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 360

321. 形影皆去 心境皆空 형영개거 심경개공

理寂則事寂 이적즉사적 遣事執理者 견사집리자 似去影留形 사거영류형 心空則境空 심공즉경공 去境存心者 거경존심자 如聚羶却蚋 여취전각예 본성이 사라지면 사물도 사라지는 것 사물을 버리고 본성을 잡고 있는 것은 그림자를 없애고 형태를 남기는 것과 같다. 마음이 비었다면 상황도 빈 것이라 상황을 지우고 마음을 남기는 것은 누린 고기를 모아 놓고 파리매를 피하는 것과 같으니라. 理(이) : 사물과 현상의 본성 事(사) : 각 사물과 현상 《화엄경華嚴經》에서는 理와 事는 상대적 개념으로 제기하며, 부처의 지혜 중 하나로 불성이 첫 정체(整體)임을 증거한다. 물질계의 환영이며 본체 세계의 진실 두 관계는 모순 없이 서로 통일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세속과 종교 수행이 단절되지 않은 것처럼 중생과 진정한 불성 사이에서도 장..

322. 任其自然 萬事安樂 임기자연 만사안락

幽人淸事總在自適 유인청사총재자적 故酒以不勸爲歡 고주이불권위환 棋以不爭爲勝 기이부쟁위승 笛以無腔爲適 적이무강위적 琴以無絃爲高 금이무현위고 會以不期約爲眞率 회이불기약위진솔 客以不迎送爲坦夷 객이불영송위탄이 若一牽文泥迹 약일견문니적 便落塵世苦海矣 변락진세고해의 은둔자의 고상한 일은 모두 하고픈 대로 편히 사는 것 그래서 술은 권하지 않음을 기쁨으로 하고 바둑은 다투지 않음을 승리로 하며 피리는 구멍 없는 것을 알맞음으로 하고 거문고는 줄이 없는 것을 높이 사며 만남은 기약 없음을 진솔함으로 하고 손님은 맞이하거나 전송 없음을 마음 편히 하네 만약 한결같이 문자에 얽매이고 자취에 거리낀다면 곧 속세라는 고통의 바다에 떨어진다네. 幽人(유인) : 은자, 은둔하여 사는 사람 淸事(청사) : 고상한 일 自適(자적) :..

323. 思及生死 萬念灰冷 사급생사 만념회냉

試思未生之前有何象貌 시사미생지전유하상모 又思旣死之後作何景色 우사기사지후작하경색 則萬念灰冷 즉만념회냉 一性寂然 일성적연 自可超物外遊象先 자가초물외유상선 잠시 태어나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생각해 보고 또 이미 죽은 후에 어떤 풍경을 만들 지 생각한다면 곧 일만 가지 생각이 사라져 식으며 본성만이 꼼짝 않고 조용히 남아 절로 만물 밖을 넘어 태초 이전의 상태에서 떠돌 것이라. 試(시) : 잠시, 시험 삼아 해보다, 떠보다 未生(미생) : 여기서는 태어나기 전 象貌(상모) : 모습, 형상 景色(경색) : 풍경, 경치(景致) 灰冷(회냉) : 心灰意冷의 준말로 마음의 의지가 식다, 소침해지다 一性(일성) : 한결같이 불변하는 본성 寂然(적연) : 고요한 모양, 꼼짝 않고 있는 모양 象先(상선) : 태초 이전의..

324. 卓智之人 洞燭機先 탁지지인 통촉기선

遇病而後思强之爲寶 우병이후사강지위보 處亂而後思平之爲福 처란이후사평지위복 非蚤智也 비조지야 倖福而知其爲禍之本 행복이지기위화지본 貪生而先知其爲死之因 탐생이선지기위사지인 其卓見乎 기탁견호 병을 만나서야 강건함이 보물임을 생각하고 난리에 처해서야 평화가 복임을 생각하니 빠른 지혜가 아니다. 복을 바라면서 그것이 화의 근본이 됨을 알고 살기를 탐내면서 그것이 죽음의 원인임을 안다면 그것은 탁월한 생각이다. 蚤(조) : 본디 벼룩이며 早(조)와 통용하여 일찍을 뜻함 倖(행) : 바라다 見(견) : 명사 의견, 생각

325. 雌雄姸醜 一時假相 자웅연추 일시가상

優人傳粉調朱 우인전분조주 效姸醜於毫端 효연추어호단 俄而歌殘場罷 아이가잔장파 姸醜何存 연추하존 弈者爭先競後 혁자쟁선경후 較雌雄於著子 교자웅어착자 俄而局盡子收 아이국진자수 雌雄安在 자웅안재 배우가 분을 펴고 연지를 섞어 붓끝으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드러낸다. 머지않아 노래가 끝나가고 무대가 끝나면 아름다움과 추함은 어디에 있는가? 바둑은 앞 뒤를 다투며 바둑돌로 자웅을 따진다. 머지않아 한 판이 다하여 돌을 거두니 자웅이 어찌 있겠는가? 優人(우인) : 배우, 광대(廣大) 傳粉(전분) : 분을 펴다(분을 바르다-차분搽粉) 調朱(조주) : 연지를 섞다 朱는 연지를 말한다. 調硃라 쓴 경우도 보았다. 硃는 朱墨의 원료다. 效(효) : 드러내다, 나타내다 姸醜(연추) : 용모의 아름다움과 추함(미추美醜) 毫端(호단..

