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보 문편 제 5권에 명류(銘類)가 5편 실렸는 데 그 중 여여숙(呂與叔)의 극기명(克己銘)을 한 번 본다.
여여숙(1046~1092)의 이름은 대림(大臨)이다 북송대 여씨향약을 아는가?
바로 그의 4형제가 고향에서 시작한 것이 우리가 아는 여씨향약(呂氏鄕約)이고
조선의 조광조를 시작으로 율곡, 퇴계 등의 성리학자들이 펼치고자 한 지방자치의 텍스트다.
그의 字가 여숙(與叔)이다.
동시대 중국은 송나라가 북진정책으로 당시 힘이 약한 거란과 화의조약을 맺었고
처음으로 철판인쇄법이 도입되었으며
서하(西夏)와 대판 싸움 중이었고
新法으로 유명한 왕안석과 나이가 비슷하다.
당시 고려는 聖君 文宗祖 태평성대였다.
대각국사 의천, 해동공자 최충, 그리고 경원이씨 외척인 이자연이 동시대 인물이다.
산시성(陝西省) 람텐(藍田) 출생으로 만년에는 태학박사(太學博士),비서성정자(秘書省正字)가 되었다.
처음 장재(張載:장횡거)에게 배우다가 스승이 죽은 뒤에는 정호(程顥)정이(程頗)에게 배웠으나.
장재에게 배운 이론을 좀처럼 바꾸지 않았다 한다.
사양좌(謝良佐),유초(游酢),양시(楊時)와 더불어 정문(程門)의 4선생이라 불리며, 박학하고 문장에도 뛰어났다.
극기(克己)란 말은 자기 자신을 이긴 다겠다.
자신의 욕망이나 충동 감정 따위를 자제하고 억누른다는 뜻이고
때로는 신체적인 약점을 극복해서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행위도 극기라 말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육체가 아닌 정신적 극복을 의미한다.
사람의 본성이 善하다거나, 惡하다 하는 극단적 주장은 논외로 치고
인성은 살아가면서 외물(外物)에 의하여 점점 변해져서 본성을 망각하고 방황하게 마련이라는 게다.
태어나면서 얻어지는 처음의 마음을 천성이라 하는데 이것이 마음(心)의 뿌리이고
이것이 자라 인성으로 변해가면서 마음의 가지를 만드는데,
천성과 인성이 점차 멀어져 다시 만나기 힘들기에 학문을 닦고 수양해서 그 둘을 접근시키는 수단을 강구하는 데
그 중 하나가 극기라는 게 공자의 말이다....
극기론 (克己論) -여 대림 (呂 大臨)
凡厥有生 (범궐유생) :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은 / 厥은 ALL을 의미하는 그것, 그
均氣同體 (균기동체) : 기운도 균일하고 몸체도 같은 것 / 만물은 천지를 하나의 근원으로 한다. 一氣同體.
胡爲不仁 (호위불인) : 그런데 어찌하여 어질지 못한가? / 胡는 何와 같이 의문형 어찌?란 뜻이다
我則有己 (아즉유기) : 나 곧 자기 자신만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物我旣立 (물아이립) : 다른 사물과 내가 이미 대립되어
私爲町畦 (사위정휴) : 사사로이 외물과 나 사이를 갈라놓고 / 町畦- 50고랑을 휴(畦)라하고 1정(町)의 두둑을 쌓았다
勝心橫發 (승심횡발) : 남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마구 생겨나서
擾擾不齊 (요요부제) : 어지러이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大人存誠 (대인존성) : 위대한 사람은 진실한 마음을 지녀서 / 誠은 진실되고 거짓없이 순수한 마음
心見帝則 (심견제칙): 마음은 하늘의 법칙을 알아
初無吝驕 (초무린교): 처음부터 인색하고 교만하지 않고 /공자는 驕慢하고 吝嗇한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作我蟊賊 (작아모적): 자아를 좀먹고 해치는 벌레를 만들지 않는다./ 모蟊는 좀벌레다
志以爲帥 (지이위수): 뜻을 장수로 삼고 / 맹자 공손축편에 의지는 기운의 장수요 기운은 몸의 충만됨이다
氣爲卒徒 (기위졸도): 기를 졸개로 삼아 / <夫志氣之帥也 氣體之充也>에서 따온 것이다
奉辭于天 (봉사우천): 하늘의 명령을 받들어 행하니
誰敢侮予 (수감모여): 누가 감히 나를 업신여기겠는가?
