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332. 山居淸洒 入都俗氣 산거청쇄 입도속기

허접떼기 2023. 11. 18. 19:53

 

중국 화가 관산월(關山月,1912-2000)의 <설매도雪梅圖>

山居胸次淸洒 산거흉차청쇄

觸物皆有佳思 촉물개유가사

孤雲野鶴 견고운야학

而起超絶之想 이기초절지상

石澗流泉 우석간유천

而動澡雪之思 이동조설지사

撫老檜寒梅 무노회한매

勁節挺立 이경절정립

侶沙鷗麋鹿 여사구미록

機心頓忘 이기심돈망

走入塵寰 약일주입진환

無論物不相關 무론물불상관

卽此身亦屬贅旒즉차신역속췌류의

 

산에 살면 흉금이 맑고 시원하며

몸에 닿는 모든 것이 좋은 느낌이다.

외로운 구름과 들판의 학을 보자니

실로 뛰어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우연히 산골짜기 돌 틈에 흐르는 시내를 만나면

일체의 잡념을 씻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고

늙은 전나무와 겨울에 핀 매화를 어루만지면

굴하지 않는 절개가 우뚝 서고

모래톱 물새와 고라니와 사슴과 벗하면

간교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잠시 잊게 되네.

만약 일단 속세에 발을 들이면

나와 상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곧 이 몸도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에 속할 뿐이다.

 

胸次(흉차) : 마음속, 포부, 흉금

淸洒(청쇄) : 맑고 시원하다

佳思(가사) : 좋은 느낌, 마음

孤雲野鶴은 외로운 구름이요 들의 학이라, 속세를 떠난 은일자를 말한다.

超絶(초절) : 탁월하다, 뛰어나다.

石澗(석간) : 산골짜기의 돌이 많은 곳에 흐르는 시냇물

마음을 씻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고,

澡雪(조설) : 목욕하여 씻음/일체의 잡념을 없앰

澡雪情神조설정신이란 말이 있다.

눈은 결백과 순수를 의미하여 눈으로 몸을 씻으면

마음이 정화되고 순수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莊子.지북유知北遊》에

汝齋戒 疏瀹而心 澡雪而情神 여재계 소약이심 조설이정신

이란 글이 있다. 공자가 노자에게 도에 이르는 길을 묻자

“재계하고 마음을 씻어 정신을 깨끗히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회) : 전나무, 노송나무

寒梅(한매) : 겨울에 피는 매화

勁節(경절) : 꿋꿋하고 굽히지 않는 지조, 절개

挺立(정립) : 높이 솟아 있음/ 우뚝 서다

(여) : 동반하다. 친구로 삼다.

沙鷗(사구) : 모래톱에 사는 갈매기 따위의 물새

麋鹿(미록) : 고라니와 사슴/촌스런 행동(비유)

機心(기심) : 교사한 마음/간교한 심보

頓忘(돈망) : 잠시 잊다, 소홀히 하다

(일) : 부사로 일단...하면, ....하기만 하면

塵寰(진환) : 티끌의 세계, 속세

無論(무론) : 勿論(물론), ...에도 불구하고

(물) : 물질/나 이외의 사람이나 환경/내용

贅旒(췌류) : 군더더기인, 장대나 깃발위에 달아 매어 바람에 나부끼게 드리운, 비단 띠(=綴旒)로 남의 입에 오르내릴 뿐 실권이 없는 사람을 비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