326. 自然眞趣 閑靜可得 자연진취 한정가득

風花之瀟灑 풍화지소쇄 雪月之空清 설월지공청 唯静者爲之主 유정자위지주 水木之榮枯 수목지영고 竹石之消長 죽석지소장 獨閑者操其權 독한자조기권 바람과 꽃의 얽매임 없는 자유와 구름과 달의 공활한 맑음은 오로지 조용한 자가 주인이 되고 물과 나무의 무성함과 쇠락 대나무와 돌의 소멸과 생장은 오직 할 일 없는 자가 권리를 쥔다. 瀟灑(소쇄) : 소탈하다, 맑고 깨끗함. 구속을 받지 않음 空清(공청) : 공활(空豁)한 맑음, 확 트인 맑음 瀟灑的人生(소쇄적인생)은 얽매임 없는 자유로운 삶을 말한다. 榮枯(영고) : 번영과 쇠락, 초록이 무성함과 말라죽음 消長(소장) : 쇠하여 사라짐과 성하여 자라감. 權(권) : 칭추(秤錘), 저울질하다. 閑이란 글자에서 다음의 시가 떠오른다. 鐵甲將軍夜渡關 철갑장군야도관 朝臣待漏五..

327. 天全欲淡 雖凡亦仙 천전욕담 수범역선

田夫野叟 전부야수 語以黃鷄白酒則欣然喜 어이황계백주즉흔연희 問以鼎食則不知 문이정식즉부지 語以縕袍短褐則油然樂 어이온포단갈즉유연락 問以袞服則不識 문이곤복즉불식 其天全故其欲淡 기천전고기욕담 此是人生第一個境界 차시인생제일개경계 시골 늙은 농부에게 누런 닭에 백주하자 말하면 기꺼이 기뻐하나 솥을 늘어놓고 먹자 물으면 모른다. 헌 솜 두루마기와 베짬뱅이를 말하면 절로 즐거워하나 곤룡포를 물어보면 알지 못한다. 그 천성이 온전하여 그 욕망이 담박하니 이것이 인생 첫 번째 경지다. 田夫野叟(전부야수) : 田夫野老와 같다. 田夫는 늙은 농부, 野叟는 시골 늙은이로 野翁(야옹), 野老(야노)와 같다. 白酒(백주) : 배갈, 바이주, 고량주 欣然(흔연) : 기꺼이, 달갑게 鼎食(정식) : 솥을 늘어놓고 식사하다, 호사스런 생..

328. 本眞卽佛 何待觀心 본진즉불 하대관심

心無其心 何有於觀 심무기심 하유어관 釋氏曰 석씨왈 觀心者 重增其障 관심자 중증기장 物本一物 何待於齊 물본일물 하대어제 莊生曰 장생왈 齊物者 自剖其同 제물자 자부기동 마음에 잡념이 없다면 어찌 자기 안을 들여다 보겠는가! 석기모니가 말했다. “마음을 들여본다는 것은 장애를 더할 뿐이라”고 만물은 본디 하나인데 어찌 가지런하길 기다리는가! 장자는 말했다. 만물을 가지런히 함은 절로 하나 되게 쪼개는 것이라고! 其心(기심) : 사색과 우려, 잡념 이는 불교와 도교 모두 언급된다. 도교의 내 內觀其心 心無其心, 外觀其形 形無其形, 遠觀其物 物無其物 三者旣悟 唯見於空에서 보인다. 안으로 그 마음을 보되 마음은 잡념이 없고 밖으로 그 형태를 보되 형태는 보이는 것만 아니며 멀리 그 만물을 보되 만물은 그 물질이 없..

329. 懸崖撒手 苦海離身 현애살수 고해이신

笙歌正濃處 생가정농처 便自拂衣長往 변자불의장왕 羨達人撒手懸崖 선달인살수현애 更漏已殘時 경루이잔수 猶然夜行不休 유연야행불휴 笑俗士沈身苦海 소속사침신고해 생황의 노래가 한창 무르익을 때 곧 스스로 옷을 털고 멀리 있는 길을 떠남은 달인이 벼랑에서 손 놓아 버리는 것이라 부럽고 물시계가 이미 끝나가는 밤에 여전히 쉬지 않고 밤길을 걷는다는 것은 평범한 이가 몸을 고해에 담그는 것이라 우습다. 笙歌(생가) : 생황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 正濃(정농) : 분위기가 막 무르익다 處(처) : 곳, 때, 지위 便(변) : 곧, 문득 拂衣(불의) : 옷(소매)을 털다(≒拂袖) 長往(장왕) : 먼길을 떠나다 羨(선) : 부러워하다, 흠모하다, 탐내다 達人(달인) : 널리 사물의 도리에 통달한 사람 撒手(살수) : 손을..

330. 修行絶塵 吾道涉俗 수행절진 오도섭속

把握未定 宜絶跡塵囂 파악미정 의절적진효 使此心不見可欲而不亂 사차심불견가욕이불란 以澄吾靜體 이징오정체 操持旣堅 又當混跡風塵 조지기견 우당혼적풍진 使此心見可欲而亦不亂 사차심견가욕이역불란 以養吾圓機 이양오원기 마음 잡지 못했다면 번잡한 속세에 발길을 끊고 마음이 욕심나는 것을 보지 않고 어지럽지 않게 하여 나의 고요한 본질을 맑게 하라. 이미 굳게 잡았다면 다시 속세에 끼어들어 섞이고 마음이 욕심나는 것을 보고도 어지럽지 않게 하여 나의 원만한 본디 불성의 틀을 길러야 한다. 把握(파악) : n. 이해, 통제, 自信, 可望, 成功 이 글의 시작을 悟道當涉足于世俗으로 하는 다른 채근담도 있다. 뜻은 ‘도를 깨달았다면 등당 속세에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이다. 속세에 발을 들여놓을 만큼 도를 깨달아야 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