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신(金得臣, 1754~1824)이 발제(跋提)를 쓴 소상팔경(瀟湘八景)에 관한 두 그림이 있어,
그중 강천모설(江天暮雪)을 먼저 본다.
제시(題詩)는 교(橋) 요(寥) 조(釣) 요(饒)를 운(韻)으로 지었다.
첫 번째 글자에 대한 탈초가 어려웠다.
어떤 분들은 소(疏)라고 하는 데 분명 아닌 듯하다.
흘림이 쇠(衰)와 비슷하나 옷 의(衣)자 받침의 초서체는 아니다.
지날 력(歷)으로 보는 것이 그나마 타당하지만 엄(厂)자 처리가 이상했다.
서법은 예나 지금이나 개개인마다 다르고 그림을 그린 후 쓰는 것이니 지우개로 지울 수도 없는 것이다.
나는 歷으로 탈초해서 해석했다.
歷林失翠斷徑橋 (역림실취단경교)
境靜荒邨暮寂寥 (경정황촌모적요)
何事笠翁還獨釣 (하사립옹환독조)
江空漠漠興偏饒 (강공막막흥편요)
江天暮雪(강천모설) 兢齋寫(긍재사)
숲을 지나니 푸름을 잃고 길과 다리도 끊겨
장소는 조용하고 거친 마을인데 조용히 저물고 있네.
무슨 일로 삿갓 쓴 늙은이는 홀로 낚시하다 돌아오는지
강은 비어 막막하나 시골의 넉넉함을 느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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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재(兢齋)의 소상팔경 중 또 하나는 소상야우(瀟湘夜雨)다.
그림에 쓴 제시의 운은 분(憤) 운(雲) 성(醒) 문(聞)이다.
글씨를 탈초(脫草)하면 이렇다.
客星偶寄沅湘濆(객성우기원상분) 객성이 우연히 이르러 원상에서 솟아나
夢斷家山萬里雲(몽단가산만리운) 꿈에서 깨니 고향은 머나먼 구름이네.
却恨旅魂容易醒(각한여혼용이성) 도리어 객지의 울적한 맘이 쉽게 깨어 한이고
孤篷風雨不堪聞(고봉풍우불감문) 외로운 작은 배의 비바람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네.
瀟湘夜雨(소상야우) 소상강 밤비
客星(객성) : 항성(恒星)이 아니고 일시적(一時的)으로 보이는 별. 혜성(彗星), 신성(新星) 등(等) 沅湘(원상) : 호남성의 강 이름, 원강 상강 모두 동정호로 흐름 家山(가산) : 1. 고향(故鄕) 산천(山川), 한 집안의 묘지(墓地) 2. 중국 복건성 남평시 동남쪽 건수(建水)라 불리는 민강(閩江)일대의 산수(山水) 旅魂(여혼) : 객지에서 품게 되는 울적한 마음(旅情) 孤篷(고봉) : 돛이 없는 작은 배 |
沅江(원강)을 붉은 글씨로 쓴 지도에 상강과 소수의 위치를 표시함.
두 그림에 적힌 글이 초서체여서 나름 탈초하여 해석하였으나
불초하여 실수를 저질렀다면 지적을 달가이 받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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