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의 송하한담도(松下閑談圖) 비단에 수묵담채 25.4*36.7 2,500만원/서울옥션2013.04>
같은 제하의 이인문의 그림도 있다
최북미술관에서 제공한 그림 <산수도_지본 담채_51.5*91.5>에도 같은 글씨가 적혀 있다.
七七이 이 그림을 그리며 적은 畫題는 당나라 시인 승려 교연(皎然)의 글의 일부이다.
만춘심도원관(晩春尋桃源觀)
- 늦은 봄 복숭아를 찾은 본래 뜻(원관은 종교 용어다)
武陵何處訪仙鄕 무릉하처방선향/ 무릉이 어디냐? 신선이 사는 곳을 찾으니
古觀雲根路已荒 고관운근노기황/ 사원의 바위에 이르는 길은 이미 거칠었다.
細草擁壇人迹絶 세초옹단인적절/ 애기풀이 제단을 두르고 인적은 끊겼고
落花沈澗水流香 낙화침간화류향/ 떨어진 꽃이 잠긴 산골 물은 향기 나며 흐른다.
山深有雨寒猶在 산심유우한유재/ 산은 깊고 비를 머금어도 추위는 그대로다
松老無風韻亦長 송로무풍운역장/ 솔은 늙고 바람은 없어 운치도 장구하다.
全覺此身離俗境 전각차신이속경/ 모두 이 몸이 세속을 떠났음을 깨닫고
玄机亦可照迷方 현궤역가조미방/ 하늘의 뜻도 어둔 곳을 비추는구나!
古觀(고관) : (도교 등의) 사원, 觀은 명사로 모양, 생각, 누각, 황새
雲根(운근) : 구름의 원인, 바위. 구름이 바위틈에서 생긴다는 말에서 유래.
細草(세초) : 1. 애기풀 2. 간략히 적은 기록
玄机(현궤) : 1. 천의(天意), 천기(天機) 2. 현묘한 계책 3. 도가의 현묘한 이치
교연(704 ~ 785)은 당나라 선승(禪僧)이며 시인이다.
성(姓)은 사(謝)씨고, 이름은 주(晝) 또는 청주(淸晝)며, 절강(浙江) 오흥(吳興) 사람이다.
육조 진(晉)나라의 시인 사령운(謝靈運385-433)의 10대손이라 한다.
다성(茶聖)이라 육우(陸羽 732?-804)를 꼽고
다선(茶仙)으로 가도(價島)의 절친 노동(盧仝?-835)을 말하며
교연은 다불(茶佛)로 불린다.
차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지녔던 교연의 영향으로 육우는 765년『다경』을 지었다.
교연은 시에 대한 이론서를 썼는데 그것이 《시식(詩式)》이다.
《시식》에는 〈명세(明勢)〉〈시유사불(詩有四不)〉〈시유사심(詩有四深)〉〈시유이요(詩有二要)〉
〈시유이폐(詩有二廢)〉<시유사리(詩有四離)〉〈시유육미(詩有六迷)〉〈시유칠지(詩有七至)〉와
〈시유칠덕(詩有七德)〉이 실려 있다.
그 중 시유사불(詩有四不)과 시유사심(詩有四深)을 알아본다.
시유사불이란
詩에는 하여서는 안 될 네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氣高而不怒, 怒則失於風流. (기고이불노, 노즉실어풍류.)
力勁而不露, 露則傷於斤斧. (역경이불로, 노즉상어부근.)
情多而不暗, 暗則蹶於拙鈍. (정다이불암, 암즉궐어졸둔.)
才贍而不疏, 疏則損於筋脈. (재섬이불소, 소즉손어근맥.)
결기가 거세되 세차지 마라. 세차면 풍류를 잃어버린다.
힘은 굳세되 드러내지 마라. 드러나면 도끼질을 당한다.
감정은 많되 어둡지는 마라. 어두우면 옹졸하고 둔하여 넘어진다.
재주는 넉넉하되 성글지 말라. 성글면 맥락이 줄어진다.
