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김홍도의 고목석죽도와 글씨

허접떼기 2020. 2. 8. 19:11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는 이른바 <고목석죽도(枯木石竹圖)>

 

도무지 못 그리는 게 없는 단원의 그림 속 글을 본다.

오른쪽에 이리 쓰여 있다.

 

籠嵸石上木종석상목

枝疏太古色 지소태고색

只能無夕鵶 지능무석아

啼送蓮舟客 제송연주객

肥園評 비원평

 

한데 뭉쳐 우뚝 솟은 돌 위의 나무

나뭇가지는 성글고 태고의 색이구나.

다만 석양의 까마귀가 없을 뿐이니

울며 연꽃잎 배를 탄 손님을 보낸다.

 

비원(박규순)이 평한다.

 

只能(지능)은 다만(겨우, 기껏해야) ...할 수 있을 뿐이다.

蓮舟(연주)는 연잎 모양의 배. 신선이 타는 배다.

夕鵶(석아)는 저녁 까마귀다 夕鴉(석아)로도 쓴다.

까마귀라도 울어주면 덜 외로울 쓸쓸함을 적은 것이다.

 

비원 박규순(朴奎淳)1740년에 태어나 정조 때 공조참의를 지낸 분인데

단원의 그림을 보고 감정평을 했다.

 

그리고 좌중간 작은 크기로 있는 초서 세 글자

 

靑城觀

청성이 보았다.

 

청성은 낙관을 보니 성대중(大中,17321809)의 호다.

영조의 탕평(蕩平)과 서얼통청(庶孼通淸)으로 과거에 급제하고

1792년 문체반정(文體反正) 때 노론 가운데 유일하게 정조의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그림 왼편에 단원이 쓴 글이다.

 

以東坡筆法寫 이동파필법사

檀園 단원

 

소동파의 화법으로 그렸다.

 

나의 소견으로 천재화가 김홍도가 단원이란 호를 써 그림을 남긴 때는

그를 아꼈던 정조의 재위기간 중이다.

단원의 그림에 청성이 보고, 비원이 후기를 적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