飽諳世味 포암세미
一任覆雨翻雲 總慵開眼 일임복우번운 총용개안
會盡人情 회진인정
隨敎呼牛喚馬只是點頭 수교호우환마 지시점두
세상맛을 이미 잘 알고 있으면
손 뒤집듯 이랬다저랬다 하던간에 내버려두고
깨닫고자함도 모두 게을러지네.
사람의 감정을 모두 깨달으면
가르침을 따라 소라 부르고 말이라 부르던
그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飽諳(포암) :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猶熟知)
世味(세미) : 세상맛, 살며 겪는 온갖 경험
一任(일임) : 내버려두다
覆雨翻雲(복우번운) : 이랬다저랬다 하다.
손바닥을 위로 향하면 구름이 일고 아래로 향하면 비가 내린다는 뜻으로 손바닥을 뒤집듯 인정이 변하기 쉬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출처는 두보(杜甫,712-770)의 <빈교행貧交行>이다
翻手作雲覆手雨 번수작운복수우
紛紛輕薄何須數 분분경박하수수
君不見管鮑貧時交 군불견관포빈시교
此道今人棄如土 차도금인기여토
손 뒤집어 구름 만들고 다시 엎어 비라니
어수선하고 경박함을 어찌 다 세겠는가?
가난한 때 관포지교를 그대는 보지 못했구나!
이런 도리를 요즘 사람 흙 버리듯 하다니.
라는 내용이다.
總慵(총용) : 온갖 게으름/게으름을 다하다
송대 하몽계(何夢桂)의 시
<八聲甘州,倚闌于立盡(팔성감주,의란우입진)>에
把菱花獨照 脂粉總慵施 파능화독조 지분총용시
거울을 쥐고 홀로 비추며
지분 발라 온갖 게으름을 칠하네.
라는 구절이 있다.
開眼(개안) : 눈을 뜸, 불도의 진리를 깨닫다
會盡(회진) : 모두 깨닫다 / 최선을 다하다
呼牛喚馬(호우환마)는
《장자莊子》<천도天道>에 노자가
노자의 제자인 사성기(士成綺)에게 한 말이다.
昔者子
呼我牛也而謂之牛 呼我馬也而謂之馬
어제 그대가
나를 소라 불렀으면 소라 말했을 거고
나를 말이라 불렀으면 말이라 했을거요
에서 나온 말이다.
點頭(점두) : 옳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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