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후집

322. 任其自然 萬事安樂 임기자연 만사안락

허접떼기 2023. 12. 7. 21:27

 

幽人淸事總在自適 유인청사총재자적

故酒以不勸爲고주이불권위환

棋以不爭爲勝 기이부쟁위승

笛以無腔爲適 적이무강위적

琴以無絃爲高 금이무현위고

會以不期約爲眞率 회이불기약위진솔

客以不迎送爲坦夷 객이불영송위탄이

若一牽文泥迹 약일견문니적

便落塵世苦海矣 변락진세고해의

 

은둔자의 고상한 일은 모두 하고픈 대로 편히 사는 것

그래서 술은 권하지 않음을 기쁨으로 하고

바둑은 다투지 않음을 승리로 하며

피리는 구멍 없는 것을 알맞음으로 하고

거문고는 줄이 없는 것을 높이 사며

만남은 기약 없음을 진솔함으로 하고

손님은 맞이하거나 전송 없음을 마음 편히 하네

만약 한결같이 문자에 얽매이고 자취에 거리낀다면

곧 속세라는 고통의 바다에 떨어진다네.

 

幽人(유인) : 은자, 은둔하여 사는 사람

淸事(청사) : 고상한 일

自適(자적) : 무엇에도 얽매임 없이 내키는 대로 생활함

() : 좋아하다, 기뻐하다, 즐겁다

坦夷(탄이) : 아무런 시름 없이 마음이 편함

牽文(견문) : 글자 그대로에 얽매이다.

  예절이나 의식에 얽매이다

  牽은 거리끼다, 얽매이다를 뜻하며

  文은 법도, 예의를 뜻하기도 한다.

 

명나라 왕수인(王守仁,1492-1529)전습록傳習錄

所謂動靜無端 소위동정무단

陰陽無始 음양무시

在知道者默而識之 재지도자묵이식지

非可以言語窮也 비가이언어궁야

若只牽文泥句 약지견문니구

比較仿像 비교방상

則所謂心從法華轉 즉소위심종법화전

非是轉法華矣 비시전법화의

이른바 움직임과 고요함은 끝이 없고,

음양은 비롯함이 없으며,

도를 아는 사람은 묵묵히 알아차리며,

말로써 드러내지 않는다.

만일 그저 문자에 얽매이고 문구에 고집하며

본떠 만든 형상을 비교한다면

소위 마음이 法華를 따라 맴도는 것이지

법화를 깨닫는 것은 아니다.

(법화는 의 꽃으로 ,,善,惡事象이다)

라 적은 글이 있다.

 

청대 왕부지(王夫之,1619-1692)

독사서대전설讀四書大全說<대학(大學)보전(補傳)>

知正心工夫之在言外 지정심공부지재언외

而不牵文害義 이불견문해의

以虛明無物爲證 이허명무물위증

마음을 가다듬어 배움에 힘씀이 말 밖에 있음을 알고

문자에 얽매여 의로움을 해치지 말고

청허한 맑음과 아무것도 없음을 증거로 삼으라.

라는 글이 있다.

 

泥迹(니적) : 자취(관습,업적)에 거리끼다(구애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