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235. 盛宴散後 興味索然 성연산후 흥미삭연

허접떼기 2024. 3. 29. 14:52

청말 오곡상(吳穀祥,1848-1903)의 秋風水亭圖 中에서

賓朋雲集               빈붕운집

劇飮淋漓樂矣        극음임리락의

漏盡燭殘        아이누진촉잔

香銷茗               향소명랭

不覺反成嘔咽        불각반성구열

令人索然無味        영인삭연무미

天下事率類此        천하사솔유차

奈何不早回頭也 인내하불조회두야

 

손님과 친구들이 구름처럼 모여

실컷 마시니 입가로 줄줄 흐르네, 기쁘구나!

금새 시간이 지나 촛불도 꺼지고,

피운 향도 다하고 차도 식어져

어느새 도리어 목이 메어 울컥하니

사람들로 눈물이 흐르고 흥미를 잃게 하는구나!

천하의 일이 대개 이와 비슷한데

사람은 어찌 일찍 고개를 돌리지 않는가!

 

賓朋(빈붕) : 손님과 친구

劇飮(극음) : 술 따위를 지나치게 마심

송나라 동파(東坡) 소식(蘇軾)<游蘭溪유란계>

是日劇飮而歸 시일, 극음이귀

그날실컷 마시고 돌아왔다. 라는 구절이 있다.

淋漓(임리) : 물이나 피가 흠뻑 젖어 떨어지거나

  흥건한 모양. 왕성하다

당나라 퇴지(退之) 한유(韓愈)의 시 <醉後취후>

淋漓身上衣 顚倒笔下字 임리신상의 전도필하자

줄줄 윗옷으로 떨어져 써내려가는 붓이 뒤짚히네.

라 적었고

  <赤壁杖歌적벽장가>에는

  赤龍拔鬚血淋漓 적룡발수혈임리

  붉은 용의 수염을 뽑으니 피가 뚝뚝 떨어지네

라고 적었다.

() : 홀연, 금새

漏盡(누진) : 물시계의 물이 없어지다

  시간이 지나다/ 번뇌가 없어지다

  후한 채옹(蔡邕)<獨斷독단> 권에

  夜漏盡鼓鳴則起 야루진고명즉기

  晝漏盡鐘鳴則息也 주루진종명즉식야

밤에 물시계 물이 다하니 북이 울리면 일어나고

낮에 물시계 물이 다하니 종일 울리면 쉬게 되네

라고 적었다.

香銷(향소) : 향이 다하다

  香銷玉殞향소옥운은

  용모가 뛰어난 미인이 젊은 나이에 죽음이다.

() : 차 싹, 늦게 딴 차

不覺(불각) :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 : 게우다, 기꺼이 말하다

() : 목메다, 막히다

  嘔咽은 울컥하다가 적당한 이해로 본다

() : ...로 하여금 (= 使)

索然(삭연) : 흥미가 없는, 눈물이 흐르는

興味索然(흥미삭연)은 흥미를 잃어 가는 모양을

  말한다.

() : 대개, 대강

類此(유차) : 이와 비슷하다(=猶此)

奈何(내하) : 어찌, 어떻게

回頭(회두) : 머리(고개)를 돌리다/뉘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