斗室中萬慮都損 두실중만려도손
說甚畵棟飛雲珠簾捲雨 설심화동비운주렴권우
三杯後一眞自得 삼배후일진자득
唯知素琴橫月短笛吟風 수지소금횡월단적음풍
썩 작은 방 안에서도 온 시름이 모두 덜어지는데
‘단청한 마룻대는 구름을 날고 주렴은 비를 둘둘 마네’
라는 말은 지나치네.
석 잔 후 하나의 진리가 절로 얻어지며
질박한 거문고 소리가 달빛을 가로지르고
짧은 피리 소리도 바람을 읊음을 누가 알리오!
斗室(두실) : 아주 작은 방
說甚(설심) : 말(說)이 지나치다(甚)
棟(동) : 마룻대, 용마루 밑에 서까래가 걸리게 된 도리
珠簾(주렴) : 구슬 등으로 물건을 꿰 만든 발
捲(권) : 둘둘 말다
畵棟飛雲 珠簾捲雨는
요절한 천재시인 왕발(王勃,647-674)의
<등왕각시滕王閣詩>에 나오는 싯구에서 따왔다.
왕발의 시는 이렇다
滕王高閣臨江渚 등왕고각임강저
佩玉鳴鸞罷歌舞 패옥명란파가무
畵棟朝飛南浦雲 화동조비남포운
珠簾暮卷西山雨 주렴모권서산우
閑雲潭影日悠悠 한운담영일유유
物換星移幾度秋 물환성이기도추
閣中帝子今何在 각중제자금하재
檻外長江空自流 함외장강공자류
등왕각은 높게 강 모래톱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패옥의 방울소리 울리던 노래와 춤을 마치네.
단청한 마룻대는 아침에 남포의 구름 위를 날고,
주렴은 저녁에 서산의 비를 말아 오르네.
한가로이 구름 낀 연못에 해그림자 유유히 비치고
경물이 바뀌고 별이 옮긴 것이 몇 번의 가을이던가
누각에 있던 황손은 지금 어디에 있나?
난간 너머 장강은 헛되이 절로 흐르는구나!
늘상 느끼는 것이나
옛 한문으로 쓴 시를 대하면 음운과 성조의 고저에 따라
중국인이 읊는다면 노래 같은 맛이 있을텐데
한국인이 풀어 옮기니 느낌이 덜하다.
唯(유,수) : 누가(수=誰)
素琴(소금) : 질박한 거문고, 도연명의 일화와 관련있다.
《송서宋書》<도잠전陶潛傳>에 적히길
潛不解音聲而畜素琴一張無弦 每有酒適輒撫弄以寄其意
잠불해음성이축소금일장무현 매유주적첩무롱이기기의
도잠은 음률은 모르나 줄 없는 질박한 거문고 하나 두고
매번 술을 마실 때면 늘 그 뜻을 빌리며 어루만졌다.
라 하였다. 여기서 無弦素琴(무현소금)이 유래하였다.
吟風(음풍) : 바람을 읊다 / 吟風弄月의 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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