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김득신의 <추계유금도> 그림과 글씨

허접떼기 2019. 2. 27. 21:02

국립진주박물관은 경남 사천 출신의 재일교포 사업가 두암 김용두(1922-2003)선생이 기증한 문화재를

별도의 공간에 두어 전시 한다.

 

이른바 두암실이라는 공간에

긍재(兢齋김득신(金得臣,1754~1822)이 그린 두 폭으로 된 수묵화.

이른바 <추계유금도(秋谿遊禽圖)>가 있다.

일본으로 반출된 그림을 김용두 선생이 구입하여 진주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라 한다.

긍재가 풍속화와 신선도에 뛰어나지만

영모화에도 능하여 전해지고 있는 작품 중 하나가 추계유금도이다.


두 폭이 쌍을 이루고 있는데

산과 물이 어우러진 배경과 그 속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새들과 짐승을 소박하게 그렸다.

두 그림은 표현이 간결하며 배치가 유사하게 어우러져 있다.

나무의 표현이나 바위 처리, 화면 구성 등에서 김홍도의 영향이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두 그림의 윗부분에는 8언 절구로

정조 때 형판을 지낸 이재학(李在學,1745~1806)의 시가 씌어져 있다.


하나씩 그림과 글씨를 본다.

1.

왼쪽 하단에는 가파른 절벽과 절벽 뒤로 흘러내리는 폭포와 강가를 표현하였다.

절벽에는 나무들과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꿩 한 쌍이 있고

강가에는 토끼 두 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

절벽 너머 먼 경치에는 높은 산들이 펼쳐져 있다.


그림의 글씨는 이렇다.

 

瀑餘夏瀉 楓入秋酣 (폭여하사 풍입추감)
日夕氣佳 凈盡遊嵐 (일석기가 정진유람)
雉兎何知 擅玆林巖 (치토하지 천자임암)

폭포는 여름 막바지에 쏟아지고, 단풍은 가을 들어 무르익네.

저녁 기운이 아름다우나, 차가우니 있는 힘껏 산 아지랑이에서 놀았네.

꿩과 토끼가 어찌 알리! 여기 숲과 바위에서 제멋대로다.


 瀉() : 쏟다, 쏟아지다, 게우다, 설사하다

 酣() : 흥겹다, 술을 즐기다, 무르익다, 한창이다.

 凈() : 차다, 쓸쓸하다, 깨끗하다.

 嵐() : 산속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 남기(嵐氣)

 擅() : 멋대로 하다, 차지하다, 물려주다


2.

오른쪽 하단에는 고니와 오리 등 물새들이 노니는 강가를 표현하고,

강가에 있는 나무 맨 위에는 제비나 까마귀들이 무리로 앉아있다.

강가너머로 뾰족뾰족한 절벽이 있으며 먼 경치에 높은 산들이 펼쳐져 있다.

산골짜기 사이로는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가고 있다.


그림의 글씨는 이렇다.


有猗秋谷 可咀其宲 (유의추곡 가저기실)
鵶爭集 群翔以匹 (연아쟁집 군상이필)
遹彼天鵝 庶遠羅畢 (휼피천아 서원라필)

잔물결 가을 계곡, 가히 그 열매를 씹을만하고
제비 까마귀 다투어 모여, 짝지어 떼로 나네.
오가는 저 고니 바라건대 그물을 멀리해라
.



 () : 불알을 깐 개, 잔물결, 의지하다, 기대다
 宲() : 열매 의 속자

 鷰(연아) : 제비와 까마귀

 遹() : 비뚤다, 편벽하다, 의지하다, 왕래하는 모양

 天鵝(천아) : 고니, 오릿과의 물새

 羅畢(나필) : 그물


두암 김용두 선생은 백여 점의 국보급 문화재를 진주박물관에 기증하시고 돌아가셨다.

그를 기리며

덕분에 보게 된 두 그림과 그림 속의 글씨를 해석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