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김홍도의 구룡연도와 제발문

허접떼기 2020. 2. 19. 19:18



구룡연은 구룡폭포 아래 깊이 약 13m에 달하는 못이다.

옛날 9마리의 용들이 살았다 하여 구룡 연이라고 불렀다고 하고

외금강 팔담 다음의 연못이여서 구 용연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유점사를 배경으로 아홉 마리의 용과 문수보살이 종에 실려 보낸 53개의 부처가 등장하는 전설과

서산대사와 얽힌 정연 스님의 전설이 어린 금강산 구룡동의 구룡폭포를 그린 그림으로

단원 김홍도와 능호관 이인상의 작품이 두드러진다.

 

폭포를 둘러싼 절벽은 중생대에 만들어진 흑운모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절벽에 미륵불(彌勒佛)이란 글자가 세로로 새겨져 있다
미륵불 글자를 새긴 것은 1919년이며, 글을 쓴 사람은 해강 김규진이다.


주변 반석에는 九龍淵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으며,

千丈白練萬斛眞珠(천장백련만곡진주)

천길 흰 비단이 드리우고 만 말의 진주알을 뿌린다.”라는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의 시구가 새겨져 있다.

 

단원은 1788년 강세황 父子와 김득신의 伯父인 김응환과 함께 50일 정도 금강산을 유람하며 그림을 그렸다.

 

위는 <구룡연도(九龍淵圖)>라는 이름으로 간송 측이 보관하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 단원이 발문(跋文)으로 쓴 글은 이렇다.

 

臨崖憂齟齬之足 임애우저어지족      

入洞遣辟易之魂 입동견피역지혼        

恒慮澤中九龍笑人庸孱 항려택중구룡소인용잔


벼랑에 내려다보니 어긋나 틀어질라 발을 걱정하다,

고을에 들어와서는 놀라 뒷걸음쳤던 마음을 떨치니

늘 못 속 아홉 마리 용이 사람이 용렬하고 약하다 비웃을 것 같다.

 

齟齬(저어) : 틀어져서 어긋남

辟易(피역) : (놀라거나 무서워서) 물러나 피하다. 뒷걸음을 치다. 후퇴하다.

庸孱(용잔) : 용렬하고 연약함

 

단원이 어명을 쫒고자 밑그림용으로 남긴 초본을 바탕으로 한 구룡연의 또 하나 그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