그리고 시유사심이란
네 가지의 깊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氣象氤氲, 由深於體勢. (기상인온, 유심어체세.)
意度盤礴, 由深於作用. (의도반박, 유심어작용.)
用律不滯, 由深於聲對, (용률불체, 유심어성대.)
用事不直, 由深於義類. (용사부직, 유심어의류.)
겉과 속이 함께 어우러짐은 몸가짐을 깊이 하고자 함이며
뜻이 넓게 펼쳐지도록 함은 영향의 미침을 깊이 하고자 함이다.
운율이 막히지 않게 쓰는 것은 성조 대구를 깊이 하고자 함이며
시를 곧이곧대로 짓지 않음은 그 의미의 유형을 깊이 하고자 함이다.
기상(氣象) : 氣像, 氣는 속마음, 象은 겉이다.
인온(氤氳) : 두 글자 다 ‘기운이 성하다’이며
1. 하늘과 땅의 기운이 합해 어림 2.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함
체세(體勢) : 몸 가지는 자세, 몸가짐
반박(盤礴) : 1. 책상다리 2. 넓은 모양 3. 당당하고 떳떳함
시를 곧이곧대로 짓지 않는다는 것은
시를 지을 때 앞선 사료나 시를 인용함에 원문 그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교연을 이태백과 비교하며 쓴 시가 있다.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詩, 설(雪)의 4행 중 앞 두 행이 이렇다.
禪家初喜皎然至(선가초희교연지)
詩壘還逢白也來(시루환봉백야래)
직역을 하면
"절에서 처음으로 환하게 눈이 와 기뻤고,
시단에서는 도리어 하얗게 내려오는 것을 맞이하네." 이다
그런데
이 시는 눈의 흰빛에 착목해 역사적 인물과 계절적 사물을 결부하여 표현하고 있다.
교연은 ‘환한 상태’이나 교연스님이고 백야는 ‘하얗다’이나 이백(李白)을 말하는 것으로
글자를 실존 인물로 하여 이 시를 풀면
"불가에서는 교연이 와서 처음으로 기뻤고
시단(詩壇)에서는 이백이 와 반겼다"가 된다.
교연이 당시 불가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이백에 견준 것이다.
교연이 차(茶)에 대해 쓴 유명한 글이 있다.
음다가초최석사군(飮茶歌誚崔石使君)이 그것이다.
제목을 해하면 ‘차를 마시며 최석 자사를 노래하며 꾸짖다’가 된다.
一飮滌昏寐 (일음척혼매)
情來朗爽滿天地(정래낭상만천지)
再飮淸我神(재음청아신)
忽如飛雨灑輕塵(홀여비우쇄경진)
三飮便得道(삼음편득도)
何須苦心破煩惱(하수고심파번뇌)
한 번 마시니 혼미함이 씻겨나가
마음이 청량해져 천지를 채우고
다시 마시니 내 정신이 맑아져
홀연히 날리는 비가 가벼운 티끌을 씻어낸 듯하다.
세 번 마시니 바로 도를 얻으니
구태여 번뇌를 깨뜨리고자 애쓸 필요 있겠는가?
誚(초) : 비웃다, 꾸짖다, 나무라다, 책망하다.
崔石(최석) : 당(唐) 덕종(德宗)때 호주자사(湖州刺史)였는데
이때 교연이 호주 묘희사(妙喜寺)에 주석하고 있었다.
使君(사군) : 옛날 주군(洲郡)의 최고 관원에 대한 존칭이다.
滌(척) : 씻기다. 빠른 모양, 변하다
朗爽(낭상) : 밝고 시원하다.
飛雨(비우) : 날리 듯 내리는 비
灑(쇄) : 씻다, 뿌리다, 나누다, 흩다, 깨끗하다
輕塵(경진) : 가벼운 속세의 티끌 또는 번뇌
何須(하수) : ‘구태여 ~할 필요가 있는가?
칠칠께서 그린 그림에 교연의 시를 적어 기회로 교연에 대해 공부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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