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끌리는 그림이다. 문외한이니 논할 수는 없다. 추사가
“구도가 대단히 익숙하고 붓놀림에 막힘이 없다. 다만 채색이 세밀하지 못하고 인물 표현에서 속기(俗氣)를 면치 못했다.”라는 평을 했고, 위창은 북산이 그린 그림에 추사의 다른 평을 옮겨
‘有極可喜處 不作近日一種率易之法’이라 썼다.
‘극진함이 있어 기뻐할 만한 구석이 있다. 근래 일종의 솔이지법(率易之法)같은 것은 따라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될 듯하다. 솔이지법을 추사는 추구할 바 못 되는 것이라 깎아내린 것인데 요즘 북산의 그림을 추사가 솔이지법이라 칭찬했다고 하니 어색해진다. 그러든 저러든 그림이 편하다. 저런 곳이 대한에 존재한다면 가보고 싶다.
북산이 그림의 화제(畫題)로 쓴 글
幾回倦釣思歸去
又爲蘋花住一年
이 글귀는 <우잡천寓霅川>에서 따온 것이다. 작가는 요용(姚鏞,1191~?)이다
우잡천이니 '잡천에 머물며'가 되겠다.
王戴溪頭小隱仙 왕대계두소은선
漁翁引上霅溪船 어옹인상잡계선
幾回倦釣思歸去 기회권조사귀거
又爲蘋花住一年 우위빈화주일년
왕휘지가 대규를 찾던 계곡 머리 작은 안일거사라
늙은 어부 잡계 위로 배를 올려 놓는구나.
몇 번 낚시가 물려 돌아가려 생각했었으나
또 네가래꽃을 보려 일년을 머물겠구나
王戴溪왕대계는 실재하지 않다.
왕희지의 5남 왕휘지(王徽之,338-386)가 큰 눈이 내린 밤 깨어 술 마신 뒤 초은시(招隱詩)를 부르고는 홀로 섬계(剡溪)에 사는 대규(戴逵,326-396)를 만나가기 위해 낚싯배를 타고 갔다 만나지 않고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잡계와 섬계는 같지 않다. 잡계는 호주시내에 섬계는 소흥(紹興)에서 승주(嵊州)로 흐른다.
霅溪잡계는 잡천霅川이다. 절강성 호주(湖州)에 있다.
霅잡은 격동적으로 흐르는 모양을 뜻할 때는 잡이다. 중국어로 자[zhà]라 읽는다.
음이 세 개다
1. 삽 - 비가 오다. 흩어지는 모양 또는 잠깐
2. 잡 – 번개(천둥) 치다. 물이 콸콸 흐르는 소리
3. 합 - 빛나다
幾回기회는 몇 번
倦권은 게으르다 싫증 나다 고달프다를 말한다.
蘋花(빈화) 네가래 꽃으로 백빈(白蘋), 수별(水鳖)과 같다.
요용은 송대 시인이다. 자는 희성(希聲)이고 호는 설봉(雪篷), 경암(敬庵)으로 섬계(剡溪, 현재 절강성 승현(嵊縣)사람이다.
영종(寧宗) 10년 1217년 진사가 되고 이종(理宗) 원년 1228년 길주 판관이 되고 이종 6년 1235년 도적을 평정한 공으로 감주(赣州) 수령이 되었으나 윗사람에게 거슬려 형양(衡陽)으로 귀양을 갔다.
시를 지어 생계를 구했다는 대복고(戴復古)가 찾아가
'한번 관에 올라 불행히도 기이한 화를 당하나, 만사에 그저 부끄러움 없기 바랄 뿐이다' 라는 시를 지어 위로했다.
1237년 귀양이 풀렸고 1264년 경종5년 지금의 절강 태주(台州)인 황암현 향교의 장교(掌敎)가 되었다.
《설봉집雪篷集》1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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