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354. 無事爲福 雄心氷霰 무사위복 웅심빙산

허접떼기 2023. 11. 10. 19:19

출처 : p.51vv.com

一事起則一害生 일사기칙일해생

故天下常以無事爲福 고천하상이무사위복

讀前人詩云 독전인시운

勸君莫話封侯事 권군막화봉후사

一將功成萬骨枯 일장공성만골고

又云 우운

天下常令萬事平 천하상령만사평

匱中不惜千年死 궤중불석천년사

雖有雄心猛氣 수유웅심맹기

不覺化爲氷霰矣 불각화위빙산의

 

하나의 일이 생기면 하나의 해로움이 생긴다.

그러므로 천하는 늘 무사함을 복으로 삼는다.

옛사람의 시를 읽어보면

그대에게 권하니 제후의 책봉 일을 말하지 말라,

한 장수의 공은 만 명의 해골로 이뤄진다.”라 한다.

천하는 일찍이 모든 것이 평온하게 되면

궤짝 속 칼이 천년을 죽어도 아깝지 않으리라 하였다.

비록 웅장한 마음과 용맹한 기질이 있을지라도

모르는 사이에 얼음과 싸라기눈이 되어 흩어지리라.

 

() : 마르다, 해골

() : 물건을 담아 두는 작은 상자

雄心(웅심) : 웅장한 마음

猛氣(맹기) : 매우 사나운 기질

氷霰(빙산) : 얼음과 싸래기눈

 

前人詩(전인시)

당나라 시인 조송(曺松)<기해세(己亥歲)>

명대 유윤문(兪允文)<보검편(寶劍編)>이다.

70이 넘어 진사시에 합격한 당 말기의 인물

조송의 시 <기해세(己亥歲)>는 이렇다

 

澤國江山入戰圖 택국강산입전도

生民何計樂樵蘇 생민하계락초소

憑君莫話封侯事 빙군막화봉후사

一將功成萬骨枯 일장공성만골고

수향의 이 강산이 전쟁에 빠져드니

백성이 어찌 나무를 하고 풀 뜯는 것을 즐기랴

그대에게 부탁하니 제후의 봉작을 말하지 말라

한 장수가 공은 만 명의 해골로 이뤄진다네!

 

기해(己亥)60간지 중 하나고

당 희종(僖宗,재위873-888)의 첫 연호

건부(乾符,874-879) 6년 즉 879년을 말한다.

당시 당나라는 안사의 난 이후 소금 전매와 희종 즉위 원년 대기근으로 농민의 삶이 말이 아니었다, 와중에 소금밀매업자 왕선지가 농민을 선동하고 황소(黃巢)가 호응하여 산동과 하남일대를 휩쓸던 이른바 황소의 난이 일어났다. 황소와 농민군이 장안을 점령하자 희종이 성도로 피신을 갔고, 황소가 대제(大齊)를 세우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군편제를 이루지 못한 황소의 군대는 투르크 장수 이극용 등의 토벌군에게 패해 태산 낭호곡으로 퇴각하고 황소가 자결하면서 10년의 반란은 끝난다. 황소의 심복인 주온이 당에 투항하여 희종으로부터 주전충이란 이름을 하사받고 907년 후량을 건국하며 당의 숨통을 끊었다는 것과

그리 커다란 효과를 가져오진 않았지만 신라 최지원이 격문을 지었던음 문장도 떠오르게 한다.

 

유윤문(兪允文,1513-1579)은 강소성 곤산 출신으로 는 중울(中蔚)이며 스스로 자지(紫芝)라는 호를 썼다. 마흔이 되도록 과거에 응하지 않았고 시문과 서체에만 힘썼는데

구대임(歐大任,1516-1596), 오유악(吳維岳,15141569,이선방(李先芳,1510-1594),노담(盧柟,1507-1560)과 함께 가정,광오자(嘉靖 廣五子)의 하나로 불린다.

 

그의 <보검편(寶劍編)>은 다음이다.

吾聞龍泉太阿之寶劍 此物往往鐘神英
人聞得名千百載 國内惟有征求兵
昆吾之潁茨山精 銀花綉出霜雪明
星氣朝朝鸊鵜紫 龍光夜夜芙蓉生
文章已足清朝貴 勛業還爲猛將惊
七雄五列雖已矣 報仇報恩心未已
非但飄淪古獄邊 亦會提携楚城里
峥嶸磊落世兩見 斷蛟剸兕窃所耻
天下嘗令万事平 匣中不惜千年死
朝馳咸陽暮雲中 此間未必皆成功
但看古來功名士 殺身濺血俱英雄
嗟哉神物會遇亦有以 至今升騰變化爲飛龍

 

오문룡천태아지보검 차물왕왕종신영
인간득명천백재 국내유유정구병
곤오지영자산정 은화수출상설명
성기조조벽제자 용광야야부용생
문장이족청조귀 훈업환위맹장량
칠웅오열수이의 보구보은심미이
비단표륜고옥변 역회제휴초성리
쟁영뇌락세량견 단교전시절소치
천하상영만사평 갑중불석천년사
조치함양모운중 차간미필개성공
단간고래공명사 살신천혈구영웅
차재신물회우역유이 지금승등변화위비룡

 

내 용천검과 태하의 보검을 들어보니

이 물건은 왕왕 염주의 신명이 만든 꽃이라 한다.

사람들이 그 이름 천년을 들었으나

나라 안은 그저 병사를 징벌하는구나!

곤오 영차산의 정기로다.

인동꽃이 서리와 눈을 뚫어 밝구나!

별의 모양새가 매 아침 논병아리와 사다새 자줏빛이고

군자의 덕을 칭송하는 용광곡이 밤마다 연꽃에 오른다.

문장은 이미 맑은 조정의 귀한 고관으로 충분하고

공적도 도리어 맹장도 놀라울 정도로다.

춘추전국 제패는 이미 끝났으나

앙갚음과 보은의 마음은 여태로다.

옛 송사는 변두리로 빠졌을 뿐 아니라

초나라 마을을 끌어 당기려 모였도다.

빼어남과 활달함이 세상의 두 가지를 보여주니

교룡을 자르고 외뿔소를 베어냄은 남몰래 부끄러움이다.

천하는 일찍이 만사가 평온해 지면

궤짝의 칼이 천년동안 죽어도 안타깝지 않다하네

아침에 함양으로 달려 저물녁 구름에 이르는

그 동안에도 반드시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저 예부터 명사들의 공적을 훑어보면

몸을 던지고 피를 뿌려 영웅이 된 것이니

오호라 신물이 만날 수도 있음이라

이제야 피어올라 비룡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