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고람 전기의 <매화서옥>

허접떼기 2019. 1. 26. 20:46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전기의 <매화서옥>


사군자(四君子)의 하나이고 세한삼우(歲寒三友)중의 하나인 매화(梅花)

그 매화에 얽힌 전설과 미쳐 산 유명인사는 너무 많다.

 

북해 바다 속에 있다는 막고야산(邈姑射山) 신선이 인정한 선골(仙骨) 매화

()대 이른 봄이면 파교(灞橋)를 건너 매화를 찾았다는 맹호연(孟浩然)

북송(北宋)대 고산(孤山)에서 은거하며 매화와 결혼한 화정(和靖) 임포(林蒲)

원명(元明)대 묵화의 선구 자석산농죽제생(煮石山農竹齊生) 원장(元章) 왕면(王冕)

()대 매화로 살고 매화로 죽은 화단(畫壇)의 이단아 동옥(童鈺)

박제가(朴齊家)가 교류하고 又峰이 견주던 양주팔괴 중 하나 양봉(兩峰) 나빙(羅聘)

죽음에 이르러도 매화에 물을 주라는 말을 남긴 퇴계(退溪) 이황(李滉)

조선 중기 묵매의 전형이라는 설곡(雪谷) 어몽룡(魚夢龍)

매화에 미쳐 매화만 그렸다는 우봉(又峰) 조희룡(趙熙龍)

 

매화를 노래하고 매화를 그리고 매화를 길렀던 옛사람은 많다.

 

요절한 화가 고람(古藍) 전기(田琦1825-1854)는 원말4대가의 문인화풍을 좋아했다.

그래서 사의(寫意)와 문기(文氣)를 중시하고 깔끔한 남종화만을 존중하고

조선 말기 화단의 주류적인 사조를 이루었던 김정희파의 경향과 어울린다.


그가 그린 이른바 <매화서옥>의 화제(畵題)를 본다. 


그림 위에 고람이 쓴 화제(畵題)

결벽증 환자, 원말4대가 중의 하나인 예찬(齯瓚)

예굉(齯宏 : 호가 原道)에 준 그림에 쓴 詩 제화증원도(題畵贈原道).


雪後園林梅已花西風吹起雁行斜(설후원림매이화 서풍취기안행사)

溪山寂寂無人迹好問林逋處士家(계산적적무인적 호문임포처사가)

 己酉夏日 (기유하일)


好問(호문) : 好는 뒷 동사와 묶어 '동사를 좋아한다, 자주한다.' 이다


눈 내린 뒤 원림에 매화는 이미 피고, 하늬바람 불어와 기러기 비껴나네.

계산은 적적하여 사람자취 없는데, 임포처사 집 걸핏하면 묻는구나.

 기유년(1847) 여름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