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김홍도의 선면 서원아집도를 보았다.
이것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비단에 그린 122.7 ×287.4cm 짜리 <서원아집도>다.
6폭 병풍으로 제작된 듯한 이 그림에도 강세황의 제발(題跋)이 쓰여 있다.
余曾見雅集圖無慮畵數十本 여증견아집도무려화수십본
嘗以仇十洲所畵篇第一 상이구십주소화편제일
其外瑣瑣不足畫記 기외쇄쇄부족화기
今覽士能此圖 금람사능차도
筆勢秀雅布置得宜 필세수아포치득의
人物儼如生動 인물엄여생동
書於元章之題璧 서어원장지제벽
伯時之作圖 백시지작도
子瞻之寫字等 자첨지사자등
不渾其眞意與其人相合 불혼기진의여기인상합
此能神悟天授 차능신오천수
比諸十洲之纖弱 비제십주지섬약
不夤?過之 불인?과지
將直與李伯時之元本 장치여이백시지원본
相上下不差 상상하불차
我東今世乃肖?此神筆 아동금세내초?차신필
畵不固不減元本 화불고불감원본
愧余筆法疏拙 괴여필법소졸
有兆?元章之比穢涴佳畵 유조?원장지비예완가화
焉能免覽者之誚也 언능면람자지초야
戊戌 臘月 豹菴題 무술 납월 표암제
내가 이전에 본 아집도(雅集圖)가 무려 수십 점이다.
일찍이 구영의 그림이 제일이고
그 외는 자질구레하여 평가하기 부족하다.
지금 김홍도의 이 그림을 보니
필세가 뛰어나고 고상하며 배치가 적절하다.
인물은 흡사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미불이 벽에 쓴 글과
이공린의 그림과
소식의 베껴 쓴 글씨 등에 있어
그 진의를 흐리지 않고 그 사람들과 더불어 서로 맞으니
이는 능히 귀신이 깨우쳐줬거나 하늘에서 내려 준 것이다.
구영의 섬약한 필치에 비교하면
두려움 없이 이를 뛰어넘는다.
또한 이공린의 원본과 대하여도
서로 위아래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이러한 신필을 닮아
그림이 원본에 고루하지도 덜하지도 않다.
부끄럽게도 내 필법은 소졸하여
미불에 비교하여 훌륭한 그림을 더럽힐 조짐이 있어.
어찌 보는 이의 꾸짖음을 면할까?
무술년(1778년) 섣달에 표암이 제하다.
-仇十洲(구십주)는 구영(仇英1497-1552)이다. 구영의 호가 十洲다.
-瑣瑣(쇄쇄)는 零零瑣瑣(영영쇄쇄) 또는 零瑣다. 보잘 것 없이 매우 자질구레함을 이른다.
-秀雅(수아)는 수려하고 우아하다. 재주가 뛰어나고 고상함을 말한다.
-得宜(득의)는 문어체로 ‘적절하다’다.
-儼如(엄여)는 꼭 ...와 같다. 흡사하다
-元章(원장)은 미불(米芾,1051-1107)의 자(字)다.
-伯時(백시)는 이공린(李公麟,1049-1106)의 자(字)다.
-子瞻(자첨)은 소식(蘇軾,1036-1101)의 자(字)다.
-神悟天授(신오천수)는 신이 깨우쳐 주고 하늘에서 내려 줌이다.
-諸(제)는 이, 저의 대명사로 쓰였다.
-夤(인)은 ‘조심하다, 두려워하다’를 뜻하고 ‘잇닿다, 자기 마음대로 하다’로 쓰이는데
인연(夤緣)은 넝쿨이 뻗어 올라감을 말하며 나무뿌리나 바위 따위를 의지해
산을 오르는 것을 말하는데 표암의 제발에서 가장 어려운 탈초였다.
도무지 무슨 글자인지 열흘을 고민했다.
행서로 쓴 이 글자도 아래 호랑이 인의 받침이 맞지 않아
지금도 무리가 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疏拙(소졸)은 면밀하지 못하고 능숙하지 못함이다.
-穢涴(예와)는 ‘더럽히다’다.
-焉...也(언...야)는 ‘어찌 ...하겠느냐’다
-臘月(납월)은 음력 섣달 12월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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