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재가 이 그림에 쓴 글은 너무 유명한 도연명(陶淵明,365?-427?)의 귀거래사 일부다.
도연명은 평생 가난하게 살았으나 따스한 인간미와 당당한 기풍이 깃든 시를 지었다.
그의 작품 중 405년 을사년에 지은 귀거래사는 백미일 것이다.
僮僕歡迎, 稚子候門 (동복환영, 치자후문)
三徑就荒, 松菊猶存 (삼경취황, 송국유존)
귀거래사에서 긍재가 쓴 글의 앞뒤만 적어본다.
乃瞻衡宇 載欣載奔 (내첨형우 재흔재분)
이에 누추한 집을 보니 비로소 기뻐서 달려간다.
僮僕歡迎 稚子候門 (동복환영 치자후문)
사내아이 종은 기쁘게 맞아주고 어린 것은 문에서 기다리네.
三徑就荒 松菊猶存 (삼경취황 송국유존)
세 길은 거칠어져 가는데 솔과 국화는 아직 남아 있네.
携幼入室 有酒盈樽 (휴유입실 유주영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가니, 술이 동이에 가득 차 있어,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술잔을 끌어 자작을 하고서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의 나무를 바라보니 얼굴 가득 행복하기만 하구나.
긍재(兢齋)라는 호의 뜻은 ‘언행이나 몸가짐을 삼간다.’는 것이다.
김득신은 1772년『육상궁시호도감의궤(毓祥宮諡號都監儀軌)』에 참여하고,
1791년 정조어진의 원유관본(遠遊冠本)을 그리는 데
이명기(李命基), 김홍도(金弘道), 신한평(申漢坪) 등과 함께 참여하였다.
또한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와 같이
꼼꼼하고 정밀하게 그린 고사도(故事圖)를 남기고 있어
다양한 화풍을 구사한 화가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작으로는《긍재풍속화첩》(간송미술관 소장),
「귀시도(歸市圖)」,
「오동폐월도(梧桐吠月圖)」(개인 소장),
「풍속팔곡병(風俗八曲屛)」,「신선도」(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등이 있다.
조선 후기의 화원으로 풍속화에도 능했던 김득신의 《긍재풍속화첩》 중 〈야묘도추〉.
병아리를 잡아 물고 도망가는 들고양이와 이에 놀란 닭, 이를 긴 담뱃대로 제지하려는 남성 등의 모습이 잘 포착된 작품이다.
들고양이의 등장으로 인하여 조용한 여염의 집에 혼란이 펼쳐지는 장면으로 파적도라 불리기도 한다.
간송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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