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김홍도의 노매함춘에 적은 글

허접떼기 2020. 3. 17. 17:22

 

 

노매함춘(老梅含春)이란 이름을 가진 김홍도의 그림을 보며

그림 속의 글씨를 탈초(脫草)하고 해하려 한다.

 

老幹含春意 노간함춘의  

疏枝帶玉花 소지대옥화  

酒暖明月上 주난명월상  

移影芬紗窓 이영분사창

丹邱

 

늙은 줄기는 봄기운을 머금었고

성근 가지는 옥 같은 꽃을 둘렀네.

술이 따뜻하고 밝은 달이 올라

매화 그림자 비단 창에 오르네.

단구

 

春意는 이른 봄 만물이 피어나는 기운이고 달리 춘정(春情)을 뜻한다.

 

疏枝帶玉花를 보니

송대(宋代) 진량(陳亮,1143-1194)<매화(梅花)>의 첫 연과 비슷하다.

疏枝横玉瘦 小萼点珠光 소지횡옥수 소악점주광

성근 가지에 옥 같은 고름이 가로지르고,

작은 꽃받침에 진주 빛이 점점이네.

 

술이 따뜻하다라는 소재로 쓴 시를 적어본다.

 

소동파(蘇東坡,1037-1101)<준정(浚井)>라는 시에

霑濡愧童僕 杯酒暖寒栗 첨유괴동복 배주난한률
물기에 젖어 부끄러워 아이는 엎드리고

잔에 담긴 술이 따뜻하니 추위가 벌벌 떤다.

 

당대 시인 이하(李賀,790-816)<진궁시(秦宫詩)>

人間酒暖春茫茫 花枝入簾白日長 인간주난춘망망 화지입렴백일장

세상의 술이 따뜻해지면 봄이 아련하고

꽃가지가 주렴에 드니 해가 길어진다.

 

酒暖春深라는 필명을 가진 중국인이 있다.

술이 따뜻하니 봄이 깊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移影(이영)은 그림자가 옮겨지는 것과 오랜 시간이 걸림의 비유로 쓰인다.

()향기가 난다. 피어오른다.’라는 뜻이다.

紗窓(사창)은 비단 등으로 깁은 창을 말한다.

 

移影(이영)紗窓(사창)을 칠언율시로

이태백과 이하의 시풍을 따른 양유정(楊維楨 ,1296-1370)이 쓴

<궁사(宮詞)>의 여덟째 구가 있다.

十二瓊樓浸月華桐花移影上窗紗 십이경루침월화동화이영상창사

열 두 궁궐이 달빛에 잠기니

오동 꽃 그림자가 옮겨지며 사창에 오른다.

 

나이 들어 김홍도가 쓴 호가 단구(丹邱)이니 그림이 봄 같지 않고 삭막하기는 하나 조선 5백년내 최고의 붓쟁이가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이 경매시장에 나왔고 2억원 정도에서 거래가 되었다고 들었다.

 

시절이 코로나로 멈춰버린 가운데 남쪽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춘래불사춘이다.

 

어떤 분이 이 그림의 발문을 나름

酒暖이 아니고 酒緩으로

이 아닌 로 탈초(脫草)하여 기사를 썼다. 아니다싶어

관심이 있던 마당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