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련(許鍊, 1808년 ~ 1893년)은
본관이 양천(陽川)이고 字는 왕유(王維)와 같이 마힐(摩詰)이며 號가 소치(小癡),노치(老癡)다.
1839년 초의선사의 소개로 서화를 추사 김정희(金正喜)에게 보였다가
한양으로 가 문하생이 되어 사사를 받았다.
1840년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되자 해남까지 배웅하고, 이듬해 제주도로 건너가
몇 년 동안 지도를 받으며 서화를 익혔다.
김정희의 직계라 할 수 있다.
1846년 헌종에게 《설경산수도》를 바쳤고 극찬을 받았다 한다.
위 그림은 2012년 옥션경매에 나온 <雪景山水>다. 이 글의 畵題와 거의 같은 題詩가 적혀있다.
1856년 추사가 타계하자 고향 진도로 낙향하여 운림산방(雲林山房)을 짓고 정주하였다.
그 뒤로 남도의 허씨 화가 一家가 이뤄진다.
1866년 상경하였고 1877년 70세에 흥선대원군을 만났으며,
대원군은 그를 두고 "평생에 맺은 인연이 난초처럼 향기롭다(平生結契其臭如蘭)"고 말했다 한다.
1893년 9월 6일 86살을 살다 갔다.
소치가 이 그림에 쓴 화제를 본다.
寒雲結重陰(한운결중음) 찬 구름 야밤에 모이더니
密雪下盈尺(밀설하영척) 촘촘한 눈이 한 자 남짓 내려
羣峰失蒼翠(군봉실창취) 산봉우리마다 푸른빛을 잃고
萬樹花俱白(만수화구백) 온 나무가 모두 하얗게 꽃이 폈네.
幽居深磵曲曲濱(유거심간곡곡빈) 깊은 골짜기 굽이굽이 흐르는 물가 그윽한 집
門徑斷行跡(문경단행적) 문에 이르는 길도 행적이 끊겼는데
伊誰能遠尋(이수능원심) 그 누가 멀리 찾아오겠는가?
應是探梅客(응시탐매객) 아마도 매화 찾는 손님이리!
重陰(중음) :음(陰)이 중첩되어 음한(陰寒)이 매우 왕성해지는 것을 말한다.
밤 가운데에서 야밤은 음중지음(陰中之陰)에 속하기 때문에 중음이 되는 것이다.
密雪(밀설) : 1. 싸락 눈 2. 조밀한 눈, 차갑게 내려 눈송이가 작은 눈이다.
盈尺(영척) : 한 자 남짓
蒼翠(창취) : 나무 등이 싱싱하게 푸른 모양
磵(간) : 산골짜기의 물, 산골짜기
曲曲(곡곡) : 굽이굽이,구불구불
濱(빈) : 물가, 끝
伊(이) : 1. 저, 이, 그 2. 그이, 그녀 3. 너 4. 또, 또한 5. 이리하여 6. 물의 이름
應(응) : 응당 ~하여야 한다, 아마도
위 4행은 5언 절구인데 앞 두 글자가 주어이고 3번째 글자는 동사이며
4,5 글자는 목적어가 되는 형태사로 본다.
아울러 <설경산수>의 제시처럼 曲曲을 넣지 않은 것이 맞다고 본다.
'옛 그림 속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치원으로 만난 최북과 김홍도 (0) | 2019.02.03 |
---|---|
칠칠 최북의 <풍설야귀인> <공산무인도> 화제 (0) | 2019.02.01 |
고람 전기의 <매화서옥> (0) | 2019.01.26 |
전기의 매화서옥도 그림과 글씨 (0) | 2019.01.26 |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화제 (0) | 2019.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