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속 글

김홍도 愼言人圖 에 쓴 표암의 畵題

허접떼기 2018. 2. 13. 23:35

단원의 愼言人圖(신언인도)를 감상하고 표암이 화제한 글을 풀어본다.

표암의 화제는 <공자가어>의 내용을 빌렸다.

그림과 화제를 본다.

단원이 周부족의 시작인 후직의 묘 계단 앞에 있는 像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다.



此古之愼言人也 戒之哉 無多言 多言多敗 無多事 多事多患 安樂必戒 無行所悔

勿謂何傷 其禍將長 勿謂何害 其禍將大 勿謂不聞 神將何人

滔滔不滅 炎炎若何 涓涓不壅 終成江河 綿綿不絶 或成網羅 毫末不箚 將尋斧柯

誠能愼之福之根也 莫謂何傷禍之門也 强梁者不得其死 好勝者必遇其敵

盜憎主人 民怨其上 君子知天下之 不可上也 故下之 知衆人之 不可先也 故後之

溫恭愼德 使人慕之 執雌持下 人莫踰之 人皆趨彼 我獨守此 人皆惑之 我獨不涉

內蔣我知 不示人持 我雖尊高 人莫害我

夫江湖雖右 長於百川者 以其卑也 天道無知 常與善人

戒之哉

 

癸巳仲秋 豹菴書上左靑軒

 

此古之愼言人也. 戒之哉.

이는 옛날 말을 삼가한 사람이다. 이를 경계하라.

無多言 多言多敗. 無多事 多事多患.

말을 많이 하지 마라. 말이 많으면 많이 무너진다. 일을 많이 하지 마라. 일이 많으면 걱정이 많다.

安樂必戒. 無行所悔.

편하고 즐거우면 반드시 경계하라. 뉘우칠 바를 하지 마라.

勿謂何傷 其禍將長.

어찌 다치랴 떠들지 마라. 그 화가 장차 오래 갈 것이다.

勿謂何害 其禍將大.

어찌 해로우랴 떠들지 말라. 그 화가 장차 커진다.

勿謂不聞 神將何人.

듣지 않았다 떠들지 마라. 신령이 장차 사람을 꾸짖는다.

나는 의 동사 쓰임에 '꾸짖다', '나무라다'가 있어 해석했지만 <공자가어>()가 아닌, 엿보다 ()로 적혔다.

滔滔不滅 炎炎若何.

도도할 때 없애지 않으면 활활 타오를 텐데 어찌 하겠는가.

<공자가어>滔滔(도도)가 아니라 熖熖(도도)즉 막 타기 시작하는 불꽃으로 적혀 있다.

삼수변의 滔滔는 물이 도도히 흘러가는 모양을 말하는 데 불화 변이 옳다고 본다.

涓涓不壅 終成江河

졸졸 흐를 때 못 막으면 끝내는 강을 이루는 것이다. 涓涓(연연)졸졸 흐르는이다.

綿綿不絶 或成網羅

면면할 때 끊지 않으면 더러는 그물을 이룰 것이다.

綿綿(면면)1. 끊이지 않고 2. 솜털같은

毫末不箚 將尋斧柯

터럭 끝으로 찌르지 못하면 장차 도끼 자루를 찾게 된다.

<공자가어>()가 아닌 ()로 되어있다.

1. 상소문 2. 찌르다 /   1. 편지 2. 뽑아내다. 3. 꺾다 4. 어려 죽다 

 털끝으로 찌를 일을 도끼자루로 하게 된다는 것인지

무언가에 있는 터럭 정도를 꺾지 못하면 자루를 찾아 쓴다는 건지 모르겠다.

誠能愼之福之根也 莫謂何傷禍之門也

진실로 능히 말을 삼가는 것이 복의 뿌리인 것이다.

어찌하면 다치겠느냐? 함부로 말하지 마라. 재앙의 문이다.

强梁者不得其死

강량한 자는 그 죽음을 얻지 못한다.

강량(强梁), 단어 자체로는 뻣뻣한 들보나 기둥이고 중국어로는 난폭하다는 뜻이다.

또한, 강량은 불화(不和)로 굳세고 강하다는 의미로,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의 상수론(象數論)으로 으로 해석하여

강한 양이니 존재할 수 없고 음양의 부조화를 역설한다고 해석하는 분도 있다.

하나 덧붙이면, 고려사에 대나의(大儺儀)가 나온다.

동지 뒤 세 번째 술일(戌日) 하루 전날 잡귀를 쫒기 위해 행하던 의식이다.

강량은 강량(强良)이라고도 하는 데 12신중의 하나로 책사(磔死)와 기생(奇生)을 먹어치우는 이다.

책사는 찢어죽형벌이고 기생은 몸에 기생하는 것을 말한다.

好勝者必遇其敵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그 적수를 만난다.

盜憎主人 民怨其上

도적은 주인을 미워하며, 백성은 그 윗사람을 원망한다

君子知天下之不可上也, 故下之 知衆人之不可先也 故後之

군자는 천하가 (자신의) 위로 올라설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아래쪽에 처한다.