且戰且徠 (차전차래): 한편으로는 싸우고 달래는 데 / 且~ 且~ 는 한편으론~한편으론~ 徠는 달래다, 위로하다
勝私窒慾 (승사질욕): 사사로움을 이기고 욕망을 억누른다면
昔爲寇讐 (석위구수): 전에는 도둑같고 원수 같던 것도
今則臣僕 (금즉신복): 이제는 신하나 종복이 된다.
方其未克 (방기미극): 그러나 그것이 사욕을 이기지 못하면 / 이때 其는 志일 것이다.
窘吾室廬 (군오실려): 나의 집안(마음)을 궁색하게 하고 / 군窘은 곤궁케할 군. 室廬는 집인 데, 자기 마음일 수도 있다
婦姑勃磎 (부고발혜): 며느리 와 시어머니가 서로 다투는 것 처럼 되니 / 莊子 雜編 外物 <室無虛空 則婦姑勃豀>
安取厥餘 (안취궐여) : 어찌 그 나머지를 취하겠는가? / 安은 어찌라는 의문형 부사
亦旣克之 (역기극지): 또한 사욕을 극복하면
皇皇四達 (황황사달): 마음이 넓고 밝아 사방이 통할 것이고
洞然八荒 (동연팔황): 팔방의 먼 곳까지도 환해져서
皆在我闥 (개재아달): 그것들이 모두 나의 작은 문안의 일처럼 될 것이다
孰曰天下不歸吾仁 (숙왈천하불귀오인) : 누가 “천하가 나의 인(仁)으로 귀착되지 않느냐?" 고 말하겠는가?
瀁痲疾痛 (양아질통): 남의 가려움이나 아픔도
擧切吾身 (거절오신): 내 몸처럼 절실해질 것이다 」
一日至焉 (일일지언): 단 하루라도 이런 경지에 이르면
莫非吾事 (막비오사): 만사가 나의 일 아닌 것이 없게 될 것 이다.
顔何人哉 (안하인재):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는 어떤 사람인가?
希之則是 (희지즉시) : 그와 같이 되기 를 바란다면 그런 사람이 되리라.
극기편의 해석 중 가장 키포인트가 이 곳인 것 같다.
일일지언은 ‘하루라도 인의 경지에 이르면’ 이다 《論語》顔淵編에 <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극기복례 즉 자신을 이기고 예로 귀의하면 그게 仁이다. 하루라도 극기복례하면 천하가 다 인으로 돌아간다.
《論語》雍也編에 <回也 其心三月不違仁 其餘則日月至焉而已矣>
(안회는 석달이 지나도 인을 거스리지 않았고
그 남거지들은 하루 나 한 달을 그치면 그만이었다는 것)에서 일일지언이 나온 말이다.
자기를 이긴다는 것[克己]은 자신의 사욕(私慾)을 억눌러 하늘이 명(命)한 명령=辭, 즉 道德을 수행한다는 의미이다/
여대림(呂大臨)은 송대 理氣 철학의 기본, 사람이든 사물이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 같은 근원임, 을 전제하고,
私慾이 天理를 덮을 때 마음이 어지러워지니,
사욕을 완전히 물리치면 마음이 한없이 넓어지고
만물을 일시동인(一視同仁)의 경지에 이르고 顔淵같은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글의 줄기일 것이다.
그러니 논어 안연편의 克己復禮를 근거로 안연을 모범삼아 宋의 道學사상을 전개한 것이다.
학자연하는 일개 건달농보의 글일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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