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가야산 홍류동계곡은 대단한 명소였다.
아마도 칠칠선생이 이 계곡에 와서 그 홍류동을 그리며 孤雲의 시구를 적었나보다.
却恐是非聲到耳(각공시비성도이) 도리어 시비 소리가 들리려나? 두려울 뿐으로
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흐르는 물로 산을 모두 뒤덮었구나!
칠칠께서 벙어리 聾자로 쓰시고 정정하려 옆에 점점.. 위 아래 찍고 옆에 대바구니 籠을 쓰셨다.
고운 최치원이 가야산 홍류동 계곡에 머물며 지었다는 題伽倻山讀書堂(제가야산독서당)라는 시가 있다.
용문폭포아래 흐르는 계곡 옆에 그 후손들이 장소를 추정하여 지은 농산정(農山亭)이 있는데
그 정자에 현판으로 걸려 있다.
狂奔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계곡물이)돌 틈을 치대며 겹겹의 뫼에 울어대니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사람의 말은 지척에도 분간이 어렵구나.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늘 시비 소리가 들리려나? 두려울 뿐으로
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흐르는 물로 산을 모두 뒤덮었구나!
정자에는 狂奔(광분)으로 적혀있다.
疊石(첩석) : 첩첩이 쌓인 돌
吼(후) : 울부짖다, 울다.
巒(만,란) : 뫼, 산등성이, 길게 뻗은 좁은 산
常(상) : 늘, 일찍이(嘗) / 却(각) : 발어사로 도리어, 다시, 반대로
耳(이) : 어조사로 ...일뿐.
敎(교) : 사역동사로 .....로 하여금 ....하게 함.
籠(롱) : 동사로 뒤덮다.
그리고 단원 김홍도가 최치원의 이 시를 畵題로 적어
그림의 제목이 <홍류동>이 된 그림이 있다.
아울러 신증동국여지승람 권30에는 狂奔이 狂噴으로 적혀 있다.
그리고 한강(寒岡) 정구(鄭逑1543-1620)는 유가야산록(遊伽倻山錄)에 常~을 却~으로 적었다.
칠칠께서 화제로 쓴 고운의 시를 계곡 바위에 누군가 새겨놓았다.
좌우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새겨 놓아 어지러웠다.
덧붙혀 대구의 종현스님이 홍류동 및 가야산 일대 석각을 ‘선비문화로 이해하자’며
<寶藏千秋(보장천추) : 비밀의 계곡>이라는 책을 썼다.
나는 스님의 주장에 찬동하지 않는다.
자연의 돌에다 글을 새긴다는 것은 현학이고, 권세를 자랑하며 유흥을 즐긴 자들의 오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北에 가면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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