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259. 濃處味短 淡中趣長 농처미단 담중취장

허접떼기 2024. 2. 8. 15:41

송 휘종(徽宗)이 그렸다는 점다도(點茶圖) www.chaliyi.com

悠長不得於醲釅 유장지취부득어농염

而得於啜菽飮水 이득어철숙음수

 

惆悵不生於枯寂 추창지회불생어고적

而生於品竹調絲 이생어품죽조사

 

處味常短 고지농처미상단

中趣獨眞也 담중취독진야

 

유구한 멋은 진한 술과 차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콩을 먹고 물을 마시는 삶에서 얻어진다

 

슬퍼하는 마음은 메마르고 적막한 곳에서 나지 않고

피리 불고 거문고 타는 데서 생긴다.

 

본디 강렬한 방면의 맛은 늘 짧고

담백함 가운데 멋이 유독 참됨을 알 것이다.

 

悠長(유장) : (시간이) 길다. 유구悠久하다

  침착하여 성미가 느릿함

() : , 풍취,

醲釅(농염) : 진한 술과 차

  醲은 진한 술로 으로 쓴 곳도 있다.

  釅은 식초로는 엄, 술로는 염으로 읽는다

  현재는 보통 진한 차를 말한다

啜菽飮水(철숙음수)는 콩을 먹고 물을 마신다로

집은 가난하나 부모에게 극진히 효도함을 비유한다.

예기禮記·단궁하檀弓下

孔子曰啜菽飮水盡其歡 공자왈철숙음수진기환

斯之謂孝 사지위효

공자는 콩을 먹고 물을 마시더라도 극진히 즐거우면

그것을 효라고 한다고 말했다.

라고 적었고

순자荀子,천론天論에는

君子啜菽飮水非愚也

是節然也

군자가 콩 먹고 물 마시는 것은 어리석은 게 아니라

마침 그래서 그런 것이다.

라고 적어 소박하고 구차한 생활을 뜻했다.

惆悵(추창) : 실망하거나 슬퍼하는 모양

다른 곳에서는 추창惆愴 추한惆恨으로 적혀 있다.

도연명(陶淵明)<귀거래사歸去來辭>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惆悵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이제껏 마음이 물질에 사역되었으나

어찌 슬퍼하여 홀로 비참하겠는가!

라는 구절이 있다.

() : 마음, 생각

枯寂(고적) : 메마르고 쓸쓸하다, 적막하다

()~ ()대 역사학자 원호문(元好問)

녹천신거이십사운鹿泉新居二十四韵

巖居枯寂朝市喧 암거고적조시훤

喧寂兩間差有趣 훤적양간차유취

숨어 살아 메마르고 적막함과 저자와 조정의 벅적함

벅적함과 적막 두 차이에 멋이 따로 있구나!

라고 적었다.

品竹(품죽) : 관악기를 불다

調絲(조사) : 현악기를 타다

品竹彈絲는 피리 등을 불고 거문고 등을 타는

악기를 연주하다의 뜻을 가진 성어다.

원나라 가단구(柯丹丘)형채기荆釵記

歡宴夫人 환연부인

只應品竹彈絲敲象板 지응품죽탄사고상판

부인을 맞아 잔치하니

그저 피리 불고 거문고 뜯으려 상아판을 두들겼네.

라는 구절이 있다.

() : 본래, 본디, 굳이, 굳건히

() : 정도가 깊다, 강렬하다

() : 맑다, 담백(淡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