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소치 허련의 매화서옥도

허접떼기 2019. 1. 28. 00:23

허련(許鍊, 1808~ 1893)은

본관이 양천(陽川)이고 字는 왕유(王維)와 같이 마힐(摩詰)이며 號가 소치(小癡),노치(老癡)다.


1839초의선사의 소개로 서화를 추사 김정희(金正喜)에게 보였다가

한양으로 가 문하생이 되어 사사를 받았다.


1840년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되자 해남까지 배웅하고, 이듬해 제주도로 건너가

몇 년 동안 지도를 받으며 서화를 익혔다.

김정희의 직계라 할 수 있다.

1846년 헌종에게 설경산수도를 바쳤고 극찬을 받았다 한다.

 위 그림은 2012년 옥션경매에 나온 <雪景山水>다. 이 글의 畵題와 거의 같은 題詩가 적혀있다.


1856년 추사가 타계하자 고향 진도로 낙향하여 운림산방(雲林山房)을 짓고 정주하였다.

그 뒤로 남도의 허씨 화가 一家가 이뤄진다.

1866년 상경하였고 187770세에 흥선대원군을 만났으며,

대원군은 그를 두고 "평생에 맺은 인연이 난초처럼 향기롭다(平生結契其臭如蘭)"고 말했다 한다.

18939686살을 살다 갔다.


소치가 이 그림에 쓴 화제를 본다.

寒雲結重陰(한운결중음)  찬 구름 야밤에 모이더니

密雪下盈尺(밀설하영척)  촘촘한 눈이 한 자 남짓 내려

羣峰失蒼翠(군봉실창취)  산봉우리마다 푸른빛을 잃고

萬樹花俱白(만수화구백)  온 나무가 모두 하얗게 꽃이 폈네.

幽居深磵曲曲濱(유거심간곡곡빈)  깊은 골짜기 굽이굽이 흐르는 물가 그윽한 집

門徑斷行跡(문경단행적)  문에 이르는 길도 행적이 끊겼는데

伊誰能遠尋(이수능원심)  그 누가 멀리 찾아오겠는가?

應是探梅客(응시탐매객) 아마도 매화 찾는 손님이리!

 

重陰(중음) :()이 중첩되어 음한(陰寒)이 매우 왕성해지는 것을 말한다.

  밤 가운데에서 야밤은 음중지음(陰中之陰)에 속하기 때문에 중음이 되는 것이다.

密雪(밀설) : 1. 싸락 눈 2. 조밀한 눈, 차갑게 내려 눈송이가 작은 눈이다.

盈尺(영척) : 한 자 남짓

蒼翠(창취) : 나무 등이 싱싱하게 푸른 모양

() : 산골짜기의 물, 산골짜기

曲曲(곡곡) : 굽이굽이,구불구불

() : 물가,

() : 1. , , 2. 그이, 그녀 3. 4. , 또한 5. 이리하여 6. 물의 이름

() : 응당 ~하여야 한다, 아마도

 

  위 4행은 5언 절구인데 앞 두 글자가 주어이고 3번째 글자는 동사이며

  4,5 글자는 목적어가 되는 형태사로 본다.

  아울러 <설경산수>의 제시처럼 曲曲을 넣지 않은 것이 맞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