뭇 사람이 (자신보다)앞설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그 뒤쪽에 자리한다. 일까?

~의를 뜻하든, 주격 조사로 ~이로 쓰이든,

군자는 천하의 불가상을 알고 아래에 있으며 중인의 불가선을 알기에 뒤에 있다는 것이다.

즉 상을 불가 하고 선을 불가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천하)는 무언가 위에 서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다는 것이며

모든 사람(중인)은 누군가 앞서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溫恭愼德 使人慕之. 執雌持下 人莫踰之.  

따뜻하고 공손함과 삼가함과 덕은 사람들이 경모한다. 약함을 견지하여 아래를 유지하면 남이 건너 넘지 않는다.

人皆趨彼 我獨守此. 人皆惑之 我獨不涉.

남이 모두 저쪽으로 달려갈 때 나는 홀로 이 곳을 지킨다. 남들이 모두 혹하여도 나는 홀로 간섭하지 않는다.

內蔣我知 不示人持. 我雖尊高 人莫害我.

안에 나의 지식을 감추되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지 않는다. 내가 비록 존귀하고 높아도 남이 나를 해하지 못한다.

夫江湖雖右 長於百川者 以其卑也.

무릇 강과 호수가 비록 오른쪽(?)에 있으나 온갖 내에서 긴 것은 그 낮음에 있다.

<공자가어>에서는 江湖江海로, 로 쓰여 있다.

, 우는 지위로 좌가 낮고 우가 높음을 의미한다.

방향으로 좌와 우인데 문맥상 무의미하고,

비록 <>‘~라 할지라도로 쓰이니 보다는 가 적절해 보인다.

天道無知 常與善人

戒之哉

하늘의 도는 무지이며 항상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

경계하라!

<공자가어>에 무지가 아닌 無親으로 되어있는데 무친이 맞다.

무친을 무지라 쓴 이유를 짐작컨대,

도덕경에 나오는 천도무친(天道無親)은 사방 어느 곳에 치우치지 않음과

배려, 친절이 없다는 냉정함도 함께 뜻하고 있는데,

단순히 천도를 헤아릴 수 없다’, ‘알 수 없다로 쓴 것 같다.

癸巳仲秋 豹菴書上左靑軒

17738월 표암 강세황이 써서 좌청헌께 드린다.

좌청헌(左靑軒)은 원주 단구에 있던 정범조의 재실 당호라 한다.

 

姜世晃1713-1791, 丁範祖1723-1801

金弘道1745-1806? 丁若鏞1762-1836이다.

다산이 원주 부론 법천리 정범조의 집에 자주 들렀고, 선영인 충주 하담에 오는 길에도 들렀다.

다산의 부친이 丁載遠이고 조부가 丁志諧. 정범조의 부친이 丁志寧이다.

정범조는 다산 정약용에게는 집안 아저씨가 된다.

 

<공자가어> 관주(觀周)에 나오는 글을 바탕으로 표암이 단원의 그림에 예서체로 쓴 글이다.

<공자가어>는 사실 위서(僞書).

35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공자의 언행과 제자들과 나눈 문답을 정리한 것이다.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과 사적을 기록한 점에서는 논어와 비슷하지만,

작자에 관해서는 삼국시대 말기의 학자 왕숙이

공자의 12세손 공안국(孔安國)의 이름을 빌려 위작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상로(相魯)에서 곡례공서적문(曲禮公西赤問)까지 1044편이다.

 

그중 11觀周(관주)인데 4개의 나눔을 갖는다.

관주는 주나라를 둘러봤다는 뜻으로

공자가 남궁경숙에게 노나라 애공의 도움을 부탁하여 주나라를 돌며

노담 즉 노자를 만나 제자에게 일갈한 내용을 적었다.

관주 편 세 번째 글이

孔子觀周遂入太祖后稷之廟廟堂右階之前有金人焉參緘其口而銘其背曰

공자가 주를 돌다 드디어 태조 후직의 묘에 들어갔다. 묘당 우측 계단 앞에 금인(붉은, 사람 모양의 상)이 있었다.

그 입을 세 번 꿰매었는데 그 등에 새겨놓은 글에 이르길~ 로 시작하는 내용을 표암이 적은 것이다.


后稷의 초상화


사족으로

성호 이익을 사사한

조선 후기의 문신 尹愭(윤기, 는 공손할 기 1741-1826)三緘銘(삼함명)에는

말조심을 더 직설적으로 당부한다. 앞부분만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말을 하지 않을 수야 없지만 부디 생각하고 절제하라. 그 나머지 모든 일엔 입을 닫고 혀를 묶어라

(不得不言 且思且節 其他萬事 緘口結舌/ 부득불언 차사차절 기타만사 함구결설).

큰 소리를 내뱉지 않으면 큰 붕괴는 면하고, 작은 말이라도 꺼내면 작은 실패가 있다

(大言不出 可免大壞 小言而出 則有小敗/ 대언불출 가면대괴 소언이출 즉유소패)


그림을 보다 이어진 연결고리를 꿰어 봤다.

말이 많은 내 자신이 경계하고 가르침으로 받아 보고자 할 따름이다.