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전집

18. 矜則無功 悔可減過 긍즉무공 회가감과

허접떼기 2024. 10. 14. 14:16

얼마 전 일본에서 타계한 田英章(전영장,1950-2024)의 해서체

蓋世功勞 개세공로

當不得一個당부득일개긍자

彌天罪過 미천죄과

當不得一個당부득일개회자

 

세상을 덮는 공로도

뽐내는 한 글자를 당해낼 수 없고,

하늘을 메울 허물도

참회할 한 글자를 당해낼 수 없다.

 

蓋世(개세) : 세상을 뒤덮다.

이 글자하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항우다. 史記사기에 적히길

力拔山兮氣蓋世 역발산혜기개세

時不利兮騅不逝 시불리혜추불서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지만

때가 불리하니 오추마가 달리지 않는구나!

라는 항우의 탄식이 있고

韓非子한비자·解老해로

덕을 부단히 쌓아 만물을 다스리게 되면

戰易勝敵則兼有天下 전이승적즉겸유천하

論必蓋世則民人從 논필개세즉민인종

전쟁에서 쉽게 적을 이기니 천하를 아우르고

자신의 이론이 반드시 세상을 덮어 백성이 따른다.

라는 내용이 있다.

 

() : ...에 상당하다, 필적하다

不得(부득) : 동사 뒤에 붙어 할 수가 없다

 

() : 뽐내다, 자랑하다, 거만하다.

전국시대 ()나라 尹文의 책 <尹文子윤문자>

인의예악 명법형상을 오제삼왕의 치세술이라 하며

그 중 명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名者所以正尊卑 명자소이정존비

亦所以生역소이생긍찬

명이란 것은 존비를 바르게 하려는 것이나

거만함과 찬탈도 아울러 일어나는 까닭이다.

 

彌天(미천) : 하늘을 가득 채우다(메우다)

육조시대 화려한 시풍의 선구 陸機(육기,260-303)

<吊魏武帝文(조위무제문)>

違率土以靖寐 위솔토이정매

彌天乎一棺 집미천호일관

나라를 뒤로한 채 영면에 빠지시니

하늘을 메울 큰 기상이 관 안에 잠들었네.

라는 문구가 있다.

 

罪過(죄과) : 죄가 될 만한 허물

() : 참회하다, 뉘우치다.

 

이 글이 주는 어감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 있어

사족을 붙이면

세상에 아무리 대단한 업적이 있다 해도

''이라는 글자의 역효과를 상쇄할 수 없으니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면 업적을 잃을 수도 있고,

극악무도한 죄를 지었어도

''라는 단어를 물리칠 수 없으니

참회를 하면 이전의 죄라도 속죄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