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에 교훈적 내용을 담았다는 감계화(鑑戒畵)라고 할 수 있는
윤두서의 <진단타려도(陳摶墮驢圖)>와
작자미상의 <어초문답도(漁樵問答圖)>에
숙종이 직접 제문(製文)을 쓴 작품을 블로그에 올린 기억이 있다.
숙종이 감상하고 어제(御製)를 남긴 작품으로
남아 있는 그림 중 대표적인 두 점을 살펴보고 싶었다.
그 중 먼저 집안의 조상이기도 한 추담 달자 제자 할아버지의 묵매도를 본다.
이 그림 위에 숙종이 친필로 가지런히 평한 글은 이렇다.
妙筆吾東¹豈有二 (묘필오동기유이)
觀圖仍忽感前事 (관도잉홀감전사)
辭²君不暫心忘國 (사군부잠심망국)
對虜何嘗³口絶詈⁴ (대로하상구절리)
節義昭昭⁵三子⁶同 (절의소소삼자동)
孝忠炳炳⁷一身備 (효충병병일신비)
誰知嗣續終無傳 (수지사속종무전)
於此難諶⁸福善理 (어차난심복선리)
乙酉臘月下澣⁹題 (을유납월하한제)
신묘한 필법은 우리나라에서 어찌 둘이 있으랴!
그림을 보니 갑자기 지난 일이 생각난다.
임금을 떠나가서도 잠시도 나라 잊지 않았고
포로로 있으면서 일찍이 입이 꾸짖음을 끊었더냐?
절개와 의리가 밝음은 세 사람이 같지만
효충은 밝고 밝게 한 몸에 갖추어져 있다.
뒤 이을 후손이 끝내 이어지지 않음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러니 선한 도리에 참으로 강복한다는 것이 어렵구나!
을유년 섣달 하순에 썼다.
1)吾東(오동)은
중국에 대한 관점이라 마음이 좋지 않으나 우리나라다.
2)辭(사)는 ‘사퇴하다, 알리다.’이고
3)嘗(상)은 일찍이라는 부사이며 4)詈(리)는 ‘꾸짖다’다.
5)昭昭(소소)는 사리가 밝고 뚜렷함과 밝은 모양을 뜻한다.
6)炳炳(병병)은 ‘밝고 환하다.’이다.
7)三子(삼자)는 병자삼학사, 척화삼학사로
윤집(尹集,1606-1637),
오달제(吳達濟,1609-1637),
홍익한(洪翼漢,1586-1637)이다
8)諶(심)은 참으로, 진짜라는 뜻이다.
9)臘月(납월)은 음력 섣달이고
下澣(하한)은 하순(下旬)으로 澣은 빨래하다, 열흘의 뜻을 갖는다.
그림 왼쪽에 있는 글은 오달제의 사후
영조가 1756년(영조32)에 내린 어제(御題)를
오달제의 봉사손인 오수일(吳遂一)의 손자
대사성 오언유(吳彦儒)가 쓴 것이다.
영조는 동지(冬至)를 맞이하여
창경궁 명경전에서 망배례(望拜禮)를 했다.
그날 오언유가 추담의 묵매를 올리자
영조가 제찬을 하사한 것이다.
이 내용은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 88권
영조 32년 11월 1일 갑오 기사에 적혀있다.
忠烈公吳達濟梅花簇 (충렬공오달제매화족)
御詩續贊仍賜 (어시속찬잉사)
其孫大司成彦儒 (기손대사성언유)
今日望拜₁緬億₂昔年 (금일망배면억석년)
遙望中州冞切₃愴然 (요망중주미절창연)
豈幸此辰₄得覽一簇 (기행차신득람일족)
東閣₅一梅忠烈筆蹟 (동각일매충렬필적)
上有御詩追慕興歎 (상유어시추모흥탄)
韻律停久敬續以贊 (운률정구경속이찬)
樹忠何歲漢南夕雲₆ (수충하세한남석운)
何以聊₇表特賜其孫 (하이료표특사기손)
崇禎₈紀元後三丙子仲冬₉(숭정기원후삼병자중동)
忠烈公吳達濟玄孫 (충렬공오달제현손)
嘉善大夫行ₐ成均館大司成(가선대부행성균관대사성)
臣吳彦儒奉敎敬書 (신오언유봉교경서)
충렬공 오달제 매화족자
숙종의 어시(御詩)에 이어서 짓고
그의 후손인 대사성 언유에게 내린다.
오늘 망배례 하니 아득히 지난해가 생각난다.
멀리 중국 땅을 바라보니 더욱 더 처절하고 슬픈데
오늘 한 개 족자를 보니 얼마나 다행이냐!
매화 그림을 감상하니 충렬공의 필적이다.
위에 추모와 감탄의 숙종의 어시(御詩)가 있다.
운률이 멈춘 지 오래되어 경건히 기리고자 이어 쓴다.
忠을 세운 것이 언제던가? 한남의 저무는 구름 때다.
다소나마 애오라지 밝히어 그 후손에게 특별히 내린다.
숭정기원후 세 번째 병자년(1756년, 영조 32년) 동짓달에
충렬공 오달제의 현손인
가선대부 행 성균관대사성
신 오언유가 하교를 받들어서 삼가 쓰다.
1)望拜(망배) : 망배례(望拜禮), 명나라의 궐을 향해 행하던 제례
2)緬憶(면억) : 지나간 일을 멀리 생각함
3)冞切(미절) : 더욱더 처절하다. 冞(미) : 점점
4)此辰(차신) : 이 때, 이 날.
5)東閣(동각)은 단순히 동헌이나 동쪽 건물이 아니다.
동각은 매화와 연관된 고유명사다.
중국 남조 양(梁)나라 하손(何遜)이
양주(揚州) 관아의 매화를 잊지 못해 자청해 재 부임하여
마침 활짝 핀 매화 꽃을 보며
하루종일 그 곁을 떠나지 못했다는 고사가 있다.
그것이 동각관매(東閣觀梅)다.
‘추운 겨울 매화를 감상하며 시흥이 일어난다.’를 의미한다.
두보의 시집에도 이와 같은 유명한 구절이 있다.
6)漢南夕雲(한남석운) 남한산성의 어둔 시절을 일컫는다.
7)聊(료) : 애오라지, 부족하나마 그대로
8)崇禎(숭정)은 명나라 마지막 임금 의종(毅宗)의 연호로
1628-1644까지의 기간이다.
三丙子(삼병자)는 세 번째로 돌아온 병자년이란 뜻이다.
순서로 1636년 1696년 1756년이다.
없어진 나라에 제사도 지내고 역법도 그렇고
참으로 송시열스럽다.
9)仲冬(중동)은 동짓달의 딴 이름이다.
a) 行과 守
관직이 품계보다 낮은 경우를 ‘行’,
관직이 품계보다 높은 경우를 ‘守’라 하였다.
가선대부(嘉善大夫)는 종2품의 품계다.
성균관대사성은 정3품 당상관 직이니
관직 앞에 행이라 적은 것이다.
신하된 자는
임금을 뜻하는 御(어)를 줄을 바꿔 위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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