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306. 覆雨翻雲 總慵開眼 복우번운 총용개안

허접떼기 2023. 12. 26. 23:25

韓敏(1929-2022)의 2001년작 죽림칠현도 경매사진

飽諳世味 포암세미

一任覆雨翻雲 總慵開眼 일임복우번운 총용개안

會盡회진인정

隨敎呼牛喚馬只是點頭 수교호우환마 지시점두

 

세상맛을 이미 잘 알고 있으면

손 뒤집듯 이랬다저랬다 하던간에 내버려두고

깨닫고자함도 모두 게을러지네.

사람의 감정을 모두 깨달으면

가르침을 따라 소라 부르고 말이라 부르던

그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飽諳(포암) :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猶熟知)

世味(세미) : 세상맛, 살며 겪는 온갖 경험

一任(일임) : 내버려두다

覆雨翻雲(복우번운) : 이랬다저랬다 하다.

  손바닥을 위로 향하면 구름이 일고 아래로 향하면 비가 내린다는 뜻으로 손바닥을 뒤집듯 인정이 변하기 쉬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출처는 두보(杜甫,712-770)<빈교행貧交行>이다

翻手作雲覆手雨 번수작운복수우

紛紛輕薄何須數 분분경박하수수

君不見管鮑貧時交 군불견관포빈시교

此道今人棄如土 차도금인기여토

손 뒤집어 구름 만들고 다시 엎어 비라니

어수선하고 경박함을 어찌 다 세겠는가?

가난한 때 관포지교를 그대는 보지 못했구나!

이런 도리를 요즘 사람 흙 버리듯 하다니.

라는 내용이다.

總慵(총용) : 온갖 게으름/게으름을 다하다

  송대 하몽계(何夢桂)의 시

<八聲甘州,倚闌于立盡(팔성감주,의란우입진)>

把菱花獨照 脂粉總慵파능화독조 지분총용시

거울을 쥐고 홀로 비추며

지분 발라 온갖 게으름을 칠하네.

라는 구절이 있다.

開眼(개안) : 눈을 뜸, 불도의 진리를 깨닫다

會盡(회진) : 모두 깨닫다 / 최선을 다하다

呼牛喚馬(호우환마)

장자莊子<천도天道>에 노자가

노자의 제자인 사성기(士成綺)에게 한 말이다.

昔者子

呼我牛也而謂之牛 呼我馬也而謂之馬

어제 그대가

나를 소라 불렀으면 소라 말했을 거고

나를 말이라 불렀으면 말이라 했을거요

에서 나온 말이다.

點頭(점두) : 옳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