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국풍(國風)

2. 소남(召南) 6. 행로(行露)

허접떼기 2022. 7. 6. 11:34

관아에 소송을 제기하는 모습/sohu.com

厭浥行露 豈不夙夜 읍읍행로 기불숙야

行多露 위행다로

 

誰謂 何以穿我屋 수위작무각 하이천아옥

誰謂 何以 수위여무가 하이속아옥

雖速我獄 室家不足 수속아옥 실가부족

 

誰謂 何以穿我 수위서무아 하이천아용

誰謂女無家 何以速我 수위여무가 하이속아송

雖速我訟 亦不女從 수속아송 역불여종

 

축축한 길 이슬 어찌 일찍 나서지 않냐고요?

길에 많은 이슬이 두려워서죠!

 

뉘 참새에 부리가 없답니까? 어찌 내 집을 뚫겠소?

뉘 그대가 집이 없답니까? 어찌 날 옥사로 불렀소?

비록 날 옥사로 불러도 결혼 할 이유가 부족하오!

 

뉘 쥐가 이빨이 없답니까? 어찌 내 담을 뚫겠소?

뉘 그대가 집이 없답니까? 어찌 날 송사로 불렀소?

비록 날 송사로 불러도 그댈 따르지 않겠소!

 

(염,엽,암,읍) : 젖다, 축축하다(읍)

(읍,압) : 물이 배어 축축하다. 적시다

(행) : 길, 도로

夙夜(숙야) : 이른 아침과 늦은 밤/

밤낮, 시시각각, ‘일찍 길을 나서는 것’

(위) : 畏의 가차로 길에 이슬이 많아 무섭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설이 있다.

(작) : 참새

(각) : 새 부리

何以(하이) : 무엇으로, 어떻게, 왜

穿(천) : 뚫다, 구멍을 내다

(여) : 너(汝)

(가) : 결혼하여 성가하다,

(속) : 부르다, 초래하다

(옥) : 감옥, 옥사

室家(실가) : 집 외에 장가를 들다, 세간살이(傢)

가정을 꾸리는 예를 위해 매파를 찾는 것,

여기서는 결혼을 할 이유

등등이 있다.

(서) : 쥐

(아) : 이빨

(용) : 담

(송) : 송사, 獄과 같다.

亦不女從는 亦不從女의 도치다.

 

이 노래에 대한 설명은 분분하다.

<毛詩序>는 “소백(召伯)이 송사를 심리하는 것으로 어지러운 풍속이 사라지고

정숙과 신의의 가르침이 일어나, 강폭한 남자가 정숙한 여자를 욕보일 수 없도록 하였다”고 적었고

<한시외전> <열녀전,정순편>은 모두 여자가 성혼이후 남자가 혼례를 준비하지 못해 비록 송사를 신청하였으나

이루지 못함을 적은 노래라 한다.

명대 주모위(朱謀瑋,1564-1624)는 <詩故>에서 과부가 절개를 지키고 두 마음을 품지 않은 것이라 적었다.

청대 방옥윤(方玉潤,1811-1883)은 <詩經原始>에 가난한 총각이 의심쩍은 일을 피하고자 결혼을 물리는 것이라 적었다

고형(高亨,1900-1986)은 <詩經今注>에서 어느 여자가 남자 집이 가난함을 싫어하나 돌아갈 수 없어 남자를 관에 소송을 걸며 적은 것이라 한다.

여관영(余冠英,1906-1995)은 <詩經選>에 남자 집안의 여자어른이 관사를 두드려 그녀를 핍박하여 결혼하려는 강폭한 남자의 대답이라 한다

진자전(陳子展,1898-1990)은 <詩經直解>에 어느 여자가 이미 처가 있는 남자의 중혼을 거절하는 시라 하였다.

잠량(昝亮)은 여관영의 관점을 수용하되 주인공은 여자야 맞다고 견해를 밝힌다.

이리 열거하며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 보았다.

참새가 지붕을 뚫고 쥐가 담을 슳어 버리는 입장이고, 상대는 집이나 세간은 이미 갖춰져 있다.

상대는 혼인을 거부하는 자신을 송사에 이끌었다.

그러나 결혼을 요구하는 합당한 이유가 부족하니 당신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자가 주장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남자와 혼인의사를 하였으나 이를 거절하는 것은 남자가 이미 기혼이거나 폭력적이거나 그 무엇이거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