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도(訪戴圖)> 국립중앙발물관 소장
자하(紫霞) 신위(申緯,1769-1845)는
시(詩)․서(書)․화(畵) 삼절(三絶)이라 불린 문인이었다.
그는 ‘시를 읽을 때 그림의 묘미를 읽을 수 있다’고 하며,
‘시와 그림은 두 가지 이치가 아니다’라고 하는
‘시화동도(詩畵同道)’의 문예미를 주장하였다.
글씨는 명말 동기창(董其昌,1555-1636)을 따랐고
그림은 강세황에게 배웠으며, 황공망을 비롯한 원말 4대화가의 그림을 화보로 익혔다.
특히 이정, 유덕장과 더불어 조선 3대 묵죽화가로 불린다.
시에 우리 고유의 특징을 찾으려고 노력하였고,
특히 사라져가는 악부(樂府)를 보존하는 데 힘썼다.
그의 시에 대해 김택영(金澤榮)은
시사적(詩史的)인 위치로 볼 때 '500년 이래의 대가'라고 칭송하였다.
소론에 속하면서도 남인이 되는 정약용과 막역하였고,
노론이 되는 김조순과 김정희와 사귀고
연암 박지원 아정 이덕무 초정 박제가 등 이른바 실학파와도 친교가 있었다.
이 그림 왼쪽에 쓴 글은 이렇다.
日脚凝氷風怒呼 樓陰山黛合模糊(일각응빙풍노호 누음산대합모호)
夢回酒氣全消席 人靜香煙尙在罏(몽회주기전소석 인정향연상재로)
一點斜飛融暝硯 乾聲驟至變寒蘆(일점사비융명연 건성취지변한로)
偶然水墨參黃米 驀地神遊訪戴圖(우연수묵참황미 맥지신유방대도)
初雪酒後自題 黃不黃米不米法(초설주후자제 황불황미불미법)
햇살은 얼어붙고 바람은 세차게 부르짖는데
누각의 그늘과 산의 먹빛이 합쳐 흐릿하다.
꿈에 술기운으로 자리를 모두 치우니
사람은 조용하고 향연(香煙)은 아직 술독에 있더라!
한 점 눈발이 비껴 날아 벼루에 떨어져 녹고
마른 소리 갑자기 모여들어 찬 갈대를 움직인다.
우연히 황공망과 미불을 참고해 수묵을 그리니
돌연히 마음이 일어 대규를 찾아가는 그림이다.
첫눈 오는 날 술을 하고 썼는데 황공망의 화법인지 아닌지 미불의 필법인지 아닌지?
日脚(일각) : 햇발. 사방으로 뻗친 햇살 模糊(모호) : 또렷하지 않고 흐릿함 香煙(향연) : 향을 피우는 연기 驀地(맥지) : 1. 갑자기 돌연히 2. 곧장, 쏜살같이 -- 중국 숭산 법당 벽에 무명씨가 썼다는 시에 나온다. 一團茅草難蓬蓬 驀地燒天驀地地空 / 일단의 풀들이 어지러이 날아 갑자기 불길이 솟다가 돌연히 땅이 비워지네 -- 매월당 김시습의 醉鄕(취향)이란 시에 나온다. 千丈流胸驀地來 / 천길로 가슴에 흘러 갑자기 오네 神遊(신유) : 몸은 안 움직이고 혼이 어떤 곳에 날아가 노닐다. 어딘가 놀러갈 마음이 일다. 訪戴(방대) : 왕휘지(王徽之)가 방대(戴逵)를 찾아 감 |
왕휘지(王徽之,338-386)는 왕희지(王羲之,307-365)의 5남이다.
위진남북조 시대 동진(東晉) 때 회계 산음에 살았다.
자는 자유(子猷)다.
그의 일화 가운데 승흥이행 흥진이반(乘興而行 興盡而返)이 있다.
밤에 내리던 눈이 멈추자 친구인 섬(剡)에 사는 대규를 찾아 갔으나 문 앞에서 돌아왔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흥이 나서 갔고 흥이 다해 돌아왔는데 꼭 그를 만나야 하는가?” 라고 말했다.
산음야흥(山陰夜興), 승흥방우(乘興訪友), 설야방대(雪夜訪戴)로도 불린다.
이를 자하가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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