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김득신 산수도의 글

허접떼기 2019. 2. 25. 22:03

긍재가 이 그림에 쓴 글은 너무 유명한 도연명(陶淵明,365?-427?)귀거래사 일부다.

도연명은 평생 가난하게 살았으나 따스한 인간미와 당당한 기풍이 깃든 시를 지었다.

그의 작품 중 405년 을사년에 지은 귀거래사는 백미일 것이다.


僮僕歡迎, 稚子候門 (동복환영, 치자후문)

三徑就荒, 松菊猶存 (삼경취황, 송국유존)

 

귀거래사에서 긍재가 쓴 글의 앞뒤만 적어본다.

乃瞻衡宇 載欣載奔 (내첨형우 재흔재분)

이에 누추한 집을 보니 비로소 기뻐서 달려간다.

僮僕歡迎 稚子候門 (동복환영 치자후문)

사내아이 종은 기쁘게 맞아주고 어린 것은 문에서 기다리네.

三徑就荒 松菊猶存 (삼경취황 송국유존)

세 길은 거칠어져 가는데 솔과 국화는 아직 남아 있네.

携幼入室 有酒盈樽 (휴유입실 유주영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가니, 술이 동이에 가득 차 있어,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술잔을 끌어 자작을 하고서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의 나무를 바라보니 얼굴 가득 행복하기만 하구나.

 

긍재(兢齋)라는 호의 뜻은 언행이나 몸가짐을 삼간다.’는 것이다.

 

김득신은 1772육상궁시호도감의궤(毓祥宮諡號都監儀軌)에 참여하고,

1791년 정조어진의 원유관본(遠遊冠本)을 그리는 데

이명기(李命基), 김홍도(金弘道), 신한평(申漢坪) 등과 함께 참여하였다.


또한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와 같이

꼼꼼하고 정밀하게 그린 고사도(故事圖)를 남기고 있어

다양한 화풍을 구사한 화가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작으로는긍재풍속화첩(간송미술관 소장),


귀시도(歸市圖),


오동폐월도(梧桐吠月圖)(개인 소장),

풍속팔곡병(風俗八曲屛),신선도(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등이 있다.


조선 후기의 화원으로 풍속화에도 능했던 김득신긍재풍속화첩야묘도추.

병아리를 잡아 물고 도망가는 들고양이와 이에 놀란 닭, 이를 긴 담뱃대로 제지하려는 남성 등의 모습이 잘 포착된 작품이다.

들고양이의 등장으로 인하여 조용한 여염의 집에 혼란이 펼쳐지는 장면으로 파적도라 불리기도 한다.

간송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