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김홍도의 협접도에 적은 글

허접떼기 2020. 3. 29. 14:47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 1713-1791)

석초 정안복(石蕉 鄭顔復,?-?)

김홍도의 이른바 <과로도기도(果老倒騎圖)>에 함께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김홍도의 <협접도(蛺蝶圖)>,

부채에 그렸다 하여 ,선면협접도(扇面蛺蝶圖)>라는 제목을 가졌다.

 

아울러 이 그림에도 표암과 석초의 평가가 있다.

 

옛 사람들뿐 아니라 요즘의 서예가들도 나름의 필치가 있지만 대강의 서법을 공히 갖는다.

그러나 모르는 글자를 억지로 잘못 틀리게 탈초하는 경우를 본다.

이 그림의 글을 해석한 몇몇 분들의 예가 그랬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선 김홍도의 그림은 문외한인 내가 볼 때 가히 조선 일인자의 작품이다.

도무지 못 그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이 그림의 제작시기와 제작자는 부채 오른쪽에 적혀있다.

壬寅秋士能寫 임인추사능사

임인년(1782) 가을 사능(김홍도의 자)이 그렸다.

김홍도(金弘道, 1745-1806?)38살에 그린 것이다.

 

이 그림 왼편에 있는 표암 강세황의 평()은 감탄이었다.

 

 

蝶粉疑可粘手 접분의가점수        

人工之足奪天造 인공지족탈천조     

乃至於是耶 내지어시야  

技覽驚歎 기람경탄

爲題一語 위제일어

豹菴評 표암평               

 

나비 가루가 손에 묻을까 의심스럽다.

사람의 재주가 족히 하늘의 조화를 빼앗아

이에 이르렀구나!

재주가 놀랍고 감탄하게 하니

한마디 적는다.

표암(강세황)이 평한다.

 

그리고 가운데 독특한 전서체(篆書體)로 쓰인 글의 해독은 모르겠다.

다른 이의 억측도 보았으나 수긍할 수 없었다.

 

그 오른쪽에 초서로 석초가 평한 글은 이렇다.

 

蝶之斜翻張翅 접지사번장시

猶可彷彿 유가방불          

而色之得於天者 이색지득어천자  

乃能狀之 내능장지        

神在筆端 신재필단         

石樵評 석초평           

 

나비가 비스듬히 날며 날개를 부풀리는 것은

가히 비슷하게 할 수 있으나

색이 자연에서 얻은듯

이처럼 나타내니

붓 끝에 신이 있구나.

정안복이 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