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허필의 두보시의도

허접떼기 2020. 9. 22. 16:28

두보시의도(杜甫詩意圖)이화여대박물관에 있다.

 

이 그림에 허필이 적은 글은 이렇다.

讀杜家(독두가)

春日鸎啼脩竹裡(춘일앵제수죽리)

仙家吠犬白雲間(선가폐견백운간)

之句(지구)

參之艸禪戲帖(참지초선희첩)

不覺心期犂肰(불각심기이연)

 

‘봄날 꾀꼬리가 긴 대나무 숲속에서 울고

신선의 집에는 흰 구름 사이 짖는 개’

라는 두보의 시 구절을 읽고

그것을 참고하여 초선(자신)이 화첩을 그렸는데

바라는 바가 잘되었다고 생각되지 않구나!

 

脩竹은 가늘고 긴 대나무다.

()를 사전에서 찾으면 이렇다

1. (), 포육(脯 肉: 얇게 저미어서 양념을 하여 말린 고기)

2. 건육(乾肉)

3. 닦다(=), 수양하다(修養--)

4. 마르다, 시들다

5. 오래다

6. 멀다

7. 길다

8. 경계하다(警戒--)

a. 술잔(-) ()

b. 고을의 이름 ()

c. 강목(綱目: 사물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자세한 조목)

d. 쓸쓸하다 ()

e. 씻다 ()

仙家는 신선이 사는 집, 또는 도인을 일컫는다.

두보의 등왕정자(滕王亭子) 이수(二首) 중 첫 수에서 따왔는데

원작 견폐(犬吠)가 바뀌어 써 있다.

()은 참고하다이며,

()는 그것이라는 뜻이다.

艸禪(초선)草禪인데 허필의 호() 중의 하나다.

마음을 가다듬어 무아지경에 몰입하는 일을 선()이라고 하는 데

초자라는 것이다.

는 거칠고 시작단계에 있는 사람이란 뜻이 있다.

 

한자 해석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단어 품사를 가려내고도 고유명사를 간과하는 경우다.

 

()와 같고 戲墨(희묵)을 말하는 것이니

자신의 그림이나 글씨를 낮춰 일컫는 말이다.

()은 수첩과 같이 장부나 쪽지, 두루마기를 말한다.

(,,,,,)와 같은 글자다.

1. 밭을 갈다(, )

2. 검다(,)

3. 얼룩얼룩하다(,)

4. 때려 부수다, 뒤엎다(,)

5. 밝게 살피다 (,)

6. 쟁기(논밭을 가는 농기구) (,)

7. 얼룩소(,)

8. 분명하게 분별하는 모양 (,)

9. 떨다 ()

10. 두려워 떠는 모양 ()

()은 불 화를 더한 그럴 ()과 같은 글자인데

본디는 개고기 연이다.

 

犂肰(이연)犁然(이연)이며 국어대사전에

이연(犁然)하다는 다음의 뜻이라 적혀있다.

 

형용사

(1) 기본의미는 (빛이) 먹의 빛깔과 같이 어둡다.

(2) 동의하는 기색이 있다.

(3) (무엇이) 아주 확실하다.

 

세종이 두보의 시를 좋아하여 전문가를 불러 서로 언해하길 즐겼고

성종 대에 이르러서는 <두시언해(杜詩諺解)>를 인쇄하기에 이르렀다.

허필이 인용한

두보의 등왕정자(滕王亭子) 이수(二首) 중 첫 수는 이렇다.

 

君王臺榭枕巴山 萬丈丹梯尚可攀
군왕대사침파산 만장단제상가반

春日鶯啼脩竹裡 仙家犬吠白雲間
춘일앵제수죽리 선가견폐백운간

清江錦石傷心麗 嫩蕊濃花滿目斑
청강금석상심려 눈예농화만목반

人到于今歌出牧 來游此地不知還

인도우금가출목 내유차지부지환

 

군왕의 정자는 파산을 베고 있으니

만장의 붉은 사다리가 있어 붙잡고 올라간다.

봄날 긴 댓 숲 안에서 꾀꼬리가 울고

신선의 집에는 하얀 구름 사이로 개가 짖는다.

맑은 강물과 금석은 마음 애타도록 아름답고

어린 꽃부리와 짙어진 꽃들이 눈에 가득 아롱거린다.

사람들이 이제와 방목을 나간 이를 노래 부르고

이 곳에 놀러 와서는 돌아감을 알지 못하는구나!

 

君王은 등왕(滕王)으로 봉해진

당나라 고조의 22번째 아들 이원영(李元嬰,628-684)이다.

臺榭는 정자(亭子)를 말한다.

巴山(파산)은 양자강 남쪽 연안의 산이다.

()은 열 자이니 대략 3M이고 萬丈이니 높디높다는 말일테다.

()는 사다리다.

()은 더위잡은 반이다.

덥다가 아니라 더 높은 곳을 오르려 무엇을 잡고 오른다는 것이다.

錦石(금석)은 광동성 단하산 금석암일 수도 있는 아름다운 바위다.

嫩蕊(눈예)는 어린 눈자와 꽃술 예자다.

()1. 아롱지다. 2. 나누다. 3. 얼룩진 모양이다.

出牧(출목)방목 하러 나서다이다.

 

이를 풀어놓은 <두시언해>를 참조하였다.

 

찾아보다보니 명나라 문가(文嘉, 1501-1583)가 그린 같은 제목의 그림이 있었다.

비슷한 구도구나 싶다가도 같은 시를 마음에 두고 그렸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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