀라지 않네

라고 적었다.

여기서 機神은 기묘한 기미, 낌새를 말한다.

그리고 <한과漢過>

令色警慧有貌無心者 謂之機神朗徹

영색경혜유모무심자 위지기신낭철

은 얼굴 빛에 지혜를 깨치고 무심한 듯한 용모를 가진 자를 영리하고 맑다 한다

라 적으며 영리하다를 표현하고 있다.

 

덪붙혀 정약용의 집안 아저씨 뻘인

해좌(海左) 정범조(丁範祖,1723-1801)가 시인의 창작 영감으로 표현한 機紳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