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김홍도(1745-1805?)가 중국고사, 인물을 그린 8폭 중 하나로,
간송미술관이 <무이귀도도(武夷歸棹圖)>라는 이름으로 보관하고 있다.
중국고사를 그린 8점은 각 폭마다 제목과 관서(款署)를 명기하였으며
[김홍도 필 고사인물도]라는 이름으로 2018년 보물 제 1971호로 지정되었다.
주자가 중국 남부 복건성(福建省) 무이산(武夷山)에서 은거했다는 고사를 그린 그림으로
기암절벽 아래 급류에 한 척의 배가 내려오는 모습을 묘사하였는데
중국, 중국인이 아닌 조선, 조선인의 모습이다.
오른쪽 위에 “武夷歸棹 丹邱(무이귀도 단구)”라는 관서가 있다.
그리고 '‘心醉好山水(심취호산수)’ 백문타원인(白文楕圓印)과
‘弘道(홍도)’ 주문방인(朱文方印),
‘士能(사능)’ 백문방인(白文方印)이 나란히 찍혀 있다.
이처럼 세 개의 도인(圖印)을 조합하여 쓴 것은 단원의 50대 이후라 한다.
무이산은 무이군(武夷君)이 살았다하여 이름 지어졌다.
36개의 봉우리와 9개의 굽이(曲)가 기묘해 천하의 명산으로 꼽혔다.
무이군은 중국의 산신이며 민간에서는 집과 무덤을 관할하는 터주신이다.
양(洋)의 동서(東西)를 막론하고 인간들은 이상향을 꿈꿔 왔다.
서양에서는 ‘에덴’에서 ‘유토피아’에 이르기까지 낙원의 상징이 있었고
동양에서는 무릉도원(武陵桃源)부터 청산(靑山), 동천(洞天)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학자들이 바라던 이상향은 구곡(九曲)이었다.
이 구곡의 시발이 주자(朱子·1130~1200, 이름은 熹)다.
주자는 중국 복건성(福建省) 우계현(尤溪縣)에서 태어난 인물로,
공자가 만든 유학(儒學)에 새 의미를 부여해 ‘주자학’이라는 말을 낳게 했다.
조선 선비들은 그런 주자를 성리학의 태두(泰斗)처럼 본받았다.
그가 54세인 1183년 무이산(武夷山) 구곡 중 제5곡에 무이정사(武夷精舍)를 짓고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노래했다.
이 무이구곡을 주자가 유학자만의 강학공간으로 만들자
조선의 내로라하는 선비들도 구곡 만들기 열풍에 휩싸였다.
퇴계 이황의 안동 청량산 ‘도산구곡’과
율곡 이이의 해주 석담 ‘고산구곡’,
우암 송시열의 괴산 ‘화양구곡’
곡운 김수증의 화천 ‘곡운구곡’, 병와 이형상의 금호강 ‘성고구곡’등
전국적으로 수십 곳이 있다.
주자의 무이도가의 서(序)는 이리 시작한다.
무이산 위에는 신선의 정령이 있고,
산 아래 찬 물줄기는 굽이굽이 맑다.
알고 싶은 개중의 기막힌 절경은
노 젓는 노래가 두서마디 들리는 곳.
武夷山上有仙靈 무이산상유선령
山下寒流曲曲淸 산하한류곡곡청
欲識個中奇絶處 욕식개중기절처
棹歌閑聽兩三聲 도가한청양삼성
그리고 9곡을 노래한 뒤 이리 종결시를 지었다.
짧은 노 저어 긴 도롱이로 즐긴 구곡의 여울
늦도록 한가로이 놀았던 낚싯대
몇 번 들르고픈 앞 물굽이는 지나가고
다만 비끼는 바람이 두렵고 모처럼 춥구나!
短棹長蓑九曲灘 단도장사구곡탄
晩來閑弄釣魚竿 만래한롱조어간
幾回欲過前灣去 기회욕과전만거
却怕斜風特地寒 각파사풍특지한
이 밖에도 무이산을 소재로 김홍도가 1800년 경신년(庚申年) 정초에 정조에게 진상한
8폭 병풍 주부자시의도(朱夫子詩意圖) 중 한 폭인 무이제사곡도(武夷第四曲圖)가 있다.
주자의 시에 웅화(熊禾,1253-1312)의 주가 각 폭마다 적혀있다.
四曲東西兩石巖 사곡동서양석암
巖花垂露碧㲯毶 암화수로벽람삼
金鷄叫罷無人見 금계규파무인견
月滿空山水滿潭 월만공산수만담
사곡에는 동서로 두 바위가 있는데
바위 꽃은 이슬 맺혀 푸르게 너털거린다.
금계의 울음은 그쳐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달은 빈산에 가득하고 물은 못에 가득하다
正心只是無昏昧散亂
정심지시무혼매산란
마음을 바로 한다는 것은
그저 혼매와 산란됨이 없는 것이다.
아울러 아래 그림은
동토(童土) 윤순거(尹舜擧, 1596-1668)가 주자의 무이구곡가를 초서(草書)로 쓴 필적이다.
이 글씨는 보물 제1671호로 장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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